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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빴던 120분의 '보톡스 전쟁'

대법원 공개변론, 치과 VS 의과 시각차 재확인…최종 판결 어디로 가나

치과의사가 눈가와 미간 부위에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를 주입한 행위가 적법한 것인지를 다룬 공개변론이 의료계 안팎의 큰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대법원은 19일 오후 2시20분부터 대법원 대법정에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법원 2013도850’ 의료법위반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개최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해당 논쟁과 관련된 ‘리딩케이스(leading case)’가 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관계자 및 참고인들의 발언 하나하나에 방청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대법원은 사건의 쟁점에 대해 치과의사인 피고인이 ‘환자의 눈가와 미간 부위에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를 주입한 행위가 의료법에서 규정한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 내인지 여부를 판결’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는데, 이를 두고 치과계와 의과계의 주장과 시각이 엇갈리며 ‘갑론을박’의 상황이 이어져왔다.

# 국민 건강 위해 여부 쟁점 ‘부각’

이날 공개 변론에서 변호인 측은 치과의사가 악안면 영역의 진료에서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면부에 보톡스 시술을 하더라도 위해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변호인 측 김수형·홍석범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구강악안면외과는 안면 환자를 치료하는 진료과목으로, 현행 의료법상 치과의 진료과목이다. 치과의사는 안면 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안면 미용성형 치료의 하나인 보톡스 시술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전제하며 “의학과 치의학은 상호간의 교류를 통해 발전을 이뤄왔는데 일부 집단의 이익만을 고려해 진료영역을 엄격하게 나눌 경우 이는 의학 발전에 퇴보를 가져올 것”고 설명했다.

반면 검사 측은 보톡스 시술 부작용 발생 시 응급 대처 능력과 함께 진료영역을 자의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검사 측 김해수 검사(대검 공판송무부장)는 “보톡스 시술의 부작용에 대한 의사와 치과의사의 대처능력 차이를 보면, 의료법상 치과의사가 할 수 있는 치과의료행위는 치아를 비롯한 구강조직 및 그 치료를 위해서 불가피한 주위 조직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 사건의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 면허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진료범위를 명확히 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적정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밝혔다.

# 치의 보톡스 전문성 있다 VS 없다

이어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검사, 변호인, 참고인들에게 각각 ▲악안면 진료 영역의 범위 ▲전신질환에 대한 이해  ▲기소의 이유 등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이부규 교수(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는 “구강악안면외과는 악안면 부위의 진료를 하는 전문과목이며, 현행 의료법령상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의 진료과목이자 국시과목”이라며 “안면부 보톡스 시술은 비교적 안전할 뿐 아니라 치과의사는 보톡스 시술에 익숙하며, 치대에서 이에 관해 충분한 교육을 받고 있다. 현행 의료법령상 안면부 시술은 이미 치과의사에게 허용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검사 측 참고인인 강 훈 교수(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는 “치과의사의 진료범위는 치아와 구강이다. 외국과 우리의 면허제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악안면’에 대한 정의를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히 보톡스 시술에는 다수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치과의사의 경우 전신질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부작용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차분하고 논리적 대응 돋보여”

공개변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최남섭 협회장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비대위에서 준비를 많이 해서 아주 논리적으로 변론을 잘 했다고 본다”며 “다만 오늘 응급처치라든가 부작용에 대한 대처를 의사만이 할 수 있고, 치과의사는 할 수 없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노출된 것 같은데, 추가 의견서를 낼 때 그런 부분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자료를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열 치과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범치과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은 “의료법 시행령이나 국가시험 과목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치과 진료영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좋은 변론이었다. 구강악안면외과 뿐 아니라 전신질환과의 연계를 다루는 구강내과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며 “국민 입장에서 양질의 진료를 받기 위해 어떤 시스템이 좋은지에 대해 얘기하는 양심적 의료인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