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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치과의사'는 아직 부족하다!

스펙트럼

치과의사로서 계속 피교육자의 신분으로 지내다가 4년 전 갑작스럽게 교육자의 신분으로 바뀐 후, 나를 대하는 선후배 치과의사의 존중과 배려가 여전히 내겐 어색하다. 예방치과, 구강보건학 전공 교수로서 치과계를 위해 이미 많은 업적을 일구신 선배 교수님들 때문일까, 내 앞가림도 못하는 요즘, 자의반타의반으로 치과계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기 위해 혼자 생각이 많아진다.

요즘 부쩍 예방치과가 화두이다. 예방의 가치를 이제라도 인식하기 시작한 우리 치과계가 다행스럽긴 하지만, 일부에선 치열한 환자유치 경쟁 속에서 예방치과를 하나의 환자 유인 수단으로 대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앞선다. 치과계 인력이 계속 증가하고, 기존의 진료패턴에 맞는 환자 수요는 줄면서 새로운 진료분야를 창출하는 것은 어찌보면 치과계 생존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예방치과가 치과계도 살리고, 덩달아 국민의 건강한 삶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예방진료가 필요한 사람보다 아직 치과 문턱에 발을 들이지 못한 사람이 더욱 많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고, 그들의 치과문턱을 더 낮추는게 내겐 더 큰 화두이며, 내가 예방을 전공한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국민의 치과치료부담을 낮추기 위해 건강보험급여화 항목을 늘리거나, 치과의사 인력 수급 조절과 경쟁 유발을 통해 진료수가를 안정화하려 하며, 이는 치과계 구성원 모두의 관심사이다.

임플란트와 틀니 급여화는 고가의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면에서 국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노인계층에만 한정되어 있고, 실제 혜택을 받는 국민은 많지 않다는 측면에서 생색내기용 선거용 정책 아니냐란 비난이 있다. 실런트, 스케일링 등의 급여화는 그 대상이 어린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치과의 문턱을 낮추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개원가 입장에선 낮은 수가 책정으로 인해 기존의 원칙과 소신을 갖고 최선의 예방진료를 해오던 치과의원의 상실감이 커졌다. 또한, 개원가에선 무니만 스케일링 아니냐 할 정도로 스케일링이 후속처치없이 단순치석제거 행위에만 초점을 맞춘 연 1회성 행사로 인식됨으로써 전문가치면세균막 관리와 같은 예방진료술식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은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정책적 효과가 입안자의 의도대로 향후 국민의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의 감소, 의료지출비용 감소로 이어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식유병률과 치석보유자율은 감소하겠지만, 정작 국가와 국민이 지불하는 의료비는 증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치과의사 인력은 과잉이다라는 것이 치과계 종사자라면 당연하게 인식된다. 2009년 기준 십만명당 치과의사수가 OECD 국가 평균이 61명에 반해 우리나라는 42명으로 여전히 부족하지만, 매년 치과의사 증가율은 4.7%로 OECD 국가 중 2번째로 높고, 활동치과의사의 비율(2012)이 81.7%로 역시 OECD 국가 중 2번째로 최상위권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치과의사의 신규진입과 은퇴가 균형을 이루어 질 시점까지는 현재의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 전망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치과의사 구인은 쉽지 않다. 한 편에서는 더 이상 개원자리 구하기 어렵고 경쟁이 치열하다며 치과의사의 과잉을 성토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치과의사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볼멘소리가 들린다. 한 지역의 보건소 치과의사 채용 공고에 지원자가 없어 내게까지 추천이 온 적도 있고, ‘어떤’ 개원가에서는 실력있는 전문치과의사의 구인난에 시달리고, 시골지역에서는 도심에 그 흔한 치과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대형 종합병원 치과에서도 적임자 찾기가 어려우며, 대학과 대학병원의 전공 교수 구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특히, 기초를 포함한 소위 비인기 전공분야는 향후 학문 세대 교체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현재 상황은 심각하다.

우리 치과계를 지탱하는 것은 개원가만이 아니라고 생각해본다. 개원가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환자를 돌보며 한쪽에서 치과계를 떠받치고 있을 때, 다른 쪽에서는 치의학이라는 학문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지탱하기 위해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쪽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수록 다른 한쪽은 더욱 힘이 부친다. 한쪽을 더 높이 들게 되면, 결국 균형이 기울어 우리가 지금껏 쌓아올린 치의학의 가치가 바닥에 흩어질까 두렵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치과의사의 과잉을 말하는 요즘, 치과의사가 부족한 곳을 함께 돌아보고 그 해결방안을 위해 함께 고민해주길 바래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승화 부산대 치전원 예방치과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