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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관계

스펙트럼

계절의 여왕인 5월을 지나 6월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노란 개나리, 수줍은 분홍빛 진달래, 아름답게 흩날리는 벚꽃이 지나고 얼마 전까지 화려하게 피어 있던 철쭉도 지고 이제 곧 장마철입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부터 우리를 지독히 괴롭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를 지나가지 않네요. 개나리나 진달래처럼 우리가 기다리지도 않는데 우리에게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왕관 모양으로 생긴 동물 및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그중 사람에게 전파 가능한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포함하여 총 7종으로 감기를 일으키는 4종과 메르스, 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있습니다.

 

그중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유래한 바이러스로 밝혀졌고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 유사 바이러스와 유전자 유사성이 89.1%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박쥐에게서 사람에게 종간 이동을 하며 질병을 일으켰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박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는 큰 질병을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런 질병은 굉장히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이 남미의 아즈텍과 잉카를 멸망시킨 가장 큰 공헌을 한 천연두는 소로부터 사람에게 넘어온 병원체에 의해 발생한 질병이죠. 이외에도 홍역과 결핵 역시 소로부터, 인플루엔자는 돼지나 오리로부터, 백일해는 돼지나 개, 열대열말라리아는 조류 등 많은 질병이 동물로부터 전염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세균과 바이러스들은 원래 숙주인 각 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이 병원체들과 각 동물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관계로 공존하고 살고 있는데 사람이라는 다른 종이 사람의 욕심에 의해서 부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하다 사람에게 질병이라는 관계에 파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억지로 관계를 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하는 듯합니다.


사람 간의 관계도 이러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서로 만나면 편하고 어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관계가 있는 반면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쉽지 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직원들 중 주변에서 모두 아니라고 하는데 나와 맞는 직원이 있거나, 모두 괜찮다는데 나와 맞지 않는 직원이 있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와 맞거나, 나를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관계에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나와 맞지 않는 관계를 너무 억지로 노력하다 보면 천연두나 홍역같이 서로에게 아픈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힘든 관계는 잠시 쉬는 것도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나에게 맞는 관계라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인상 깊게 남은 구절이 있어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사람과의 인연은, 본인이 좋아서 노력하는데도 자꾸 힘들다고 느껴지면 인연이 아닌 경우일 수 있습니다. 될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이루어져요.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이라면 그냥 놓아주세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