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 잔 속에 스며져 들어가는 커피와 같은 삶을 음미해 봅니다. 쓴맛이 때론 신맛이 섞여있는 커피는 우리의 인생입니다. 또한 단맛을 보려면 시럽을 첨가하듯이 우리 삶에 좋은 취미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들을 첨가하면 되니까요. 화양연화입니다. 꽃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죠. 온갖 꽃들은 외출을 준비하는 새색시처럼 ‘오늘은 이 색상이 좋을까 저 색상이 어울릴까?’ 울긋불긋 다양한 색상의 옷들을 입었다 벗었다 여념이 없죠? 이 처럼 4월이 아름다운 이유는 겨울의 황량함과 잔혹함이 서럽게 녹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수복님의 ‘봄비’라는 싯구절이 생각납니다.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보통 우리에게 서러움의 감정은 홀로 외톨이가 되어 누군가를 기다리다 지쳐 있을 그때, 찾아와준 그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일 것입니다. 어쩌면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기다림의 끝에서 나오는 서러운 감정이지 않았을까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엘리엇의 시 ‘황무지’로부터 나온 말입니다. 전쟁으로 황무지가 된 땅속에서도
훈련이 무엇인가? 훈련이라 함은 연습의 강도를 높여 점점 체계화 하고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할 때 일정기간 있는 에너지를 다 고갈시킬 정도로 최선을 다하여 연습하는 것 아닌가? 운동선수가 그렇고 군인이 그러네.나는 생각훈련을 믿네. 훈련은 육체도 정신도 강하고 튼튼하게 하네. 지금 내가 행동하기 전 말하는 것이 있었고 그 이전에 생각이 있었네. 하나님께서도 천지를 창조하기 전 생각이 있으셨네. 그래서 난 생각하기를 좋아하네. 좋은 생각에는 항상 좋은 행동이 따르고 그 좋은 행동이 반복되어 좋은 습관이 되고 좋은 습관이 오래 지속되면 그 사람의 개성이 되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지. 그러나 나쁜 생각은 그 반대로 되네. 난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네. 그러나 가끔 부정이란 놈이 나의 목을 조여 오는 경우가 있지. 하지만 내안에는 부정이란 놈을 이길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난 잘 알고 있네. 그래서 지금은 잘 안되더라도 생각의 훈련을 통해 더 잘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네.본래 인간은 우주보다 더 큰 존재로 만들어졌다네. 그래서 그의 능력은 아무도 가늠하기가 힘들다는 거네. 난 골프라는 운동을 좋아하네. 골프를 통해 나의 생각훈련을 더욱 발전
나는 실로 오랜만에 문화 산책을 위해 아내와 길을 나섰다. 문화 산책의 테마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다. 대학시절 연극반 활동도 꽤나 열심히 했던 나로서는 이런 분위기가 ‘오랜만’이라는 게 살짝 부끄러웠다. 하긴 지금까지의 나의 삶속에선 느림을 찾아볼 수가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늘 바쁘게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빠름에 길들여진 습관으로는 도저히 느림을 표현하기는 어렵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야 하고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느림의 미학으로 삶을 산책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아내는 뮤지컬과 연극을 보는데 적잖은 돈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오감인 시각, 미각, 청각, 후각, 감정의 표출과 공감을 통한 문화의 경험적 소비는 사리지고 없어지는 다른 어떤 소비와는 다르게 다시 삶의 충전을 통해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원동력이 있는 듯하다.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배경은 스페인의 어느 지하 감옥이다.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는 죄수들과 함께 감옥 안에서 즉흥극을 벌인다. 라만차에 살고 있는 알론조는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자신이 돈키호테라는 기사라고 착각하고 시종인 산초와 모험
“이보게 친구! 전에 내가 골프가 무엇이라 했는가? ‘나를 발견하고 찾는 운동’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필드라는 자연에 다가서면 무엇이 느껴지는가? ‘혼연일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던가? 오늘은 싱글 핸디를 바라는 그대에게 골프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10센티의 미학에 대해 얘기해 주고 싶네.미학이 무엇인가? 자연이나 인생, 예술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의 본질이나 형태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닌가?나는 골프라는 자연을 통해 아이언과 드라이버의 가장 집약적인 부분인 볼과의 깊고 진한 만남의 길이를 10센티로 보네. 내가 보내고자 하는 방향도 이 10센티 안에 다 들어 있지.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지 않는가? 백스윙했다가 다운스윙, 그리고 임팩트 후 팔로우 쓰로우까지 한 개의 큰 원 혹은 두 개의 큰 원을 이루는 그 스윙이 단지 10센티를 이루기 위해 존재 한다니 말일세. 심지어 볼의 구질인 드로우, 페이드, 스트레이트까지도 그 10센티가 결정한다네. 이 10센티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골프의 싱글 핸디는 저절로 이루어 진다네. 그리고 그린에서의 10센티는 더 예술이네. 자연을 품고 있고 인생을 품고 있으니 말일세.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홀 컵 지름은 108mm
■ 조갑주 원장 올해의 수필상 수 상 소 감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지만매일 조금씩 성장하길 기대뒤쪽 어디쯤 있겠거니 생각했던 동장군이 내 앞을 성큼 앞질러 고개 돌려 나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나는 별로 친하지 않아 손을 내밀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번씩 오는 친구이고 세상일이 어찌 좋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겠냐 싶고 게다가 작년엔 왔다가 여행 간다고 바로 인사만 하고 갔던지라 움츠렸던 어깨를 펴들고 한번 웃어 주었더니 반갑다고 발을 구르며 마지막 남아있던 은행닢 하나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그래! 오늘 좋은 일이 있을려나? 큰 신환이 오려나 보다’ 생각하면서 출근했다.“안녕하세요. 치의신보입니다. 원장님께서 ‘치의신보 올해의 수필’로 당선되셨으니 수상소감문 부탁드립니다.” 출근하자마자 받은 전화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였다. ‘허어! 내가? 나에게 이런 일이? 글 재주도 없는 나에게? 그래! 조금 더 열심히 하라고 장려상을 주는가보네.’ 생각하면서 문득 어린 시절 ‘콩나물 시루’가 생각이 났다. 어머니께서 콩나물 시루에 시간 날 때마다 물을 붓는데 밑으로 전부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매일 커가는 콩나물을 보며 신기하다 생각
얼마 전 우리 네 식구는 저녁 초대를 받아 친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날 거실에 들어서자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수족관 두 개가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 아니나 다를까 살아 있는 생물에 관심이 많은 우리의 딸 성은이와 아들 석훈이가 수족관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그러자 친구의 딸이 “이건 구피고, 저건 레인보우 구피고, 음, 저 바닥에 붙어 있는 건 청소 물고기야!” 하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아이들은 식탁과 거실, 큰 방과 작은 방을 오가면서 오랜만에 무척이나 신이 난 모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 속에 담은 우리 아이들 유학생활 얘기, 교육 문제, 세상 돌아가는 얘기, 치과 이야기들은 시계의 큰바늘에 올라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몇 바퀴를 돌고서야 겨우 자리를 마감할 수 있었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그렇지만 아들 석훈이가 마지막까지 수족관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친구의 딸이 구피 몇 마리와 수초를 분양해준다며 봉지에 물 부어 담아주었다.우리 아이들은 들뜬 기분으로 돌아오는 차에 올라타 화음을 넣으면서 수족관을 노래하였다. 얼마 전부터 두 녀석들은 강아지를 사달라고 계속 졸랐는데 기르는 게 힘들고 집에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