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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오안, 니하오?… 워헌하오 니너?

매주 목요일 아침, 병원의 세미나실에서 듣게 되는 대화이다. 몇 개월 전부터 중국인 선생님을 초빙하여 시작한 중국어 공부에 참여하는 동료원장님들과 일부직원들은 어색한 발음과 표정으로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중국어를 언젠가 배워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은 개인적인 학회일로, 관광으로 혹은 단기선교와 봉사활동으로 중국을 몇 차례 다녀오면서 느꼈던 언어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넘어보고 싶은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맞장구를 쳐 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당장 오는 12월에 광조우에서 열리는 아시아심미치과학회에서의 강연과 회의를 앞두고 있어서 단기간의 동기부여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중국어를 함께 공부하면서 뜻밖의 수확이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직원들과의 특별한 동료의식이었다.

모두 처음으로 배워보는 중국어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발음과 한자(간자체)로 인해 약간의 스트레스와 함께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주었다. 가끔씩 보는 시험은 아주 오랜만에 시험을 앞두고 느끼는 긴장감과 성적에 대한 부담을 통해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회춘(?)의 감정을 갖게 해 주기도 하였다. 여러 가지 일로 바쁜 원장님들이 시험 성적 하위권을 맴돌며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해 준 것은 그들에게 보너스로 주는 기쁨이었으리라. 평소에는 한 없이 어렵지만 중국어 수업시간과 시험시간에 원장님들은 직원들에게 조금 우쭐함을 느끼게 해 주는 동급생에 지나지 않는다.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단어를 외우는 그들과 SNS그룹방에서 오고 가는 대화와 정보를 오십 중반의 나이에 따라 가는 것이 벅차기도 하지만 한 마디로 재미있는 경험임에 틀림없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암기력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몇 마디 대화를 하고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지적 만족의 기쁨을 가져다 준다. 혼자였다면 아마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었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배운 것을 일상에서 나눌 수 있는 대상도 없을 뿐 아니라, 경쟁속의 격려와 도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어를 배우는 먼 길을 같이 가 주는 동료들의 동행이 있어서 나에게 그 길은 험난하기만 하지 않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직업은 특성상 동료이자 동역자인 치과위생사, 치기공사, 리셉션니스트들과 평생을 같이 해야 하는 일이다. 요즘 여러 분야에서 ‘콜라보(collaboration)’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넘어서 직업적인 전문성의 협업을 통한 ‘동행’의 소중함과 기쁨을 누리고 사는 치과의료인은 참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참 행복한 치과의사이다. 왜냐하면 지난 10여년 아니 20년까지 함께 의지하고 격려하며 삶을 나눈 동료들의 눈 빛 하나로 통하는 따뜻한 동행이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명진 크리스탈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