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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배 타고 다도해 섬 구석구석 섬마을 진료봉사 나선 사연?

여수 낙도 치과주치의 신정일 원장 중고요트 구입후 따 행복진료 나서, 한센인 진료도 20년째

지난 20일 아침 여수 소호요트경기장. 선착장에 정박된 배들 사이로 ‘예의료봉사단 Dental Clinic’이라는 마크가 선명한 작고 하얀 요트가 눈에 띈다.

“파도가 잔잔해서 배 멀미는 안 나겠네요.”

어느새 나타난 신정일 원장(여수 예치과의원)이 요트에 시동을 건다.

여느 치과의사라면 병원에 출근할 준비를 할 시간에 신 원장은 익숙한 듯 키를 잡고 이달의 봉사지역 화태도로 요트를 몰았다.


“배 타고 진료봉사 다니려고 조종사 면허까지 취득했습니다. 이렇게 한 달에 한번 섬으로 진료를 하러 가는 시간이 저에게는 행복이고 기쁨입니다.”


하얀 물보라를 뒤로 남기며 달리길 40여분. 120여 가구가 산다는 화태도(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리)에 도착했다.


진료봉사가 이뤄질 화태다목적복지회관에는 이미 신 원장의 손길을 기다리는 노인 10여명이 차례를 정해 앉아 있다.

최춘자 할머니(70세)는 “섬에 살면 육지 병원 한번 나가기가 정말 어렵다. 또 막상 나가도 비용이 부담돼 제대로 치료도 못하고 온다. 신 원장님이 와서 한번 봐주고 가면 한동안 씹을 걱정은 안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부터 여수지역 낙도에 들어가 진료봉사를 하기 시작한 신 원장은 2006년 직접 중고요트를 구입해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다도해 이 섬 저 섬을 돌며 진료봉사를 하고 있다.


신 원장이 섬에 들어가 하는 의치조정이나 간단한 충전, 신경치료 등은 육지와의 교통편이 여의치 않고 경제력이 취약한 섬 노인들에게 큰 힘이 된다.


# 외딴섬 노인들에겐 ‘치과의사 아들’

“아들딸은 다 시집장가 보내셨느냐”, “얼굴이 저번보다 야윈 걸 보니 요새 식사를 잘 못하시느냐”고 물어보는 신 원장의 따뜻한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쩌면 섬 노인들에게 더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신정일 원장은 “대학시절 서클 활동으로 의료봉사를 하며 큰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이후 여수에 개원을 하며 지역사회 한센인 요양원 애양원과 인연이 닿아 1995년부터 한센인 대상 진료봉사를 했는데 점차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을 넓히다 보니 낙도 봉사로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도 화태도 봉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애양원을 찾은 신 원장. 우리사회의 그릇된 인식으로  오랫동안 외로웠던 한센인들에게 신 원장은 옆에 있어 준 오랜 친구였다. 


신 원장은 “봉사활동을 해 온지가 20년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간단한 진료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아 했던 활동이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봉사활동을 도와준 예의료봉사단의 우리 직원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이 나눔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 원장에게 ‘치과의사에게 있어 행복이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 삶도 나누지 않으면 비만에 걸려

신 원장은 “치과의사의 행복이 따로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과 저녁을 먹으며 웃고 얘기하는 것,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사는 것이 사람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많이 먹기만 하면 비만에 걸리는 것처럼 삶도 나누지 않으면 비만에 걸리는 것 같다. 조금 더 주위와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갖고 환자와 직원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