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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추천도서-책씻이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책거리라고도 불리는 이 말은 책을 한권 다 읽고 공부한 후에 끝난 것을 기념하여 선생과 친구들에게 한턱내는 일을 말합니다. 이처럼 기념을 할 정도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호킹지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에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이름이 떠오르시나요? 맞습니다. 이 말은 스티븐 호킹의 이름을 딴 지수로 우주와 물리와는 상관없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지수입니다. 베스트셀러인 그의 책 <시간의 역사>가 의외로 끝까지 읽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에서 착안한 지수입니다. 즉 이 지수가 낮을수록 읽은 양이 적다는 것입니다. <시간의 역사>의 지수가 6.6%라고 합니다. 100페이지라고 봐도 6~7페이지밖에 읽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정확한 지수는 아니지만 호킹지수가 50%를 넘는 책이 드물다고 하니 끝까지 읽지 못하는 책이 많은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책을 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살 권리로 책을 샀다고 해서 읽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책이란 것이 단 한 줄만 읽어서도 의미가 있는 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씻이를 해야 할 정도로 책 한권을 제대로 읽는 일이 기념인 일이 될 정도가 된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호킹지수가 지나치게 낮다면 본인의 도서구매 패턴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남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지 못하거나,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남을 의식해서 사거나 하는 것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독서습관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책을 골라서 자신의 호킹지수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서재에 꽂힌 책을 한번 돌아보세요. 당신의 호킹지수는 어떤가요? 책씻이 한번 제대로 해봅시다.

행복의 원천을 찾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다
『철학의 신전』 생각정원, 2015
동아시아가 세계를 주도하게 될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우선 서양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리고 서양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호메로스를 알아야 하고 호메로스를 제대로 비판한 플라톤의 연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플라톤의 <국가>는 웬만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에 벅찬 책입니다. 흥미로운 호메로스와 플라톤의 대립 구도를 이처럼 재미있게 전개해줄 수 있는 저자가 있다는 것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삶과 죽음, 저승과 영혼, 인간과 신을 둘러싼 두 세계관은 결국은 인간의 행복에 대한 기술입니다. 행복의 원천을 찾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고 기존의 사유 체계를 부정하는 것 또한 철학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행복한 개인, 정의로운 국가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고찰하는 저자 나름의 철학 산책로를 따라서 한번 나가봅시다. 그 산책의 끝에는 반드시 뭔가가 당신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열두 살부터 여든여덟까지
일기로 남긴 내 몸 이야기
『몸의 일기』 문학과 지성사, 2015
한 할아버지가 평생 자신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쓴 일기를 유산으로 남겼습니다. 그것도 딸에게. 처음에는 이 책이 나왔다고 해서 조금 엽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초반부에 딸에게 유서로 남기 이야기를 읽어보았을 때에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딸아, 이건 내면 일기는 아니란다. 너도 알겠지만, 난 끊임없이 요동치는 정신의 상태를 반추하는 데 대해선 거부감을 갖고 있거든. (…) 난 매일매일의 느낌을 적은 게 아니란다. 열두 살 때부터 여든여덟 살 마지막 해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일이 생길 때마다 - 우리 몸은 놀랄 거리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지 않지 - 기록을 한 거란다. 사랑하는 내 딸, 이게 바로 내 유산이다. 이건 생리학 논문이 아니라 내 비밀 정원이다.”
이런 매력적인 일기를 유산으로 남기다니 그 내용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오로지 몸에 대한 이야기임에 불구하고 이 책에는 그의 철학과 인생이 담겨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몸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 샘입니다.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치아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역사가에 의해 요리된
맛있는 세계사를 만나다
『세계사 브런치』 부키, 2015
역사는 참 묘하고 재미있습니다. 어디에 어떤 식의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서 역사의 한 장면이 달라집니다. 역사가에 의해 요리되는 이야기는 때로는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맛있고 근사한 브런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적어도 제게는 꽤 맛있는 브런치였습니다. 특히 다양한 인문고전 45권의 영어원문을 함께 실어서 그 내용을 같이 음미하는 것도 독특한 접근입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사마천의 ‘사기’,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 등 가려 뽑은 동서양 고전에다가 보들레르의 ‘성 베드로의 부인’과 같이 해당 사건과 엮여 있는 문학작품과 일화를 망라해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세계사의 중요한 명장면들을 보는 듯한 책의 구성은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중요 27개의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들을 하나씩 접할 때마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옛날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조금은 선명해지는 희열도 느껴집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저자의 이력도 독특하지만 그의 독서력과 이해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