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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초의 마법

스펙트럼

7초는 흡연자가 니코틴을 흡입해서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니코틴이 폐와 혈액순환을 통해서 뇌의 보상회로에 도달하면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흡연자는 7초만에 쾌락을 느끼게 됩니다. 이 쾌락 덕분에 자신에게 쌓여있던 스트레스까지 해소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을 고려하면 흡연은 꽤 괜찮은 7초의 마법입니다. 그래서 자유가 엄격히 제한되고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인 군대에서 담배를 배운 사람들은 금연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담배가 단순한 쾌락물질을 넘어서 7초만에 자신을 답답한 스트레스 환경으로부터 구원해주는 구세주의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담배는 천식환자가 가지고 다니는 기관지확장제(벤톨린)처럼, 협심증 환자가 응급상황시에 혀 밑으로 넣는 혈관확장제(니트로글리세린) 처럼 그렇게 흡연자를 스트레스로부터 구원해주는 상비약이자 구세주가 되어갑니다. 

하지만 구세주가 필요하다는 것은 반대로 자신이 감옥에 갇혔다는 뜻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에서의 삶을 감옥처럼 희망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구원해 줄 신을 만들어 내듯이, 삶의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 니코틴이 점점 필요해진 흡연자들은 니코틴을 단순한 쾌락 물질에서 자신을 구원해주는 물질로 창조하기 시작합니다. 더욱이 이 물질의 양은 점점 더 늘어나야 하고(내성), 이 물질이 없으면 끝없는 갈망(금단증상)에 휩쌓이게 됩니다. 나중에는 니코틴이 없으면 스트레스라는 상황에서 도저히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까지 의존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예전에는 자신에게 불필요했던 물질이나 행위의 감옥에 스스로 갇히게 되어서 빠져 나오기 어렵게 되는 현상을 우리는 중독이라고 부릅니다.

외부적인 물질이나 행위에서 쾌락을 얻을수록, 더군다나 그 쾌락이 나를 삶의 어려움으로부터 구해준다고 느낄수록 우리는 중독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워 집니다. 나를 군대의 억압된 환경에서 구해주던 니코틴이 내 몸을 망가뜨리는 물질로 변하고,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자신을 구원해 주던 스마트폰 게임이 나중에는 그 청소년을 가두는 게임 중독이 됩니다. 매일매일의 진료 스트레스를 풀어주던 치과 매출은 나중에는 원장의 감정을 가두는 중독 지표가 되고, 자신을 공허함이라는 감옥에서 구원해주던 음식은 나중에는 탄수화물 중독으로 변해서 나를 비만의 감옥에 가둡니다. 내가 스스로 만든 감옥이라는 의미에서 불교에서는 그런 것을 카르마(업)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삶의 어려움은 내면의 힘을 키워서 극복해 나가는 것이지 외부의 것으로 쉽게 의존해서 풀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돌아보고 나의 깊은 곳과 대화하며 내면의 잠재력에 눈을 뜰 때, 외부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됩니다. 술, 담배, 치과매출, 스마트폰, 연애, 음식 등을 통해서 나를 어려움으로부터 구원하려고 시도하면 나는 결국 그것의 감옥에 갇히게 되는 자업자득의 결론을 낳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7초의 마법’을 뿜어내는 사람들과 금연 상담을 하면서 제 삶도 다양한 모습의 ‘7초의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혼자만의 주문을 외워 봅니다.
I need nothing. I am free! 나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나는 자유롭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옥용주 내이처럼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