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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올해의 수필상에 조갑주 원장

제1913번째 이야기 2208호 게재-구피들아! 고맙다

■ 조갑주 원장 올해의 수필상 수 상 소 감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지만
매일 조금씩 성장하길 기대


뒤쪽 어디쯤 있겠거니 생각했던 동장군이 내 앞을 성큼 앞질러 고개 돌려 나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나는 별로 친하지 않아 손을 내밀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번씩 오는 친구이고 세상일이 어찌 좋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겠냐 싶고 게다가 작년엔 왔다가 여행 간다고 바로 인사만 하고 갔던지라 움츠렸던 어깨를 펴들고 한번 웃어 주었더니 반갑다고 발을 구르며 마지막 남아있던 은행닢 하나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그래! 오늘 좋은 일이 있을려나? 큰 신환이 오려나 보다’ 생각하면서 출근했다.
“안녕하세요. 치의신보입니다. 원장님께서 ‘치의신보 올해의 수필’로 당선되셨으니 수상소감문 부탁드립니다.” 출근하자마자 받은 전화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였다.

‘허어! 내가? 나에게 이런 일이? 글 재주도 없는 나에게? 그래! 조금 더 열심히 하라고 장려상을 주는가보네.’ 생각하면서 문득 어린 시절 ‘콩나물 시루’가 생각이 났다. 어머니께서 콩나물 시루에 시간 날 때마다 물을 붓는데 밑으로 전부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매일 커가는 콩나물을 보며 신기하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금 내가 그 콩나물 시루가 아닐런지…
지금 나에게 주어진 하루.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 콩나물 시루같은 나의 삶에 생각의 물을 부어본다.
그리고 같은 하루지만 다른 모습으로 매일매일 조금씩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제1913번째 이야기  2208호 게재
2014 올해의   수필상

구피들아! 고맙다 

얼마 전 우리 네 식구는 저녁 초대를 받아 친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날 거실에 들어서자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수족관 두 개가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 아니나 다를까 살아 있는 생물에 관심이 많은 우리의 딸 성은이와 아들 석훈이가 수족관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그러자 친구의 딸이 “이건 구피고, 저건 레인보우 구피고, 음, 저 바닥에 붙어 있는 건 청소 물고기야!” 하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아이들은 식탁과 거실, 큰 방과 작은 방을 오가면서 오랜만에 무척이나 신이 난 모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 속에 담은 우리 아이들 유학생활 얘기, 교육 문제, 세상 돌아가는 얘기, 치과 이야기들은 시계의 큰바늘에 올라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몇 바퀴를 돌고서야 겨우 자리를 마감할 수 있었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그렇지만 아들 석훈이가 마지막까지 수족관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친구의 딸이 구피 몇 마리와 수초를 분양해준다며 봉지에 물 부어 담아주었다.

우리 아이들은 들뜬 기분으로 돌아오는 차에 올라타 화음을 넣으면서 수족관을 노래하였다. 얼마 전부터 두 녀석들은 강아지를 사달라고 계속 졸랐는데 기르는 게 힘들고 집에 온통 냄새나고 기관지에 안 좋고 어린 아이를 한명 더 기르는 거랑 다름없다는 등 키워본 사람들의 예를 들어가면서 겨우 설득을 했는데 오늘 그 관심이 수족관으로 옮겨졌다. 하는 수없이 우리 부부는 항복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로 발길을 옮겼다. 수족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릴 적 시골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다가 세수대아에 물 부어놓고 기르겠노라고 개구리 풀 뜯어 넣어 두고 밥알로 먹이 주었던 기억, 마당에 풀어 놓고 기르던 강아지를 몰래 방으로 끌고 들어와 보듬고 자다가 엄마한테 들켜 혼났던 기억들을 회상하면서‘그러고 보니 나도 생물에 꽤나 관심이 많았던 아이였구나! 그럼 그 유전자가 어디 가려고?’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한참동안 같이 수족관을 들여다보던 석훈이가 나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도 물고기 보니까 기분이 좋지? 나도 엄청 좋아!”그러는 것이다. “하하하! 녀석하곤….”하고선 석훈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마련된 수족관에서 구피들이 몇 번씩 새끼를 낳고 또 그 새끼가 커서 새끼를 낳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찰된 특별한 것은 내가 아는 상식으로 물고기들은 암컷이 알을 낳고 그 위에 수컷이 정액을 뿌려 수정란을 형성하여 알을 까고 새끼가 되는데, 구피는 암컷이 직접 새끼를 배고 낳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새끼가 거동이 불편하면 그냥 먹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배가 불룩한 암 구피가 새끼를 낳을 때쯤이면 너나 할 거 없이 수족관을 지키고 있다가 새끼가 보이면 곧바로 작은 통에 옮겨 놓았다가 조금 크면 다시 수족관으로 옮겨 놓곤 했다. 이런 수족관이 어느 샌가 이끼가 끼고 수초가 무성해졌다.

처음엔 관심있게 열심히 물도 갈아주고 손질도 해주었는데, 관리가 점점 소홀하고 안해서인지 구피들도 활기가 없어지고 먹이를 자주 주는데도 말라가고 요즘 들어 부쩍 죽어가는 구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성은이가 “아빠! 대청소 한번 해줘요! 예? 제발!”하고 계속 징징 거려서 할 수 없이 지난 주일날 새 수족관을 사왔다. 새집으로 구피들을 옮기고 기존에 있던 수족관에 수초를 다 빼내는 동안 밑쪽에 쌓여있던 먹이 찌꺼기 분비물 등이 올라와 수족관 물이 진흙탕 물처럼 변하였다.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생활했으니 오죽 했겠나 싶었다. 매일 먹이 줄 때 보면 그래도 물이 괜찮아 보였는데, 그래서 모든 사물은 겉모습만 보아선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자갈들도 깨끗이 목욕을 시키고 양지 바른 곳으로 옮겨 놓았다. 그런데 깨끗한 환경과 깨끗한 물과 새 수초가 담겨진 수족관에서 며칠 전부터 죽은 구피들이 한 마리씩 나왔다. 이상히 여겨 자세히 보니 일부 구피들이 먹이를 먹지 못하고 배가 훌쭉한 것이었다.‘아! 새로운 환경에 옮겨졌다 하더라도 그 전 좋지 않았던 환경에 영향을 받은 상처가 상당히 깊어져 있었구나!’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새로운 환경에서 그 과거의 상처가 아물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수족관에 있는 구피들은 환경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서도 환경이 중요하다. 어느 책에서 우리의 몸에 가장 강한 부분이 혀라고 했다. 처음에는 의아해 했지만,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것이 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던 부분에 상당히 공감했다. 나는 거칠고 가끔씩 너무 직선적으로 말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나의 부정적이고 윽박지르는 말 한마디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어 겉으로 깨끗하게 보였지만 바닥에 오염 찌꺼기들이 수북이 쌓여 있던 수족관처럼 덕지덕지 쌓였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아내의 말 한 마디를 관심있게 들어주고 친절하게 대답해주고 내 자녀에게 쓰는 언어들을 부드럽고 긍정적인 언어로 바꾸어준다면, 나와 아내 그리고 우리 아이들 모두는 변화될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좋은 말은 습관인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하는 거울이다. 내가 하는 말투 표정 몸짓까지…. 그래서 부부가 닮고 자식들이 닮아가는 것 같다.

어제 아침, 성은이가 배가 홀쭉했던 구피 한마리가 힘에 겨워 겨우 숨만 쉬고 있는 것을 보고 안쓰러워 울먹이며 나에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빨리 청소해 달라잖아요. 아빠!” 다른 때 같으면 분명히 큰소리로 한마디 했을 텐데 조용히 안아주었다. 오늘 아침, 그 구피가 죽어있는 것을 딸이 깨기 전에 얼른 치웠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수족관 내면에 껴있던 때를 제거해 준 후 먹이를 주려고 통을 손에 쥐었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구피들이 꼬리를 흔들며 난리가 났다.‘고맙다. 구피들아! 살아줘서 그리고 먹어줘서…. 다시는 너희들 힘들게 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마!’
수족관에 비춰졌던 삶의 소중한 깨달음에 오늘도 감사하며 모난 돌 제거하고 둥근 세상 만들러 출발! 

당신의 기도는

풀잎에 맺힌 이슬마저도
걸음을 멈춘 찰나

‘또옥 또옥 또옥’
누군가의 노크소리에 눈을 뜨면
곤히 잠든 풀벌레의 선잠 깰까봐
조심스레 내딛는 새벽의 한걸음
주님의 기쁨이어라.

가슴에 꼬옥 품은 소원
두손모아 정성껏 기도하다
눈가에 맺힌 눈물 한방울
‘또옥’ 떨어지면
하늘문 두드리는 노크소리이어라.

사랑의 향기품고
돌아오는 가벼운 한걸음
어두움을 깨우는
영롱한 아침햇살처럼
세상의 참빛이어라.
-조갑주




조갑주 안양 웰빙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