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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치과의사 인생, 하모니카로 다시 일어나

50년 연주 하모니시스트 나태용 원장
축제•공연장 등 분주…음반내고 싶어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하모니카의 구슬픈 가락이 ‘페이드아웃’ 되거나, 아침을 깨우는 듯한 하모니카의 활기찬 소리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가질 법하다. 이 하모니카를 인생의 동반자 삼아 50년 가까이 연주한 하모니시스트가 있다. 춘천에 개원하고 있는 나태용 원장(나 치과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나 원장은 초등학교 시절 밴드부에서 피리를 불었다. 하지만 피리 음역대가 자유롭게 연주하기엔 소리가 제한되다 보니 피리보다 음역이 넓은 하모니카를 불던 친구를 부러워하다 초등학교 4학년에 하모니카에 입문하게 됐다. 이후 고향인 나주를 떠나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외로움을 하모니카로 달랬다. 대학 시절에는 관현악반에서 바이올린을 하게 되면서 음악을 탈 줄 아는 실력으로 성장했다.

이후 그의 개원은 성공적이었지만 이내 암흑기가 찾아왔다. 치과의사로서 환자를 보기 어려운 궁지에 몰리게 되자 그는 하모니카를 집어 들 수밖에 없었다.

나 원장은 “하모니카를 남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불게 된 동기는 치과의사로서의 생활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며 “오른손에 낭종이 와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게 돼 치과의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린 데다 백내장에 우울증까지 찾아와 환자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수년간 하모니카를 불면서 생활하다 천신만고 끝에 치과의사로서 재기에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치과의사로서 몰락했다 다시 일어서기까지 지면으로 밝히기 어려운 굴곡진 인생에 하모니카는 그의 희로애락을 품고 있는 친구이자 동반자다.

나 원장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인생에 끼어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으니 결국 희망이 보이고, 길이 보였다”며 “의도적 재식술을 특화시켜 병원 경영에도 성공을 거두고 음반도 내 음악적으로도 성과를 거두고 싶다”는 인생 계획을 밝혔다.

그의 연주 실력이 알려져 춘천 호수별빛나라 축제에 초청받아 행사기간인 지난 23일 MBC 야외공연장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춘천그린악단의 단장을 맡아 정기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으며, 소양강 가요콘서트, ‘아름다운 동행’ 나눔 콘서트 등에서 연주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나 원장은 하모니카의 장점으로 휴대하기 간편하고 작은 반면 3옥타브까지 소리를 낼 수 있어 다양한 연주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농번기인 요즘 그의 치과엔 환자가 뜸하다. 쓸쓸한 맘에 마음의 위안이 필요할 땐 오늘도 하모니카를 꺼내 분다. 입 안의 공기가 들숨 날숨이 돼 하모니카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면 아름다운 하모니카 선율이 가슴에 담겨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