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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일본의 치과의원 두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방문하기 전, 일본의 치과계에 대한 안좋은 소식들을 익히 들은 지라, 그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고 있는 치과의 모습은 어떨까 내심 기대가 컸습니다. 특히 이번 방문은 요즘 예방치과진료가 잘 정착된 곳을 미리 소개받고 간 것이라, 책과 강의에서 배운 예방치과진료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제게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한국과 정치, 경제, 문화가 비슷하고 좋은 것은 항상 한국보다 5~10년 이상은 앞서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치과의료제도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일본의 의료보험제도를 근간으로 해서 한국 현실에 맞게 발전해왔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한국 치과계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 할 때 일본의 사례를 많이 언급하십니다. 제가 이번에 방문한 일본 치과의원의 모습은 어쩌면, 10년 뒤의 우리 동네 치과의원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두 곳의 치과의원을 면담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중의 하나는 직원의 장기근속(長期勤續)이었습니다. A치과는 오직 치과의사 한명과 직원 한명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비록 직원이 치과위생사는 아니지만 14년째 원장과 손발을 맞춰, 치과의사의 진료 보조와 치과의원 운영의 전반에 매우 능숙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B치과는 치과의사 한명과 치과위생사 2명, 그리고 진료보조원 3명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일본의 치과의원의 모습이 아닐까 했습니다. 전반적인 치과 소개와 예방진료를 소개해준 치과위생사에게 치과에서 이런 업무를 맡은 지 얼마나 됐는가 물었을 때, 이 분 역시, 10년이 넘었고, 개원 초기부터 현재까지 함께 해오고 있다는 말에 치과위생사의 자기 치과에 대한 자부심과 그를 바라보는 치과의사의 모습에서 동료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한국은 어떨까? 많은 치과의사를 만났었지만, 제가 기억하는 직원들에 관한 이야기는 긍정보다는 부정, 칭찬보다는 불평, 동료보다는 갑을관계에 관한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물론 경험이 미숙한 젊은 치과의사들의 투정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일반화해서 한국 치과의원에서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관계는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치료 중심의 치과 패러다임에서는 당연히 치과의사가 중심에 있었고, 치과위생사는 보조자 역할이었으며, 치과위생사는 당장 없어도 다른 진료보조 인력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그런 대체가능한 진료보조 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치료 중심에서 관리 중심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받아들인 일본 치과계에서는 치과위생사는 신규로조차도 대체불가능한 치과진료의 한 축을 이루는 치과의사의 동료이자 치과의원의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두 직종 간의 관계는 상하가 아닌 수평으로서, 같은 공간에서 환자의 치료와 관리를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동료 관계였습니다.

하나의 기업을 함께 창업해서 또는 한 직장에 함께 입사해서 우리 회사, 우리 직장의 발전과 번창을 위해 온갖 수고를 다한 내 동료가 우리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요? 우리를 믿고 수년 동안 거래한 고객이 내 동료를 만나러 다시 찾아왔을 때, 만약 그가 퇴사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고객의 심정은 어떨까요?

우리를 믿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시 찾아온 환자에게 우리 치과의원이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신뢰는 바로 그 순간 우리가 함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환자가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은 더 많아질 거라 믿습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치과위생사와 치과의사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승화 부산대 치전원 예방치과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