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의사를 찾아오는 환자는 어딘가 아프거나 어딘가 불편하거나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내원 당시 경험하고 있는 통증이 있는 경우, 과거에 경험했던 통증에 대하여 알고 싶은 경우, 통증이라고까지 말 하기는 애매하지만 뭔가 불편함이 있는 경우 등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병원에서 진단과 검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나 그 해답을 환자가 납득할 수 없거나 환자의 기대와 다른 경우도 있다.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만족스럽지 못하다거나, 다른 문제가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도 있다. 진료실에서 수 많은 환자들을 만나는 의사들은 만족스러운 진료와 치료를 받은 많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불만족을 드러내는 환자들도 만나게 된다. 그 불만족의 시작이 어디부터인지 추적하려면 기억과 환자기록들을 되짚어가며 고민하게 된다. ‘어디부터 잘못 된 것인가?’, ‘잘못 된 것이 맞나?’, ‘내 진단이 잘못 되었나? 치료가 잘못 되었나? 그럴 리가 없다.’ 등 많은 생각이 잔뜩 찌푸린 환자의 얼굴을 배경으로 흘러 갈 지도 모른다. ‘통증(Pain)’에 대하여 국제통증학회(ISAP: I
2000년 5월, ‘전혀 준비가 안 된 개원의’는 하루하루를 악전고투 중이었다. 당시 점심시간에는 잠이 안 오더라도 누워 있었다. 환자가 많아도 피곤, 없어도 피곤. 그러던 어느 날 모 선배님이 전화를 해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다. 약간 의외였지만, 무척 반가웠고 감사했다. 당시 갈치정식을 먹었다. 기억에 임팩트 있는 말씀은 없으셨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해라’ 정도의 덕담으로 기억한다. 사실, 그 선배님과는 친분이 두텁지 않았기에 깊은 얘기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내 머릿속에 자상하신 성격의 선배님으로 확실히 각인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일이 시나브로 떠오르면서 나에게 의미와 영향을 주었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선배님의 마음 씀을 조금은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분은 작년부터 전주시치과의사회를 이끌고 있는 승수종 회장님이다. 필자에게 총무이사직을 제안했을 때 그 오래 전에 느꼈던 따뜻함과 자상함을 떠올리며 망설임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전주시치과의사회는 오래전부터 신입회원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잘 진행되었다. 개원하는 데 필요한 여러 정보를
삶에 있어서 제일 소중한 것은 제3의 공간, 즉 본인만의 재충전의 공간이 있는 것이고 삶의 종합선물세트인 여행을 즐기는 것이 큰 활력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최장 열흘의 황금연휴를 맞아 우리 가족 다섯은 동유럽과 발칸반도의 여행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치과 가족들과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을 나누는 것도 괜찮겠다싶어 기억을 되짚어 본다. 아드리아해를 끼고 기원전 5세기경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수 많은 철학자들이 논쟁을 벌였던 서양 지성의 중심지 그리스. 그리고 로마시대에 많은 종교를 인정하다가 313년 콘스탄티누스황제가 기독교를 유일신으로 믿기로 받아들인 뒤 이어진 서로마 제국의 멸망. 중세 암흑기에 들어와 흑사병의 출현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과 크놋사의 굴욕 등 로마 교황청의 횡포, 그리고 4차례에 걸친 영토 확장과 종교전쟁인 십자군전쟁에 이은 동로마제국의 멸망. 루터의 종교개혁, 르네상스와 오스만 트루크족의 확장, 산업혁명,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의 출현과 몰락,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645년 통치와 멸망,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인의 전쟁으로 시작된 1차 세계대전 등 세계의 문명과 종교적 충돌에 제일 민
얼마 전 “혐오, 차별, 가난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서울대학교 인권포럼에서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가 말하는 한국사회 건강불평등’ 강연이 있다는 안내메일을 받았다. 안내문에는 참석자 중 네 명에게 김승섭 교수가 쓴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선물한다는 말도 있었다. 솔깃했다. 이미 신문을 통해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접해서, 책 제목과 ‘사회역학’이라는 용어가 머리에 박혀 있던 차였다. 그러나 다른 일정 때문에 포럼에 참석할 수는 없어, 그냥 책을 사서 읽기로 했다. 우리는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으로 먼저 의료기술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한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을 연구하는 김승섭 교수는 말한다. 지난 100년간 의료기술의 발전이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한 해법이 나올 수 없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며,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은 오래되었지만,
그리스 신화에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와 그리스인의 시조인 헬렌 사이에서 태어난 시지프스 이야기가 나온다. 호머에 의하면 시지프스는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들을 우습게 여기고 꼼수와 잔머리를 굴리다가 신들의 미움을 받아 기슭에 있는 큰 바위가 꼭대기에 항상 있게 하라는 형벌을 받게 된다. 시지프스가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면 바위는 무서운 속도로 굴러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시지프스는 끊임없이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하는 무한 반복되는 삶을 살아야 했다. 내가 본 영화 중 사랑의 블랙홀(Ground hog Day), 소스코드(Sour cecode), 시간을 달리는 소녀(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엣지 오브 투모로 (Edge of tomorrow), 7번째 내가 죽던 날 (Before I fall)의 공통점은 시지프스와 같이 주인공이 동일한 시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타임루프(time loop)라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다. 이중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였고 아마존 닷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로렌 올리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7번째 내가
온화한 인상을 가지신 어르신 환자가 계셨습니다. 잇몸이 많이 상하셔서 여러 차례 잇몸치료를 진행하였습니다. 아픈 치료에 기분이 상할 때도 있으셨을 텐데 치료 후에는 항상 웃는 얼굴로 수고가 많았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성품 못지 않게 꾸밈도 훌륭하셨는데 한쪽으로 빗어 넘긴 단정한 머리와 쓰리피스 정장 같은 격식 있는 옷차림을 즐기는 신사셨습니다. 발치를 피하기 위해 치료를 꾸준히 해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결국 몇 달 전 발치를 하고 깨끗하고 튼튼한 뼈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소파를 해주었습니다. 후에는 임플란트 심을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다른 환자들처럼 임플란트 수술 전 마지막 체크와 CT촬영을 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항상 혼자 오시던 어르신이었는데 그날은 자제분과 함께 내원을 하셨습니다. 수술 관련해서 궁금한 부분이 있거나 아버님 치료를 잘 부탁하기 위해서 동행했거니 하고 별 생각 없이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인사를 건네었지만 대꾸 없이 팔짱을 끼고 상당히 화가 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분이 나에게 무슨 일로 저리 화가 났을까 싶어 어르신 치료 계획이 궁금해서 오셨냐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치과계의 가장 큰 난제는 과연 무엇일까? ‘지금 원장님 치과에서 어떤 점이 가장 문제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쩌면 대부분 ‘직원’ 일 것이다. 지난 2011년 이후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7.6%에서 2016년 9.8%(+2.2%p)로 빠르게 상승했다. 특히 25~29세 청년실업률이 같은 기간 6.5%에서 9.2%(+2.7%p)로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체 실업자 수 대비 25~29세 실업자 수 비중은 우리나라가 23.3%로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다른 나라, 다른 연령대 보다 취업에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치과에서는 이렇게 직원을 구하기 힘든 것일까? 수많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놓고 서류심사를 하고, 선별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거쳐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신규직원 채용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력서조차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는 원장님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치과계의 인력시장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당히 기형적인 구조이다. 정해진 야간진료 외에 불규칙한 야근이 드물고 국가공휴일에는 대부분의 치과가 휴진한다. 냉난방은 기본이며 훌륭한 인테리어
논어의 술이편 7-25 子以四敎 文行忠信(공자께서는 네 가지를 가르치셨으니 경전과 덕행과 충성과 신의가 그것이다.) 모르는 한문이 없다는 것이 그날의 소소한 행복이다. 공자께서는 많은 제자들과 함께 하며 많은 것을 지도하셨는데 그중 왜 文行忠信 4가지만을 가르치셨다고 말씀하시는 것일까? 전체 문장을 빈 종이에 쓰며 그 의미를 생각해 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해석은 각기 그 의미를 달리 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논어 읽고 글쓰기는 공자님의 삶이 아닌 내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인터넷에 논어를 해석해 놓은 분들이 많은 공부( 文)를 하였더라도 중심된 마음(忠)이 다르기에 그들의 신념(信)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行)을 했음을 본다. 당시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으며 인문학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최진석 교수께서는 호랑이에게 호랑이 가죽의 무늬가 서로 다르듯, 인문학이란 각자 인간의 자신만의 독특한 무늬라고 간단하게 정의 하셨다. 자신의 삶에서 타인과 다른 외부적인 환경에 종속되지 않고 삶의 주인이 되어 실천하는 학문이 인문학인 것이다. 최 교수의 책을 읽으며 공자님의
1938년 독일生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독일에서 경제학박사, 스위스에서 공학박사, 미국하버드에서 행정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력에 걸맞게, 1971년 국가간의 다양한 이해구도와 갈등관계를 발전적 시각에서 설명하는 다중관계자이론(multistakeholder theory)을 제안하며, 영향력 있는 국제민관협력기구인 ‘세계경제포럼’을 창립한, 소위 사회과학의 통섭을 이룬 인물이다. 이러한 선지자적 인물이 21세기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임을 선언하고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라고 역설하며, ‘이번은 다르다!’라는 강한 논조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넓은 범위의 강한 충격을 설파한다. 정치, 문화, 산업, 군사, 교육, 의료 등 인간의 삶 모든 부문이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는 교시적 담론에 지구촌 전체는 열광하고 술렁인다. 일천한 필자의 지식과 생각으로도, 인류는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된 근대이후에도 국가간의 평화와 지구환경보존의 사상과 철학에 기반을 둔 새로운 미래에 관심을 기울여오고 있지는 않은 듯하니, 서글프지만 여전히 이런 유물론적 가치관들에 기반을 둔 생각과 움직임이 지구촌 구성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진료의뢰서를 들고 구강내과를 내원해서 ‘나는 구강내과라는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하고 말하는 환자들을 종종 만난다. 보통 사람들은 ‘치과치료’하면 손상된 치아조직이나 안면부의 병소를 제거하고 이를 수복하는 치료를 주로 떠올리는데 구강내과에서는 구강안면영역에 발생하는 질환의 원인을 제거하고 과정을 차단하며 결과를 수습한다. 구강내과학은 전신질환을 가진 치과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전신질환의 이해와 치과치료와의 연관성과 관련한 지식을 교육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러서는 구강병의 진단과정 및 치료계획의 수립, 전신질환자 및 노인, 장애환자의 치과치료, 구강연조직질환의 진단과 치료, 안면통증 및 측두하악장애, 법치의학 방면의 연구와 교육, 환자진료를 담당하며 임상적으로 다루는 여러 분야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구강내과학’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세부진료항목을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인 구강내과 진료는 모든 치과치료에서 진단과정을 통해 항상 이루어진다. 구강내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만성통증으로 고통받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안면통을 경험하여 불안감과 우울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고,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통증의 경험을 호소
지난 7월, 전주시치과의사회에서는 ‘치과 운영 가이드북’을 발간하면서 치과 운영에 필요한 중요정보들을 보기 편하게 정리하려 노력했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실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만든 분야가 ‘노무’였다. 이제까지 필자는 노무에 대해 나름 아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료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피상적이었고 부실했는지 새롭게 깨달았다. 또한 그동안 전주지역에서 실제 벌어졌던 치과 노무관련분쟁에 대해 조사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분쟁이 잦아지고 내용이 세밀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무의 기본이자 핵심은 ‘근로계약서’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교부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개원의는 없을 것이다. 막연하게 고용노동부 표준근로계약서를 다운받아 각자 치과사정에 맞게 고쳐 사용하면 된다는 것도 알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작성하려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 우선 알아야 할 것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내용을 작성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필수 기재항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수 기재항목은 4가지로 근로시간, 임금, 휴일, 연차휴가이다. 그 중 임금 부분이 가장 골치가 아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