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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추천도서-수불석권(手不釋卷)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후한이 멸망하고 위·촉·오의 삼국시대에 오나라 장수 여몽은 어려서 매우 가난하고 제대로 입고 먹지도 못했으며 글을 읽고 공부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공을 쌓아 전쟁에서의 공로로 장군이 되었습니다. 그의 군주인 손권은 학식이 부족한 여몽에게 책을 읽고 공부할 것을 권했습니다.

이때 해준 이야기가 ‘후한의 황제 광무제는 변방일로 바쁜 가운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라는 ‘수불석권(手不釋卷)’이었습니다. 이에 깨달음을 얻은 여몽은 전장에서도 학문에 정진했고 얼마 후 손권의 신하인 노숙이 옛친구 여몽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다가 몰라보게 박식해진 여몽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놀란 그에게 여몽이 해준 이야기가 ‘선비가 만나서 헤어졌다가 사흘이 지난 뒤 다시 만날 때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야만 한다’는 ‘괄목상대(刮目相對)’였습니다.


수불석권이 주는 교훈은 단순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가 아닙니다. 바로 ‘바쁜 가운데에서도’ 책을 읽었다는 겁니다. 우리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못 읽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하루 2시간씩 사용합니다. 제 경험상 말씀드리자면 바빠서 읽지 못하는 책은 시간이 생겨도 절대 읽지 않습니다. 2015년의 반이 지나갔습니다. 후반기에는 수불석권을 생활화 하시어서 괄목상대하시길 바랍니다.


해도 해도 일이 줄지 않을까?
워킹맘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타임 푸어』 더퀘스트, 2015

비싼 집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우린 ‘하우스 푸어’라고 얘기합니다. ‘타임 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고 있지만 나에게만은 유독 시간은 부족합니다.

시간의 주인이 아닌 노예로 전락한지 오래된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사실 너무 단순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의 주인이 되어 마음껏 일하고, 사랑하고, 놀아라!”라는 일, 사랑, 놀이라는 세 가지 영역의 조화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늘 시간에 쫓기는 ‘워싱턴포스트’의 유능한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흔히 말하는 워킹맘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타임 푸어’에 백기를 들고 읽어버린 시간을 찾고자 기나긴 탐구를 시작합니다.

이 책의 결론이 의외로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그 결론을 얻기까지 그녀가 탐구한 시간들을 따라가는 여정의 재미는 무척 솔솔합니다. 특히 워킹맘의 입장을 너무나 잘 그려주고 있어서 워킹맘은 물론이고 주위의 워킹맘을 대하는 남성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당신도….


백년전에 무너진 성터를
목적없이 산책하는 짜릿함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 북스피어, 2015

이 책은 북스피어에서 출간하는 다섯 번째 박람강기 프로젝트입니다. 각 출판사들의 출간도서 목록을 잘 살펴보시면 의외로 재미난 프로젝트들이 많습니다. 박람강기 프로젝트 시리즈는 장르소설을 탐독하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글을 두루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로 특별히 장르소설가로 알려진 작가들이 쓴 ‘뜻밖에’ 반가운 에세이들을 모은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체스터튼도 탐정소설가로 유명했던 영국작가입니다. 100년이나 지난 글을 보는 것이 조금은 지루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역설의 대가답게 그의 독설과 농담이 짜릿한 희열을 주기도 합니다. 이 책이 읽기 좀 난해하다는 생각을 해서일까요? 옮긴이의 말을 보니 독자자신이 백 년 전에 무너진 어느 옛 성터를 목적없이 산책중이라고 상상해보라고 합니다. 그런 느긋한 걸음속에 저자와 만나는 순간, 이 에세이들에서 즐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좌파도 우파도 없는
이상한 한국 정치와 한국 사랑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문학동네, 2015

이 책은 몇 년 전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다니엘 튜터의 신작입니다. 어느 누구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입에 거품을 물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정치는 우리에게 예민하고 또 우리의 생활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지대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식견이 있어봐야 뭐...라는 마음은 글을 몇 페이지 읽다보면 사라집니다.

‘서양좌파가 말하는 한국정치’라는 표제와는 달리 이 책은 꽤 객관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에서 우리는 적지 않게 많은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좌파나 우파를 심하게 편 가르듯 따지지만 저자가 말하는 한국의 모습은 ‘좌파도 우파도 없는 이상한 정치’의 나라입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정상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효율적인 야권이라고 말합니다. 늘 ‘돌 던지는’ 저격수 역할에만 충실한 전략으로는 ‘만년 야당’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386 아저씨만을 위한 야당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제시해야만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경제기자 출신답게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제조업에 대한 우려를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진정한 한국 사랑을 엿보게 됩니다. 조금은 더 객관적인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보고 싶다면 정독을 권합니다. 가볍게 읽혀도 읽고 난 후의 무게감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