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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인니엔 있고 한국엔 없다?

■ 창간 52주년 특집
구강전담부서 알고 보면 ‘나라의 품격’
각국 사례로 본 구강전담부서 존재감


필리핀·인니엔 있고 한국엔 없다?

구강전담부서 알고 보면 ‘나라의 품격’
각국 사례로 본 구강전담부서 존재감

웬만한 나라는 다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18년 12월 6일 현재 대한민국에는 없다.

‘구강보건’이라는 독립적 개념을 지닌 부서에 그 나라의 행정력을 부여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보면 불행히도 우리는 웬만하지 않은 나라에 속한다.

전 세계적으로 치과의료는 그 특수성과 전문성 때문에 의과와는 구분된 독자적인 교육과정 아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는 구강보건전담부서를 설치, 구강보건정책의 위상을 오롯이 인정하고 있다.

2017년 구강보건의 날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정세환 교수(강릉원주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보건복지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이하 HHS) 질병관리본부(CDC) 내에 구강보건과(Division of Oral Health)를 따로 두고 있다.

주요 업무를 살펴보면 ▲구강병 예방전략(사업) 확대 ▲구강질병 감시 평가 강화 ▲과학적 지식과 근거 확보 ▲치과분야 감염관리 선도 ▲지방정부 구강보건사업 지원 등 다양한 행정적·기술적 지원을 아우르고 있다.

또 이웃나라 일본 역시 전담부서를 통한 구강보건정책의 수립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치과보건과를 후생노동성의 의정국 내 조직으로 설치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업무는 ▲치과 보건의료 보급 및 향상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에 관한 사항 ▲외국 치과의사 임상수련 사항 ▲외국 치과의사 의료제공 허가 사항 등으로 정책 수립부터 임상 수련 과제까지 포괄하고 있다.

# 구강건강 불평등 정책 전문성 우려   
하지만 미국, 영국, 일본,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알만한 나라들이 별도의 전담부서를 가지고 있는 현실보다 더 서러운 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조차 우리나라 구강보건 행정의 현실을 앞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아래 ‘주요국 구강보건 행정 조직 현황’표 참조>.

특히 구강보건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725달러에 불과한 인도네시아나 3594달러 수준인 필리핀에도 존재하는 구강보건전담부서가 한국(2만 9745달러)에 없는 것은 곧 바로 나라의 품격, 즉 ‘국격(國格)’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인구 고령화 추세와 소득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치과 분야에서도 구강건강의 불평등이라는 또 다른 뇌관이 식립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과 맞닿아 있다.

나라 안 정부 직제로 시선을 돌려보면 위화감은 더 커진다. 한의계는 이미 보건복지부 내 ‘한의약정책관’을 통해 정부 조직 내에서 확고한 위상을 담보하고 있다.

한의약정책관은 산하에 ‘한의약정책과’와 ‘한의약산업과’ 등 2개 과를 두고 있으며, 올해 예산은 580억 3500만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34.3%나 늘어난 금액이다.

2018년 구강보건 관련 사업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40억 5000만원. 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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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학·산업 잘나가도 국내선 ‘찬밥신세’
체계적 정책 지원 없인 ‘사상누각’ 불 보듯
✚ 외국 치의학연구원·국내 주요기관 사례 분석

대한민국 치의학은 잘 나간다. 사실 잘 나간 지 꽤 됐다.

이제 한국 치의학자들은 해외 학회에서 세계적 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오히려 외국 치과의사들이 우수한 임상 술기를 배우기 위해 내한하는 사례가 늘었을 정도다.

치과 산업도 부쩍 힘을 내고 있다. ‘폭풍성장’의 단계를 거쳐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치과 임플란트가 남긴 좌표는 화려하다. 지난해 품목별 의료기기 생산실적에서 임플란트는 9000억원에 육박한 수치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대 최고 수준을 향해 ‘우상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2017년 상장 의료기기업체 중 연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인 의료기기업체는 7개사, 그 중 네 곳이 치과 업체였다.

수출도 잘 했다. 지난해 2억 달러 규모의 임플란트를 해외로 내보내 의료기기 수출품목 중 전체 2위를 차지하는 등 보건의료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눈부신 양적 성장에 가려진 그림자를 냉정히 짚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의학 연구 및 치과의료산업 발전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태부족하다는 우려다.

이해형 교수(단국대 치의학연구소장)는 지난달 초 열린 ‘문재인 정부의 올바른 구강보건의료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국내 치과의료 산업기술 수준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미국, 독일 등 최고 기술보유국 대비 7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부재하다는 일갈이고, 한국치과의료융합산업연구원(이하 치의학연구원)이 조속히 소환돼야 할 이유를 단적으로 갈음하는 ‘죽비소리’다.

# 수십 년 앞서 나간 선진국 연구소들
특히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주요 선진국의 경우 수십 년을 앞서 가 있다. 국가가 나서 치의학과 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조율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치과·두개안면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Dental and Craniofacial Research·NIDCR)는 이미 1948년 경 설립됐다. NIH 산하 27개 연구소 중 세 번째로 설립됐을 정도로 위상이 확고하다. 상근 인원이 267명, 예산도 4억 1000만 달러(한화 약 4500억원)에 이른다.

캐나다 역시 정부 산하의 치의학 연구 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1990년 퀘벡 주에 건립된 ‘Canadian Dental Research Institute’는 캐나다 법인법에 의해 소비자 및 법인부 소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싱가포르도 지난 1995년부터 ‘National Dental Centre Singapore’를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싱가포르 보건부에서 설립했지만 현재는 싱가포르 헬스서비스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진료 인력을 포함한 상근 인원이 15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 수백억 예산, 연구·산업 육성 ‘투 트랙’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역시 정부 출연 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가장 가까이 보인다.

지난 1994년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소로 개소해 1997년 한국한의학연구원으로 승격한 이후 꾸준히 한의학 관련 연구 개발 및 관련 산업 육성에 기여해 왔다.

2017년 기준 총 예산은 608억원 수준으로 전체 임직원을 합치면 200여명이 된다. 현재 ▲한의진단·치료 원천기술 개발 ▲한약제제 핵심기술 개발 ▲한의지식정보 인프라 구축 등 한의학 연구개발 및 한의기술 인프라 구축과 함께 ▲한의학 정책·전략 수립 ▲한의기술 표준 연구 및 제정·보급 ▲한의콘텐츠 확산 및 세계화 등 국가 한의학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밖에 국무조정실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예산 317억원)이나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예산 433억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예산 220억원) 등도 정부 조직 내 큰 틀에서 입지를 굳힌, 참고할 만한 ‘증례’들이다.<왼쪽 '국내 주요 보건의료 연구원 예산'표 참조>

미래 치의학이 갈급하는 시대의 동력, 우리의 치의학 연구소는 어디쯤 가 닿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