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개원할 때 치과의 이름을 짓고 간판을 걸면 새로운 생명체처럼 치과가 태어납니다. 적어도 개원한 그 원장에게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의미있는 꽃이 막 피어난 것입니다. ‘나는 눈이 너무 작아서 먼지가 안 들어가~~’라고 자신의 콤플렉스를 언어로 유희하는 순간 콤플렉스는 뽑아내고 싶은 잡초에서 모두를 행복하게 할 유머의 꽃 봉오리로 변하게 됩니다. 직원의 숨겨진 능력을 원장이 칭찬이라는 마술을 통해서 찾아내면 직원의 잠재력이 만개하는 계기가 됩니다. balancing contact이라는 현상을 발견해서 차팅을 한다면 환자의 숨겨졌던 턱관절 통증의 원인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게 됩니다. palate를 tongue space라고 불러줄 수 있다면 입천장이 좁을 때 혀가 저위되고
신체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진 자율신경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애쓰지 않더라도 신체는 이 자율신경계를 통해서 체온, 혈압, 소화, 면역, 감정 등 인체의 핵심적인 기능들을 알아서 조절합니다. 병이란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져서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정의해 볼 수 있습니다.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으면 부교감신경이 출동해서 교감신경이 만든 팽팽한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부교감신경이 오랜동안 몸을 지배하면 교감신경이 작동을 강화해서 다시 몸을 균형점으로 되돌려야 하는데 이런 균형시스템이 깨진 상태를 병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직장에 출근해서 일에 열심히 집중할 때는 일종의 긴장상태로서 교감신경이 우위에 서게 되고 부교감신경은 억눌린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저녁에 편안한 집으로 돌아오면 신체는 부교감신경이 주도권을 잡고 교감신경의 작용은 줄어든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부교감신경은 몸을 이완시킴으로써 낮 동안 혹사되면서 고갈되었던 몸의 에너지를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적을 만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은 교감신경을 통해서 피부나 소화기, 면역계로 가는 혈관들을 수축시키고 근육으로 피를 몰리게 합니다. 일단 급한 곳으로 혈액과 에너지를 집중해서 사용하도
기능을 위해서 필요한 공간을 기능공간(functional space)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저작과 발성을 위해서 필요한 악간거리(freeway space), 원활한 호흡을 위한 기도공간(airway space), 건강한 턱관절을 위해 필수적인 관절 공간(joint space)등이 악안면 영역에서의 기능공간의 좋은 예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치과의사는 알게 모르게 악안면과 관련된 기능공간들을 변화시키고 그 공간들을 재배치하는데 중차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능 공간의 개념을 잘 이해하면 악안면 구조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됩니다. 심한 총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발치하는 것은 치아배열은 가지런해 지지만 혀를 위한 기능공간은 침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치아가 닳아도 시리지만 않으면 기능에 문제가 없다고 예단하기 보다는, 치아가 닳아서 수직고경이 낮아지면 악관절이 후상방으로 밀리면서 악관절의 기능공간이 무너지게 되리라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교정후의 재발은 안정되지 못한 기능공간을 다시 재구성하려는 혀나 아래턱의 보상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은 상악이 좁아서 혀가 저위(밑으로 위치되는 것)되거나 하악이 후퇴되어
어렸을 적부터 시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달동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절대적으로 주어진 시간이야말로 신이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하고 거창한 개똥철학까지 가져보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다양한 인생 경험이 하나씩 쌓이면서 과연 시간이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똑같이 흐르고 주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갸우뚱 할 때가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미인과 같이 있을 때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 3시간이 3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에 가면 3분이 3시간처럼 느껴질만큼 시간이 더디게 흐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시간은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중력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하는 고무줄 같은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큰 중력이 미치는 공간일수록 시간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 블랙홀같이 중력이 거의 무한대인 곳에서는 시간은 천천히 흐르다 못해 아예 멈추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얼핏 이런 시간의 가변성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의 믿음과는 상관없이 시간의 상대성 원리는 이미 증명이 된 과학이기도 합니다. 대기권 위를 도는 인공위성은 지상에 있는 물체보다
치과의사는 보통 왼손에 들고 있는 작은 거울의 이미지를 참조해서 치료를 합니다. 숙련된 치과의사 일수록 거울에 비춰진 구강조직의 이미지만 가지고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우리는 거울에 비춰진 거울 이미지에 대해서 익숙한 편입니다. 하지만 거울의 이미지는 원인이 되는 실체가 아니고 실체가 비춰진 현재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것을 착각해서 거울에 비춰진 모습이 진짜이고 전부인 양 믿고 행동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 벌어질까요? 그래서 거울을 처음 본 침팬지 중에는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과 다투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표정을 보고 내면의 상태를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표정이란 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반영된 거울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찡그린 내면과는 다르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 부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이 묻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꿈은 나의 무의식이 반영된 거울 이미지 일 뿐 실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꿈을 실제처럼 느끼다가 깨어났을 때 한번쯤은 느꼈을 안도감은 거울 이미지의 허구성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상대방과 다
치아와 턱관절이 최소한의 근육의 힘을 매개로 해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조화로운 악기능이 완성되며 우리는 이것을 상호 유도(guidance)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치아에서의 접촉이 턱관절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턱관절의 움직임이 치아의 형태와 조화롭지 못하는 경우에는 근육의 과긴장을 일으키고 그런 것은 간섭(interferenc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부모가 열심히 공부하는 자식을 보며 더 힘을 내서 일하고, 자식은 그런 부모를 본받아 더 성실해지는 모습은 상호 유도라고 할 수 있지만, 부모가 제 욕심으로 자식의 앞길을 대신 만들어내려고 애쓰고 자식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억지로 노력하는 모습은 간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가 서로를 위한 상호 유도이고 어디부터는 간섭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저는 상호보완성과 힘을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합니다. 치아와 턱관절이 서로의 기능을 상호보완 하고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존재 의미를 상호보완 한다면 둘 사이에는 최소한의 긴장만이 존재할 것이며 이것을 상호유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치아의 형태와 배열이, 턱관절의 해부학적인 형태가 하악의 움직임에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지 못해서
저는 특정한 종교는 없지만 신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신은 우리네 인생 상당부분의 선택권을 묘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넘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 선택권중에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성경에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는 문구가 여러 번 나옵니다.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도 예수는 한마디로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예수는 왜 진부한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자주 이야기하고 강조하는 것일까요? 힘들어도 우리네 이웃을 위해서 봉사하며 살아야 세상이 평화로워지고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와의 상담을 즐겨합니다. 말을 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편이라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강박증등의 소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재미난 사실은 제가 환자의 기구한 이야기속에 푹 빠져 있다가 마음이 울컥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환자분이 동시에 눈물을 흘리더라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을 빌어서 표현하면 제가 의사라는 독립된 ‘입자’처럼 행동할 때는 서로 무덤덤하게 지나갔을 만한 일
저는 직원들에게 자주 이유를 물어보면서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왜 우리병원에서 일해?”, “왜 핸드피스는 이렇게 관리하는 거야?”, “왜 고무줄을 이렇게 거는 걸까?” 이유를 아는 직원들은 실수를 적게 하고, 이유를 모르는 직원들은 언제 뜻밖의 실수를 할지 모른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도 자주 물어봅니다. “담배 피면 왜 안 될게 뭐야?”, “왜 지금 도전하면 안 돼?”, “왜 와이프한테 지면 안 돼?” 이유를 알면 현명한 선택을 자연스럽게 하지만 이유를 모르면, 선택할 때 고민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알면서도 좋은 선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인 우리 아이들에게도 물어보는 습관을 못 버립니다. “오늘은 왜 좋았어?”, “친구들하고 왜 사이좋게 지내야 해?”, “왜 잠을 자는 걸까?”, “숙제 안 하면 어때?” 방법을 아는 아이는 부모의 입맛에 맛게 행동하지만, 이유를 아는 아이는 자신의 인생에 맞는 선택을 스스로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질문을 하면서 치과적인 지식도 성장하고 통합되고 깊이를 가지게 된다고 믿습니다. “왜 크라우딩이 생긴걸까?”, “왜 이를 가는 걸까?”, “왜 어
아인슈타인이 E=mc²이라는 유명한 공식을 발표하고 과학자들이 받아들였을 때 과학의 역사는 크게 진일보하였습니다. 에너지와 질량이 서로 같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 방정식은 분리되었던 두 자연의 대상을 하나로 융합하는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방정식 덕분에 에너지가 물질이 될 수 있고 물질은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진리를 쉽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개인적으로 최근에 턱관절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많아져서 턱관절 환자분들을 점점 더 많이 접하면서, 턱관절이 불편하신 분들이 스트레스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이갈이나 이악물기 등 턱관절에 안 좋은 악습관이 많고 통증의 역치도 낮으니깐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 턱관절이 호발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시각으로만 환자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환자와 상담을 거듭할수록 어떤 환자분들은 그전에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 턱관절이 불편해지고 턱관절 근육의 염증이나 통증이 심해지면서, 외부자극에 예민해지고 스트레스 지수도 급격하게 올라가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7초는 흡연자가 니코틴을 흡입해서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니코틴이 폐와 혈액순환을 통해서 뇌의 보상회로에 도달하면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흡연자는 7초만에 쾌락을 느끼게 됩니다. 이 쾌락 덕분에 자신에게 쌓여있던 스트레스까지 해소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을 고려하면 흡연은 꽤 괜찮은 7초의 마법입니다. 그래서 자유가 엄격히 제한되고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인 군대에서 담배를 배운 사람들은 금연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담배가 단순한 쾌락물질을 넘어서 7초만에 자신을 답답한 스트레스 환경으로부터 구원해주는 구세주의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담배는 천식환자가 가지고 다니는 기관지확장제(벤톨린)처럼, 협심증 환자가 응급상황시에 혀 밑으로 넣는 혈관확장제(니트로글리세린) 처럼 그렇게 흡연자를 스트레스로부터 구원해주는 상비약이자 구세주가 되어갑니다. 하지만 구세주가 필요하다는 것은 반대로 자신이 감옥에 갇혔다는 뜻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에서의 삶을 감옥처럼 희망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구원해 줄 신을 만들어 내듯이, 삶의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 니코틴이 점점 필요해진 흡연자들은 니코틴을 단순한 쾌락 물질에서 자신을
치과계를 둘러싼 개원 환경이 점점 더 녹록지 않아지면서 치과 원장은 많은 분야에서 전문가 혹은 전문가 수준의 능력이 요구되는 직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보존, 보철, 교정 등을 섭렵한 실력있는 치과의사가 되어야 함은 기본이고, 직원을 잘 뽑고 유지해야 하는 관리 능력도 갖추어야 하고, 한번 온 환자를 평생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대화력과 친화력도 놓칠 수 없는 생존 능력(?)으로서 필요해 졌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상담 전문가, 심리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노무 전문가, 세무 전문가가 되어서 다재다능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과거의 치과원장님들이 진료에만 좀 더 치중된 치과의사에 가까웠다고 하면, 근래의 치과원장님은 병원의 규모랑 관련없이 여러 능력을 갖춘 팔방미인형 CEO 쪽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CEO는 Chief Exeuctive Officer의 약자로서 최고경영자라는 뜻입니다. 사전적으로 풀이하자면, 총체적인 경영을 책임지면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경영자를 말합니다. 치과라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인 CEO 이지만 정작 치과원장님들은 대부분 한번도 경영에 대한 이론 강의나 실질적인 경영 수업을 거치지 않고, 개원 후에 바로 최고경영자
저희 치과에서는 종종 금연이 대화의 주제로 떠오릅니다. 스케일링이나 치주치료를 하러 오신 경우는 물론이고, 임플란트 시술이 예정돼 있는 환자분들에게도 금연은 중요한 상담 키워드입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담뱃값이 큰 폭으로 인상되고, 이 기회에 금연을 결심하려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치과 환자분들의 금연에 대한 관심도는 예전보다 크게 늘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상첨화로 지난달 25일(2월 25일) 부터는 금연 치료와 금연 상담이 건강보험 지원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도 금연 캠페인(치과의사가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금연 상담료가 작기 때문에 병원의 수익보다는 환자에게 재능기부를 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합니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흡연자들과 담배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저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금연을 결심하는 흡연자들은 본인이 담배를 끊고 나서 금단증상을 못 견뎌서 다시 피게 될 것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예상하고 심지어 내심 기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분명 의지를 갖추고 담배를 끊으려고 결심하지만, 다른 금연자들이 실패했듯이 끔찍하고 파괴적인 금단증상 앞에서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 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