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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치과'와 치과명 비슷 피해 속출 하소연

사회적 물의 일으킨 치과로 오해 욕설은 기본
평판 하락, 매출 감소 부담에 상호 변경까지
개원 때 상호등기·특허등록 등 안전장치 고려도

 

“저희 치과는 ○○치과와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먹튀 치과’의 전형적 사례인 W치과, T치과 등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치과들이 남긴 파장은 비단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 때문에 평소 지역 주민 곁에서 성실히 진료에 임해온 인근의 동료 치과의사가 감내해야 할 피해 역시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를 일으켰던 치과와 단지 이름이 같거나 다소 유사하다는 이유로 피해 환자가 찾아오는 등 오해를 받을 뿐 아니라 치과 평판에 심대한 타격을 입어 매출 손해로 이어진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002년 경기도 모처에서 개원해 16년간 치과를 운영해온 A 원장은 2018년부터 서울로 병원을 이전하게 됐다. 서울로 올라오는 한이 있더라도 A 원장에게 진료를 계속 받겠다는 구환들도 있었을 만큼 지역 주민에게 신뢰를 쌓아온 그였다.


새 치과를 개원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육두문자가 쏟아졌다. 알고 보니 A 원장의 환자가 아니었다. 


어느 날은 데스크에서 “원장 나오라”라는 고성과 함께 소란이 일었다. 영문을 모르던 A 원장이 얼굴을 비추자마자 그제야 “어, 여기가 아닌가 보네”라며 돌아서는 환자도 있었다. 


서울로 올라오기로 한 구환이 “원장님, 어쩌다 그 지경까지 되셨어요?”라며 불편한 안부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

 

#매달 수천만 원 매출 손해 ‘울분’
뒤늦게 자신의 치과와  같은 이름의 치과가 인근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시점은 A 원장이 각종 곤란한 상황을 겪고 난 이후였다.


그의 자녀가 인터넷에 A 원장의 치과를 검색하고 나서야 ‘문제의 치과’가 불과 1km 남짓,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단 치과 이름이 같고, 가까운 곳에 위치할 뿐 아니라 건물 내 상가 배치마저 유사하다는 점, 해당 치과 원장과 A 원장의 이름이 비슷하다는 점, 인터넷 검색 시 문제의 치과가 상위에 노출된다는 사실 등은 환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렇다고 치과 이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아니 싫었다. 구환들이 여전히 A 원장 치과를 찾아 서울로 올라오곤 했으며, A 원장이 해당 치과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바꿀 이유가 없었다. 물론 상표권을 놓고 다퉈볼 여지도 있었지만 이미 과거에도 소송으로 번거로운 경험을 한 A 원장으로서는 썩 내키지 않았다.


A 원장은 “오래전부터 치과 이름 상표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이름의 치과가 주변에 있을거라곤, 하물며 지역 내에서 악명 높은 치과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잘못 알고 찾아온 환자 때문에 업무 지장은 물론, 해당 치과와 같이 묶이면서 평판이 하락, 과거와 비교해 월 2000만 원 정도의 매출 손해를 체감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 상호등기·특허 등록으로 피해 방지
A 원장의 사례 외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치과와 이름이 같아 피해 본 경우는 적지 않다. 


부산 소재의 B 치과 역시 환자들의 오해가 이어지면서 문제가 됐던 치과와 관련이 없음을 공지하는 등 대응해 나가다 결국 상호를 바꾼 상태다.


B 치과 원장은 “문제의 치과가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같은 치과 계열이 아니냐며 의심하는 환자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심평원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먹튀 치과’로 세간에 오르내린 W 치과와 상호명이 유사한 치과 중 현재까지 폐업, 이전하거나 상호를 변경한 곳은 총 27곳으로 나타났다. 


평판 하락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사실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피해를 본 치과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출입구나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해명하는 정도고, 최후의 수단이라야 이름을 바꾸는 게 다였다.


손해배상 청구를 하더라도 객관적 피해 사실과 더불어 해당 치과가 피해를 주고자 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선택이다. 상호를 늦게 사용한 치과가 피해를 본 경우라면 손해배상 청구가 더 어렵고, 의미도 없다.


권인영 치협 상근변호사는 “유사한 상호를 사용 중인 동종업체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환자를 오인하게 할 목적으로 유사한 이름을 사용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유사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개원 시 관할 등기소에서 상호등기를 하거나 특허청에 상표를 등록해 다른 병원이 못 쓰게 하는 방법 등 최소한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법이 권고된다. 상호등기는 특별시·광역시·시·군에 효력이 있고, 전국에 효력 있게 하려면 특허 등록을 해야 한다.


권 변호사는 “상법상 손해배상에 따르면 특허나 등기를 한 상호를 타인이 사용하면 바로 부정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니 상호 폐지 또는 손해배상청구에 더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