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중반의 나이에 40년전의 친구들이 모였다. 이름하여 중학교 동창회. 초등학교나 고등학교 동창회는 그 시기의 특성상 비교적 모임이 잘 이루어지는 반면 중학교 시절은 왠지 시기적으로 어중간하기도 하고 한창 사춘기를 겪던 시절이라 별로 동창모임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왠걸, 요즘 한창 너도 나도 기본적으로 몇 가지씩 하고 있는 SNS덕분에 연간 그 모임이 여간 요란하지 않다. 수시로 번개모임을 하고 일년에 두 차례씩 정기 모임에, 취미가 같은 친구들이 모여 그간의 회포도 풀고 느즈막히 만난 철없던 시절의 친구들과 놀이와 수다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며칠 전 함께 공유하는 중학교 동창회 SNS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얼마 전 시작한 등산 모임의 친구들이 강원도 어느 깊은 산중에서 상기된 얼굴로 무언가를 들고 찍은 사진인데 설명인즉 산삼이란다. 소식이 뜸하던 친구녀석 하나가 몇 달 전에 모임에 나와 자신은 산에 약초를 캐러 다니며 소일한다는 것이었고 이번 산행은 그 녀석을 좇아 몇몇 친구가 약초 캐기 산행을 한 것인데 바로 그 날 다 함께 “심 봤다!”를 외친 것이다. 사실 그 친구는 심심풀이로 약초를 캐러 다니는 수준이 아니고 전문 심마니수준으로
몇 년 전에 해 넣은 #47의 임플란트 크라운의 근심접촉면이 느슨해 지면서 음식물이 자주 끼는 것이 보통 불편하고 성가신 일이 아니다. 동료원장님에게 해결을 부탁하고 체어에 누우니 그 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진료실의 천정과 조명 그리고 라이트의 손잡이, 입안을 헹구기 위해 타구대로 몸을 숙이니 거기서도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미간에 힘이 들어간다. 헤드레스트는 왜 이렇게 불편한지 평소 목베게를 요청하던 환자들의 요구가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입안에 들어왔다 나가는 기구들 그리고 입안 구석 구석 여기 저기 건드리고 당기고 밀면서 시야를 확보하려는 원장님과 스탭들의 손놀림, 그리고 다양하고 별로 유쾌하지 않은 냄새와 혀를 자극하는 산부식재의 신맛, 계속되는 석션으로 건조해 진 협점막과 입술을 당길 때는 솔직히 좀 아팠다. 살짝 물을 적셔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모든 것이 낯선 느낌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것들이 매우 특별한 순간의 경험으로 기억장치 속에 저장되는 순간이다.진료를 마치니 스탭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온다. 청결에 관해, 세심한 터치
“김원장, 잘 있어요? 내가 며칠 뒤에 귀국하는데 병원에 들를 테니 병원서 만나요” 반가운 목소리의 K 교수님의 전화이다. K 교수님과의 인연이 언제부터 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그 분과의 만남에는 Dr. Nieusma(한국 명, 유수만)와의 추억이 배경이 된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에 와서 30년 가까이 치과의료선교사로 젊음과 열정을 쏟아 붓고 가신 Dr. Nieusma는 대학시절부터 내게 많은 영감과 도전을 주신 분이었다. 광주기독병원에서 수련의로 그분의 지도를 받은 K 교수님은 이후 광주의 한 대학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셨고 이후 학장과 병원장을 역임하시고 최초로 그 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하신 분이시다. 치과의료선교회(DSI)가 Dr. Nieusma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것이 1982년이니 벌써 33년이 지났다. 그간에 이러 저러한 모임에서 K 교수님께서는 언제나 인자한 미소로 한참 후배인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하지만 우리의 끈끈한 인연은 약 7~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정년퇴임을 앞둔 K 교수님을 찾아 뵈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우리는 중앙아시아의 한 도시에 세워진 치과병원의 교육과 운영을 맡아줄 치과의사를 찾고
입대를 몇 달 앞둔 아들 녀석과 나는 매 주 월요일로 날을 정해 둘만의 오붓한 저녁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집 근처 맛 집을 찾아 다니며 함께 저녁을 먹고 여러 가지 주제(신앙, 사회정의, 연애와 결혼, 직업…)를 가지고 정말 오랜만에, 아니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어려서 유학을 떠나 홀로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가끔씩 방학 때 만나는 녀석과 그리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나로서는 여간 반갑고 기대되는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아비로서 아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많은 말들, 그리고 듣고 싶은 녀석의 생각들… 아내와 딸이 무척 부러워했지만 결코 방해 받을 수도 없고 방해해서도 안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녀석은 음악듣기를 무척 좋아한다. 잘은 못하지만 가끔 식은 샤워하면서 혼자 흥에 겨워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가 듣는 음악이라는 것이 오십 중반의 내가 알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도 않았다. 주로 외국 곡인지라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가끔은 뭐 흑인 음악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정서에 그리 와 닿지 않아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임재범이라는 가수가 부른 Desperado라는 곡에 한 동안 빠지는
상악 전치 돌출과 일치하지 않는 Midline을 가진 Class II Div I Case. 게다가 하악 전치는 선천적 결손으로 3-unit Maryland Bridge로 수복된 상태. 그것도 30년이 다 되어가 자연적 노화로 인해 변색된 인접 치아들과 shade matching이 안 되는 상태. 치경부 마모와 치은퇴축 양상도 꽤 여러 군데서 관찰됨.50대 중반의 남자의 입안을 들여다 보고 발견한 것들이다. 그 남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입안에 대한 궁금증이 스물 스물 솟아 오르더니 급기야 욕실에 들어가 이곳 저곳을 자세히 살펴보고 얻은 환자(?)의 정보이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거울 속의 환자에게 치료계획을 설명한다. 먼저 최상의 심미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성인교정에 대해 최대한 거부감 갖지 않도록 비교적 단기간의 치료기간과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안모개선 효과를 약간의 과장을 곁들여 설명하고 이어서 오래된 Maryland Bridge는 이미 충분한 기간 동안 잘 사용하셨고 변색의 문제와 cement wash out의 가능성도 있으니 이 참에 제거하고 single implant를 고려해 보는
쟈오안, 니하오?… 워헌하오 니너?매주 목요일 아침, 병원의 세미나실에서 듣게 되는 대화이다. 몇 개월 전부터 중국인 선생님을 초빙하여 시작한 중국어 공부에 참여하는 동료원장님들과 일부직원들은 어색한 발음과 표정으로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중국어를 언젠가 배워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은 개인적인 학회일로, 관광으로 혹은 단기선교와 봉사활동으로 중국을 몇 차례 다녀오면서 느꼈던 언어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넘어보고 싶은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맞장구를 쳐 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당장 오는 12월에 광조우에서 열리는 아시아심미치과학회에서의 강연과 회의를 앞두고 있어서 단기간의 동기부여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중국어를 함께 공부하면서 뜻밖의 수확이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직원들과의 특별한 동료의식이었다. 모두 처음으로 배워보는 중국어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발음과 한자(간자체)로 인해 약간의 스트레스와 함께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주었다. 가끔씩 보는 시험은 아주 오랜만에 시험을 앞두고 느끼는 긴장감과 성적에 대한 부담을 통해 학창
‘아랄해’를 아십니까?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 국경 서북쪽 끝자락에서 인접국인 카자흐스탄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거대 호수가 바로 아랄해이다. 과거 1960년대에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로서 아름다운 풍경과 활발한 수산업 특히 고급요리 재료인 철갑상어(캐비어)를 공급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과거 소련 정부시절 목화재배를 위해 호수로 유입되던 두 개의 큰 강줄기를 관개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바꾸면서 지금은 그 면적이 1/10로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1억톤 이상의 유독성 화학물질과 소금으로 덮여 있어 더 이상 호수가 아닌 죽음의 소금사막이 돼 버리고 말았다. 이로 인해 주변에는 강한 독성의 소금과 황산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는 소금바람이 불어서 인후 암,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혈청간염, 이질 등 질병이 확산되었고, 높은 유아 사망률을 낳고 있다. 이 지역 주민의 66%이상이 질병에 걸려있을 정도로 이 지역의 소금공해문제는 심각하다.2009년 10월 처음으로 아랄해를 접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내의 자치공화국인 카라칼팍스탄을 단기의료봉사 차 방문하였다. 수도인 누쿠스에는 약 20만의 인구가 살고 있었고 40여개의 학교에 1~9학년의 학생들이 약 4만여명이 있는 곳에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