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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보다 무서운 치과 ‘갑질 환자’ 도 넘나

개인정보 요구, 욕설·결제 누락도 ‘예사’
막무가내 환자 과부하 걸린 치과 데스크
전화녹취, CCTV 설치 등 대처는 꼼꼼히

 

온갖 성격의 환자들이 수시로 들고 나는 치과의 하루는 사람과 사람의 갈등으로 점철된다.


힘겨운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치과라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상처에도 저마다의 ‘내러티브’는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환자들의 태도와 반응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는 가운데 도를 넘어선 ‘갑질’이 치과 구성원들의 사기와 의욕을 잠식하는 사례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치과의사 A 원장은 지난 휴일 개인 연락처로 걸려온 환자 전화에 마음을 쉽게 진정시킬 수 없었다. 도대체 자신의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반문하자 이 환자의 대답이 가관이다. 건물 주차장에서 관리인에게 차 주인을 물어 핸드폰 번호를 적어 갔노라고 당당히 밝히는 그에게 A 원장은 할 말을 잃었다.


개인 연락처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들은 치과 데스크에서도 가장 기피하는 환자 유형이다. 직원 등 지인을 통해 소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 치과 스탭은 “소개를 받고 온 환자가 병원이 문을 닫을 때 자신이 연락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을 달라고 해서 거부했더니 계속해서 불만을 표현했다”고 황당해 했다. 


# 결제하는 날 맨 손, 노쇼는 밥 먹듯
치과를 자신의 왜곡된 감정을 소모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정치, 종교 등 민감한 주제를 맥락 없이 꺼내다가 결국 고성과 막말로 마무리하는 경우, 약속 시간보다 늦게 술에 취한 상태로 나타난 다음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 진료비를 결제하기로 약속한 날 당연하다는 듯 지갑조차 가지고 오지 않는 경우 등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하소연이다. 분쟁이 조금 더 진행되면 욕설을 하면서 침을 뱉는 경우도 있다.


B 치과의 스탭은 “진료 노쇼에 전화도 받지 않은 환자가 며칠 뒤 갑자기 전화해서 환자가 안 오는데 연락도 안 하느냐며 화를 냈다”며 “예약을 다시 잡아 드리겠다고 하니 나중에 본인이 다시 연락 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런 유형의 환자일수록 치과의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C 치과에서는 고액권 현금으로 진료비를 수납하던 중 착오가 있었다. 환자가 몰려드는 시간대이다 보니 원래 받은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현금영수증으로 발급한 것인데, 뒤늦게 이 같은 실수를 인지한 직원이 전화로 사과를 한 다음 상황을 설명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CCTV까지 같이 보면서 명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했지만 환자 자신이 현금영수증 상의 액수를 준 게 틀림이 없다고 고집하면서 완강한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가족까지 동원해 압박에 나선 환자에 지친 해당 직원이 자비로 보상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지만 씁쓸한 속내와 열패감은 가눌 길이 없었다.


# 매일 출근, 과자·커피 테이크아웃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이 와중에도 치과 대기실을 ‘휴게실’처럼 활용하는 이들에 대한 반감도 크다. 단지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매일 아침 치과로 출근해 꼬박꼬박 커피를 챙겨 마시고 용변까지 해결하는 환자나 심지어 비치해 둔 간식을 살뜰히 ‘테이크아웃’하는 이들의 행태는 데스크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한 단계 높인다.


이전에 유명 맛집 근처에 위치한 치과에 근무했다는 한 스탭은 “이 식당이 대기 시간이 길다보니 일행 5, 6명이 우르르 치과 대기실로 몰려 들어와 그 중 한 명이 대표로 보험 스케일링을 받은 다음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치과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환자들에 대한 한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치과 구성원들도 계속된 감정 노동에 지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예약도 없이 치과 점심시간에 딱 맞춰 도착, 고압적인 태도와 반말로 스케일링을 요구하면 좋은 기색을 보이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다.


D 치과 관계자는 “요즘 치과 데스크는 스트레스 적립을 위한 최적의 포지션”이라며 “너무 힘들어 혼자 치과에 있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고음으로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