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23.9℃
  • 맑음강릉 19.4℃
  • 맑음서울 25.6℃
  • 맑음대전 27.4℃
  • 맑음대구 30.4℃
  • 맑음울산 23.1℃
  • 맑음광주 26.3℃
  • 맑음부산 22.1℃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1.9℃
  • 맑음강화 21.1℃
  • 맑음보은 26.8℃
  • 맑음금산 26.0℃
  • 맑음강진군 26.6℃
  • 맑음경주시 25.7℃
  • 맑음거제 25.5℃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돌아온 탕자 이야기

스펙트럼

화를 참지 못하고 표현하다니… 화를 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낸 일이 과연 있을까? 화를 내기는커녕 미워하는 마음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틀어지고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된다.

얼마 전 한 모임을 준비하면서 미움이 싹터서 일을 그르치게 되었던 경험을 하였다. 나름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을 무렵이었다. 모임을 위하여 모두들 애를 쓰고 있는 중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회의 도중 사사건건 시비를 내어 방해만을 일삼는 회원이 있었다. 차라리 나오지 않는다면 도움이 되겠다는 의견도 일축하고 준비를 해나갔다. 만족스럽진 못해도 나름 잘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추진력이 바닥이 났을까? 모임 전날 그 동안의 회한이 밀려오며 갑자기 미워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 행사당일 나가기 조차 싫게 되었고, 결국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이야기가 떠오르며 어리석음과 사랑이 부족하였음을 고백한다.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릴 것 없이 제게 돌아올 몫의 재산을 지금 나누어 주십시오. 그래서 아버지는 재산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며칠 후에 작은 아들은 자기 몫을 다 챙겨가지고 먼 지방으로 떠났다. 거기서 술과 여자로 세월을 보내면서 돈을 허비해버렸다. 돈은 이미 다 떨어진데다 그 지방에 큰 기근이 들어 그는 끼니조차 이을 길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한 농가에 찾아가서 애원하다시피 하여 돼지를 치게 되었다.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라도 먹고 싶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넉넉히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제서야 제정신이 든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가 계신 집에는 일꾼들까지도 양식이 풍족하여 먹고도 남는데 여기서 나는 굶어 죽겠구나! 아버지께로 돌아가 이렇게 말씀을 드려봐야겠다.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습니다. 저를 일꾼으로라도 써주십시오.’ 그래서 그는 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아들이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본 아버지는 측은한 마음에 달려가 아들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말하였다. ‘빨리 집에서 제일 좋은 옷을 지어다가 내 아들에게 입혀라. 그리고 손에 보석 반지를 끼워 주고 발에 신을 신겨라. 또 살진 송아지를 끌어내다가 잡아라. 잔치를 열어 이 기쁨을 나눠야겠다. 죽었던 내 아들이 다시 살아왔다.’ 그를 잃었다가 찾은 것이다. 그래서 잔치가 시작되었다.

한편 밭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오던 큰 아들은 집 가까이 이르렀을 때 자기 집에서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그는 종 하나를 불러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종이 대답하였다. ‘주인님의 동생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주인님의 아버지께서 무사히 돌아온 것을 축하하시고자 살찐 송아지를 잡아 큰 잔치를 벌이셨습니다. 큰 아들은 화가 나서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와서 그를 달랬으나 그는 아버지에게 투덜거렸다. ‘저는 여러 해를 두고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제게 말씀하신 것 중의 어느 하나도 거역한 일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지금까지 제게는 친구들과 함께 잔치를 벌이라고 염소 새끼 한 마리 주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에게 아버지의 돈을 다 써버린 아들이 오니까 살찐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는군요.’ 아버지가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었고 내가 가진 것이 모두 네 것이 아니더냐? 그러나 네 동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왔고, 잃었다가 다시 찾았으니, 잔치를 벌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

그동안 열심히 아버지를 도와 노력하였던 자신과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동생을 비교하게 되었고, 결국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형이 동생과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면, 모두 함께 즐거운 잔치가 될 수 있었으리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의석 고려대구로병원 구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