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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이미지

스펙트럼

치과의사는 보통 왼손에 들고 있는 작은 거울의 이미지를 참조해서 치료를 합니다. 숙련된 치과의사 일수록 거울에 비춰진 구강조직의 이미지만 가지고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우리는 거울에 비춰진 거울 이미지에 대해서 익숙한 편입니다.

하지만 거울의 이미지는 원인이 되는 실체가 아니고 실체가 비춰진 현재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것을 착각해서 거울에 비춰진 모습이 진짜이고 전부인 양 믿고 행동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 벌어질까요? 그래서 거울을 처음 본 침팬지 중에는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과 다투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표정을 보고 내면의 상태를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표정이란 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반영된 거울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찡그린 내면과는 다르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 부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이 묻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꿈은 나의 무의식이 반영된 거울 이미지 일 뿐 실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꿈을 실제처럼 느끼다가 깨어났을 때 한번쯤은 느꼈을 안도감은 거울 이미지의 허구성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상대방과 다투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은 괴팍한 성격의 고정된 사람이 아니라 내 안의 부정적인 무의식의 한 부분을 외부로 보여주는 거울 이미지일 뿐입니다. 성품이 온화한 사람은 따뜻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은 까칠한 사람을 많이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라는 속담이 생겨났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내 직원을 탓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 직원은 CEO인 원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거울 이미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원장은 유쾌한 직원들과 일하게 마련이고, 반대로 우울한 원장이 있는 병원은 천성이 밝은 직원들이 못 버티고 떠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자식을 억지로 교육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합니다. 자식은 나의 가치관과 행동에 크게 영향받는 거울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성실한 부모는 듬직한 성품의 자식을 만들고, 말만 앞서는 부모는 가벼운 성품의 자식으로 키우기 쉽습니다.

우리는 화가 날 때 화가 나게 하는 대상과 으르렁거리며 싸우지 말아야 합니다. 화가 나게 하는 대상은 화가 난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일 뿐 화는 나의 내면에서 올라온 거울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바보가 화가 나지 않는 이유는 내면에 화를 들고 있지 않아서 화가 외부에 비쳐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정부를 보고 무턱대고 욕하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골랐으면 합니다. 정부는 국민들의 수준과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 이미지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부터 내 가족부터 올바른 인생관과 국가관을 가지기 시작하면 좋은 정부가 반드시 탄생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치아를 보고 치아의 배열을 보고 현재의 골격과 턱관절의 상태만을 보고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것에만 익숙해져서는 안됩니다. 치아와 얼굴은 단순히 정적이고 고정된 실체일 뿐만 아니라 전신의 습관과 건강을 반영하고 보상해 나가는 역동적인 거울 이미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치과의사는 치아만을  치료하는 전문인이 아니라 치아와 얼굴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인체를 비추어 보는 통합의사로 변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내면의 마음을 꼭 닮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거울 이미지 앞에서 저는 경외감과 겸손함으로 하루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언젠가 제 인생의 마지막 날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꿈(거울 이미지)이었구나…”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옥용주 내이처럼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