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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닥터가 본 개원가“진료 속도 너무 빨라 당황 공부 필요성 절감”

경력 2년 김영준 원장 페이닥터의 삶
“임상·환자응대 진짜 수련은 개원가에서부터”
면접 후 출근부터 시키는 보조인력난 심각성 체감
정확한 취업정보·임상교육 치협 관심 매우 필요
페닥 목소리 정책 반영 채널 보다 활성화됐으면…

 

치대 졸업생의 30% 정도가 전공의로서 수련생활에 들어간다. 그러나 치과의사로서의 진짜 수련은 ‘아무도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없는(?)’ 개원가에 발을 디딛는 순간부터가 아닐까?

 

페이닥터로 개원가 수련을 시작한 젊은 치과의사들의 삶을 엿보고 싶어 평소 낯이 익은 김영준 원장(연세치대 졸, 33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제31대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본지 칼럼 집필진으로도 활동한 젊은 오피니언리더이자 2년 경력의 페이닥터다. 김 원장은 “개원가는 ‘속도감’ 부터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영준 원장은 “처음 일을 하며 진료 속도에서부터 놀랐다. 일반 치과에서는 하루 평균 환자수를 고려해 각 진료마다 어느 정도 정해진 진료시간이 있다. 학생 때 레진 진료 하나를 하는데 교수님께 검사받고 하면 한 시간이 걸렸는데 실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엔도나 보철진료 등에 있어 이론과 실전이 달라 진료를 마치고도 집에 돌아와 누우면 내가 한 진료가 맞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진료에 대한 기준과 예후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지만 진짜 내 병원을 하기까지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는 것. 다행히 첫 취업한 치과의 대표원장이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고 많은 도움을 줬다.


김 원장은 “처음엔 대표원장이 환자 케이스를 보고 내가 진료하는 범위를 한정해 줬다. 그리고 내 진료가 없을 때는 무조건 대표원장을 따라 다니며 옵저베이션 했다. 매복사랑니나 보존과에서 해야 할 것 같은 어려운 엔도 케이스를 임상현장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이 생각난다. 졸업 후에도 대가들의 강의를 찾아다니는 이유”라며 “이론과 현실을 경험을 통해 이어가는 시간이 이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진료 뿐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명의 새로운 환자들을 접하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또 치료과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치과의사, 직원들의 역할이 각각 있는 것 같다. 대표원장에게 직접 하기 어려운 얘기, 환자들의 뒷얘기 등을 직원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진료실력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특히, 취업과 동시에 보조인력 문제를 체감했다고. 김 원장의 첫 일자리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치과였는데, 가뜩이나 심각한 구인난에 도심과 먼 위치적 특수성까지 더해져 늘 스탭이 모자란 상황이 이어졌다. 다행히 대표원장의 배려로 자신을 비롯한 스탭들이 기숙사 등의 지원을 받아 구인난을 해결해 갔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김 원장은 “스탭 이력서가 들어오면 구직자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우선 출근시키고 봤다”며 “보통 원장 한 명당 4명의 진료보조 인력이 필요한데, 항상 이를 충족할 수 없었다. 엔도를 하며 내가 석션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원장은 “개원가에 나와 보니 치과의사란 직업이 취업이 힘든 직업은 아닌 것 같다. 보통 선배들을 통하거나 덴트포토 사이트를 통해 취업 자리를 많이 알아보는데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렵진 않다”며 “그래도 갓 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들의 경우 급여수준이나 일자리 등에 있어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또 페이닥터 생활을 하거나 개업을 준비하며 치과인수를 하는 상황 등에서 선배 치과의사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치협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나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거나 중재 역할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임상에 대한 교육이 계속해 필요한데, 요즈음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내용을 많이 찾아보는 경향이다. 진료에 있어 치협이 어떤 표준이 될 수 있는 동영상 강의를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김 원장은 “페이닥터들의 경우 협회비 납부 문제로도 애를 먹는다. 원칙적으로 어느 지부가 됐든 입회비를 최초 한번 내도록 하고, 중앙과 지부의 회비 납부 시스템을 통합해 공유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김영준 원장은 앞서 공보의들을 대표했던 경험이 있어서일까 치협 회무, 나아가 사회적 역할에 관심이 많았다. 김 원장은 “젊은 치과의사, 그 중에서도 페이닥터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 이를 치협과 연결하는 통로가 마련되면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진료를 하는 삶 뿐 아니라 치과의사회에서의 활동, 사회적 활동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어렸을 때는 치과의사에 대해 깔끔하고 멋있는 직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개원가에 나와 본격적으로 진료를 해 보니 몸을 많이 써야 하고 감염에 대한 노출 등 위험하고 힘든 직업이란 걸 느낀다”며 “일을 하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는 어느 치과를 가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하며 극복하려 노력했고, 가능한 한 치과에서 오래 근무하며 배우고 싶었다.

 

지금도 첫 근무한 치과의 대표원장은 좋은 선배로 남아있다. 동료들이 페이닥터 기간 수입 외 다른 가치들을 많이 고민하며 조금 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한번 개원하면 그때는 정말 쉼 없이 가야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