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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교수님 이야기

스펙트럼

“김원장, 잘 있어요? 내가 며칠 뒤에 귀국하는데 병원에 들를 테니 병원서 만나요” 반가운 목소리의 K 교수님의 전화이다.

K 교수님과의 인연이 언제부터 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그 분과의 만남에는 Dr. Nieusma(한국 명, 유수만)와의 추억이 배경이 된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에 와서 30년 가까이 치과의료선교사로 젊음과 열정을 쏟아 붓고 가신 Dr. Nieusma는 대학시절부터 내게 많은 영감과 도전을 주신 분이었다. 광주기독병원에서 수련의로 그분의 지도를 받은 K 교수님은 이후 광주의 한 대학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셨고 이후 학장과 병원장을 역임하시고 최초로 그 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하신 분이시다. 치과의료선교회(DSI)가 Dr. Nieusma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것이 1982년이니 벌써 33년이 지났다. 그간에 이러 저러한 모임에서 K 교수님께서는 언제나 인자한 미소로 한참 후배인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하지만 우리의 끈끈한 인연은 약 7~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정년퇴임을 앞둔 K 교수님을 찾아 뵈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우리는 중앙아시아의 한 도시에 세워진 치과병원의 교육과 운영을 맡아줄 치과의사를 찾고 있었는데 우리의 레이더 망에 K 교수님이 포착된 것이었다. 정년을 하고 나면 그 동안 준비한 대로 외국에 나가 치과의료인들을 가르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해 주면서 살겠노라고 하신다는 소문이 들린 것이었다. 몇 년 동안 중국을 생각하시고 열심히 중국어를 배우시면서 준비하신 교수님에게 우리는 교수님이 먼저 가실 곳은 중국이 아니라 중앙아시아라고 간곡히 청하면서 회유(?)와 압력(?)을 행사하였다.

결국 교수님은 정년퇴임식을 하시고 2009년 중앙아시아로 떠나시고 그 곳에 세워진 치과병원의 정말 어렵고 힘든 여건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때로는 아버지같이 혹은 큰 형님같이 섬겨주셨다. 약 2년의 시간 동안 베푸신 사랑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른다. 그 이후 다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에서 그리고 또 다시 중국의 한 도시에서 그리고 지금은 동남아시아의 한 빈국에서 똑 같은 열정과 사랑으로 섬기며 살고 계신다.

가끔 귀국하셔서 우리 병원을 방문하실 때면 언제나 그 동안 환자를 돌보면서 아쉬웠던 것들을 풀어내시곤 하는데 그 때마다 나는 정말 많은 감동을 받는다. 무엇보다 환자를 잘 치료해 주시기 위해 교수님의 전문분야인 보철 이외의 치료과목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싶으셔서 이것 저것을 물어보시고 또 새로운 재료나 기구 장비에 대해 여쭤 보실 때면 이 분의 그 겸손과 열정에 머리가 절로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44년생이시니 올해가 우리 나이로 72세시고 작은 체구에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이 영락없는 시골아저씨 같지만 작은 배낭을 어깨에 둘러메신 채 환하고 인자한 웃음으로 찾아오시는 교수님은 그 동안 길러낸 많은 후학들로부터 존경 받으며 이 땅에서 편하게 지내실 수도 있지만 오래 전에 품은 뜻대로 치과의료인의 봉사의 삶을 살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은 소원을 기쁘게 이뤄가고 계시다. 청년 시절 벽안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것을 그 대로 실천하시는 교수님의 삶을 가까이 보면서 내게는 오래 전 읽은 책의 제목이 크고 선명하게 떠 오른다.

 “삶으로 가르친 것만 남는다”
오늘 교수님께서 오셨다. “교수님,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나의 인사는 뒤로하시고 어느새 가운을 입고 진료중인 내 뒤로 오셔서 물으신다 “김원장, Class II 컴퍼짓 충전할 때 타이트한 컨택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 그리고 수평매복지치 발치를 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명진 크리스탈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