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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치대교수 야" 인터넷서 전문직 사칭 비일 비재

익명성 악용 교수·의사·단체 회장 등 겁없는 ‘인증놀이’
문제의식 결여된 채 하나의 ‘놀이 문화’로 인식이 문제
문제 불거지자 국회서 ‘타인사칭 방지법’ 발의 하기도

 

최근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치과대학 교수를 사칭한 것도 모자라, 해당 대학 내부 사진을 무단 촬영해 ‘인증’했다는 사례가 포착됐다.


해당 인터넷 사이트는 불특정 다수 회원의 게시글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하루에 수백 건에서 수천 건 이상의 글이 작성되는 대형 사이트다.


이곳에서 모 씨는 본인이 ‘A치과대학 교수’를 사칭했다는, 이른바 ‘인증글’을 게시했다.


‘인증글’이란 어떤 행위나 사건이 실제이거나 사실임을 증명하고자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글을 일컫는다. 하지만 현재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의미하는 ‘인증글’은 어떤 특정한 사실을 입증하기보다 본인의 뛰어난 경제력 또는 직업, 고학력 등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잦다. 특히 치과의사나 변호사, 판사나 검사, 공무원과 같은 대중의 선망이나 높은 선호도를 얻는 전문직의 경우 사칭 사례가 더욱 빈번한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구된다.


# 특정 대학 복도 사진찍어 자신 과시
해당 글에서 모 씨는 “게시판에 대학 교수가 등장했다는 이야기에 확인해봤더니 특정 대학의 복도를 찍고 인증을 했다”며 조롱 섞인 글을 게시했다.


이어 모 씨는 “그래서 나도 A대학교 치과대학의 사진을 촬영한 뒤, 그곳의 석좌교수라고 받아쳤다”고 말했다.
이는 명백히 사칭에 해당하나 모 씨는 일련의 행위에 어떤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단순한 장난이나 놀이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태도였다.


모 씨는 사칭한 치과대학 교수의 인적 사항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며, 추가 사칭 행각은 없었다.


이 밖에도 직업을 사칭한 인증글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최고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지목되는 B사이트에서는 본인을 특정 의료인단체 회장이라고 소개한 글까지 나타났다.


작성자는 본인의 이력을 두고 “○○협회 회장에 목동에 거주하고 있으니 까불지 말라”면서 “반포동 월 세입자 주제에 인증글을 올리는 모습이 꼴 보기 싫다”고 말하는 등 각종 사례가 빈발해 인터넷 사칭에 대한 대중의 문제의식이 상당히 낮다는 점을 방증했다.


이처럼 인터넷 사칭이 빈번한 원인은 처벌 기준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온라인 사칭은 사기나 명예훼손 등 범죄가 발생하기 전까지 처벌 기준이 뾰족하게 마련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인 ‘타인 사칭 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타인의 동의 없이 그 사람의 성명·명칭·사진·영상·신분 등을 자신의 것으로 사칭하는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한 의원은 “타인을 사칭하는 행위는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명백한 범죄”라며 “타인사칭 피해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SNS상 안전망을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