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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파 몰리는 역세권 치과 실속은 미지수

사당역 매출·환자수, 서울 평균에도 못 미쳐
유동인구 적은 인근 이수·방배역 오히려 높아
대규모 주거단지, 거주민 덴탈아이큐 더 중요

역세권 치과 상권 ② 사당역

 

지역 상권의 중심이 되는 역세권은 큰 규모의 상권이 형성돼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큼 주목받는 개원 예정지 중 하나다. 본지는 서울 주요 역세권에 위치한 치과 개원가의 현주소를 살피는 기획을 매달 연재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사당역 인근 상권을 찾아갔다.<편집자 주>

 

 

사당역은 길게 늘어선 버스 대기 줄, 출·퇴근길 ‘교통지옥’, ‘지옥철’ 등으로 대변된다. 


지하철 2·4호선이 교차하고, 서울 도심과 경기 남부를 잇는 환승 정류장이 있어 하루 지하철 승·하차 이용객은 15만 명, 공공버스 이용객은 3만 명에 이르는 교통 요충지다.


특히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가 맞닿아 있어 지역 간 왕래가 활발하다. 역 인근 상권은 평일에는 직장인과 학생들로, 주말은 만남의 장소로 인파가 몰리고, 수많은 소비가 이뤄진다.


과연 치과 상권도 이에 걸맞은 환자 수요와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까? 우선 사당역이라는 이름값에 어울리듯 역 반경 400m 안에는 치과의원 26개가 자리 잡아 역세권 집중 현상이 뚜렷했다.


하지만 화려한 외향의 속내를 들쳐보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카드 3사(KB·신한·BC) 소비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사당역 반경 400m에 위치한 각 치과의원은 평균 매출 9762만 원, 진료 건수 676건을 기록해 서울시 평균(매출 1억2738만원, 진료 건수 902건)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 3년간 1분기 평균 매출 추이를 살펴봐도 사당역 인근 치과의원은 1억2677만원, 1억12만원, 9762만원으로 지속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특히 사당역 중에서도 출·퇴근 시간대에 인산인해를 이루기로 유명한 4번 출구 인근 치과의원들의 평균 매출과 진료 건수 역시 서울시는 물론 사당역 전체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인구가 매출로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방증인 셈이다.

 

 

#배후단지 없는 유동인구는 ‘허상’ 불과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이수역, 방배역과 비교해 보니 사당역 치과 상권의 특성이 더 도드라졌다.


이수역과 방배역 반경 400m 안에는 치과의원이 각각 45개, 16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겉보기에 이 두 역은 사당역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두 역의 지하철 이용객 수를 합해도 사당역보다 훨씬 아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실은 달랐다. 이수역과 방배역의 평균 매출은 사당역과 비교해 각각 1.8배(1억7477만원), 1.5배(1억5016만원) 많았고, 진료 건수도 각각 1.7배(1175건), 1.8배(1249건)나 많았다.


이 같은 격차가 발생한 이유로는 배후지의 중요성이 언급된다. 고정적인 환자 수요를 뒷받침해줄 주거단지가 없다면, 수많은 유동인구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사당역 인근에 개원 중인 A 치과 직원은 “출·퇴근길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단순히 거쳐 지나갈 뿐 치과 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환자들도 거주민보다는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라 오래된 단골 환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당역의 주요 배후지를 살펴보면 3번 출구 인근의 우성·래미안아파트 등을 합쳐 766세대에 그친다. 반면 이수역 인근에는 사당우성·방배롯데캐슬·신동아아파트 등 5000여 세대가 넘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돼 있다. 또 방배역 인근에도 e편한세상·그랑자이아파트 등 약 3800세대에 이르는 주거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수역 인근에서 20년 동안 개원 중인 B 치과원장은 “개원 당시에는 이수역이 상대적으로 한산했지만, 배후에 큰 아파트 단지가 있는 점을 고려해 개원했다”며 “환자 연령·성별 분포도 균형 있고, 근래 서리풀 터널이 개통되면서 주목받는 듯하다. 다만 개원 경쟁으로 치과 수명이 굉장히 짧은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귀띔했다. 

 

 

#거주민 ‘덴탈아이큐’ 살펴야 ‘대박’
하지만 배후지 규모만 따져서도 안 된다. 거주민의 생활·소득수준도 세세히 살펴봐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을수록 진료 상담을 받은 후 치료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빅데이터에 따르면, 이수역과 방배역 인근의 주거 인구는 사당역과 비교해 소득분위가 1분위 높았다.


이성길 메디114 대표는 “사당역은 의료 상권보다는 먹자상권과 만남의 장소로 이용된다”며 “또 배후지도 대단지 아파트보다는 단독다세대 위주의 주택지로 구성돼 거주민의 경제 여건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치과 경영 전문가인 정기춘 원장(팀메이트치과의원)은 “식음료나 쇼핑 업종이라면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이 확실히 잘 되겠지만, 병원은 주치의 개념이므로 고정 환자가 중요하다”며 “또 치료 경험, 교육·경제적 요건 등으로 설명되는 즉, ‘덴탈아이큐’가 높은 환자가 많이 거주할수록 치과에도 호재로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세권 치과 개원 시에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정 원장은 “오랫동안 개원하며 구환을 늘리고, 이들이 고정 환자가 되도록 하는 ‘클래식한’ 경영은 역세권 치과에는 맞지 않는다”며 “이른바 '세팅 스테이지(Setting Stage)'를 줄이기 위해 초기에 환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