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치의보건간호과가 사라진다

과거 20여 개교 개설 현재는 3개교만 명맥 유지
강사 구인난·치과 특수성·선입견 등 영향 미쳐


치과계 보조인력난 해결을 목적으로 출범했던 치의보건간호과가 좌초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의보건간호과는 치과조무인력양성을 목표로 지난 2010년 시범교육을 시작해 20여 곳의 실업계고에서 매년 최대 300명 수준의 인원을 배출했다.


하지만 현재 치의(보건)간호과라는 명패를 달고 운영하는 학교는 단 3곳에 불과하며, 이중 일부도 향후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졸업 후 치과에 취업하는 경우 역시 극히 드문 것으로 파악된다. 치의보건간호과를 운영 중인 서울의료보건고등학교의 경우 한 해 치과로 빠지는 학생이 2~3명 남짓이고, 경주 효청보건고등학교는 지난해 3월 졸업생 기준, 50명 중 단 1명만이 치과에 취업했다.


특히 경북 영주동산고등학교와 부산 부경보건고등학교는 올해 치과전문간호조무사를 육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밖에 많은 학교가 치과전문간호조무사 육성을 포기하거나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


상당수 졸업생들은 치과전문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 후 보건의료계열이 아닌 미용 등 타 분야에 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간호과 졸업생인 박윤지 씨(21)의 동기 50명 중 40명은 보건계열이 아닌 타 분야로 진출했으며, 나머지 10명도 의과 간호조무사나 치위생(학)과 등으로 진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입학 당시에만 해도 간호조무사를 꿈꾸고 들어온 이들이 많았다”며 “직업계고에서 취직을 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타 영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데에는 업무범위나 연봉, 사회적 지위 측면이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강의 인력 부족에 치과 코스 폐지도
이처럼 치의보건간호과가 당초 목표와 달리 치과조무인력 양성을 견인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뭘까. ▲강사 구인난 ▲의과 선호 ▲남학생 기피 ▲선입견 ▲연봉 등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강사 구인난은 여러 실업계고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였다. 홍명희 교사(서울의료보건고)는 “치과위생사에게 지급하는 강사비가 매우 적다”며 “적은 비용으로 매주 2~3일씩 수업을 담당할 치과위생사 구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언급했다.


경북 지역 한 교사는 “강의를 할 치과위생사를 구하지 못해 이번에 아예 치과 코스를 없앴다”며 “치과 위생사를 구할 공적 루트가 없어 직접 수소문해야 하는데 매주 하루나 이틀 치과 근무를 빼고 누가 강의하려고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습 관련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학생들이 혼자 실습을 나가야 하는 치과의원 대신 비교적 큰 단위로 갈 수 있는 의과병원을 실습처로 선호하는 추세가 강하기 때문이다.


참관 위주의 치과 실습과정 역시 이런 추세를 가속화 시킨다. 충남 지역 한 교사는 “치과 같은 경우 참관 위주의 실습이 이뤄지는데 학생들이 주어진 업무 없이 하루 종일 서 있는 걸 감당하기 어려워한다”고 밝혔다.


# 치과 실습 선택제 전환 학교도 나와
남학생 기피도 문제다. 여성 인력이 대다수인 현장에서의 불편함 등이 이유인데 이 때문에 일부 학교는 남학생의 치과 실습을 중단시켰다. 한 보건간호과 졸업생은 “우리 학교는 치과 실습을 아예 여자만 나갔다”며 “남자 동기들이 치과를 지원해도 받아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치과의 경우 대부분 소규모 의원급 중심이라 많은 실습처를 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서울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낫지만 지방은 벅차다는 게 현장의 불만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치과 실습을 의무에서 선택제로 전환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다.

 

치의보건과라는 특수성이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근본적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홍명희 교사(서울의료보건고)는 이와 관련 “치의보건과 명패를 달면 오히려 학생 모집이 잘 안 된다”며 “일반인들은 치의보건간호과를 전공하면 치과간호조무사 밖에 못 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런 선입견을 바꾸기 위한 홍보도 부족할뿐더러, 홍보를 하더라도 수요자 입장에서는 홍보 내용을 정확히 듣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해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 치과전문 간호조무사를 육성하는 많은 실업계고에서는 치의보건간호과를 따로 운영하기 보다는 간호조무사 커리큘럼 속에 치과 코스를 삽입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