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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2>회식 꺼려해 회식비 챙겨줬더니 나눠 가져 “상처”

직원 사기, 소통 위해 한 배려들 거부당하는 느낌 씁쓸
나의 선의와 직원의 생각 다르다는 것 알고 움츠러들어
소심한 ‘I형’ 원장들의 좌충우돌 인싸 되기
창간특집Ⅱ - 나도 직원들과 친해지고 싶어

 

대표적인 심리유형검사로 알려진 MBTI 검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크게 내향적(I) 성격과 외향적(E) 성격으로 나뉜다. 오늘도 내향적 성향의 I형 원장들은 ‘진료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과 ‘직원들의 웃음을 주도하는 인싸(인사이더)가 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인 소심한 I들의 웃픈 일상과 고민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직원들끼리는 약간 자매애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요. 저도 직원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전 왠지 개밥에 도토리처럼 다른 집 사람인 것 같은 분위기라...... 직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치과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심한’ 개원의들의 고민과 혈투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스텝 구인난이 개원가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요즘, 스스로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개원의들은 일상에서도 하나하나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남모르게 속을 앓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싸(아웃사이더)’ 기질이 조금 있었다고 시인한 A 원장은 직원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개원 초기 겪었던 이런저런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직원들을 이끄는 게 진료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A 원장은 “개원 초 일주일에 한 번 좋은 식당을 골라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며 오찬회의 비슷하게 치과 경영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그런데 몇 번째 모임 끝에 한 직원이 농담 삼아 이렇게 점심 여러 번 사주는 것보다 이 돈을 모아서 저녁에 더 좋은 거 사달라는 얘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며 “직원이 악의를 갖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생각에 내심 섭섭하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A 원장의 심기를 건드린 사건이 또 하나 있었는데, 직원들만 재미있게 수다를 떨며 맥주 한잔하라고 퇴근길 30만 원의 현금을 챙겨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우연히 알고 보니 직원들이 그 돈을 인원수에 맞춰 나눠 갖고 회식은 하지 않았던 것.


#직원 배려가 거부로··· 일만하는 분위기로

A 원장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싶고 소통도 하고 싶어 했던 배려들이 거부당하는 느낌이 들어 상처를 받았다. 그 이후로는 회식자리도 줄이고 점차 그냥 서로 일만 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원래 이런 치과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A 원장은 “나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혼자 몰입하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치과의사는 혼자 진료에 집중하는 일이라 적성에 잘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병원을 운영해 보니 생각보다 직원, 환자 등 사람들과 접점이 많다. 이들을 대하고 이끄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B 원장은 개원 초기부터 혹여나 직원들이 불편해할까, 또 불미스러운 잡음이 생기지는 않을까 직원들과 의식적으로 거리감을 두려 했던 케이스. 여기에는 B 원장이 페이닥터 시절 겪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B 원장은 “페이닥터 시절 단톡방에서 매일 아침 용비어천가를 쓰길 원하는 대표원장과 일한 적이 있다. 서로 응원하고 치과에 대한 애사심을 고취하고자 기획한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럴싸한 말을 누가 길고 애틋하게 쓰나 직원 간 경쟁으로 바뀌었다”며 “그러나 실상에서 느끼는 직원들의 불평과 불만을 접할 때는 굉장히 큰 혼란이 왔다”고 밝혔다. 


B 원장은 “당시 대표원장은 내가 직원들 같이 자신을 떠받들지 않자 매출 관련해서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처럼 의심하고 직원들에게 내 이미지를 깎아 내리기 시작했다. 또 이에 동조해 나를 대하는 직원들을 보며 큰 상처를 받았다”며 “곧 그 병원은 그만뒀지만 개원 후에도 직원들에 대해 거리를 두는 태도를 생기게 한 것 같다. 나는 직원들과 단톡방도 안 만들고, 병원 운영과 관련 없는 영역에 대해선 아예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처음 병원에서 경험했던 안 좋은 기억에 너무 얽매여 직원들을 너무 딱딱하게 대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개원 5년 차 C 원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농담도 잘 던지고, 직원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시간도 할애하며 노력했던 케이스. 그러나 ‘나의 선의와 직원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움츠러든 경험이 있다. 신입 직원들이 들어왔을 때 일이 서툰 것을 배려해 업무적으로 더 지도하고, 직원들이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퇴근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한 직원 부모로부터 ‘애를 퇴근시키지 않고 너무 심하게 부린다’며 항의 전화를 받은 것. 평소 싹싹하고 상냥한 직원이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C 원장은 “매우 당황했고, 한편으로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신입 직원들에게 ‘미숙한 것은 천천히 늘면 된다. 지각만 하지 말고 인사만 잘하자’며 말 걸기를 줄였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D 원장은 믿었던 실장 때문에 큰 상처를 받은 경우다. 치과 운영에 관심이 많은 고년차 경력 직원이 있어 이 직원에게 경영을 맡기면 경영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원 10년 차가 되며 무엇인가 소진되는 느낌이 들어 진료에만 집중하고 싶었던 것. 의욕이 넘치는 직원의 직급을 실장으로 올려주고 관련 교육도 받게 했다. 처음엔 잘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머지않아 데스크, 진료실 스텝들과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고, 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혼자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또 실장이 된 직원은 자신의 직급을 교묘히 이용, 문제가 없는 직원을 괴롭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직원 의견인 것처럼 돌려 말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대기실에서 환자와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D 원장은 “개원 10년 동안 대기실에서 직원과 환자가 싸우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 직원과 마지막으로 얘기를 하며 폭언과 협박 등을 들었다. 큰 배신감이 들었다”며 “결국 문제 직원은 그만뒀지만 내 잘못된 판단으로 병원 분위기가 엉망이 된 것 같아 다른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앞으로 병원을 어찌 운영해 갈지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잘해줘도, 못해줘도, 또는 나름의 철학(?)으로 병원을 이끌어도 생기는 문제 때문에 오늘도 개원가의 I형 원장들은 고민이 많다. 

 

너무 간섭해도, 맡겨도 문제…적당한 거리두기가 핵심

 
다양한 아젠다 통해 직원들과 접점 가져보는 노력 필요
원활한 소통과 모든 직원 평등하게 대하는 자세가 중요


이와 관련 한 상담 전문가는 “전문직의 일반적인 성격 특성은 목표지향적이고 과업에 집중해 개인적인 성과를 내는데 뛰어나다. 또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고 책임감이 있어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경향이 크다”며 “반면 내향적이고 차분하게 자신의 과업에만 집중하고, 자기중심적 사고로 생각하는 측면도 크다. 때문에 조직을 이끌거나 유연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치과병·의원 경영 전문 컨설턴트는 “원장이 너무 마이크로 하게 직원들에 공·사적으로 간섭하려는 경우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오히려 원장이 진료에만 집중할 때 직원들이 섭섭해 하는 경우는 있어도 근속연수에서는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에 너무 간섭해도, 또 맡겨도 문제다. 결국은 적당한 거리두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기적인 미팅을 갖는 것은 좋으나 목적을 달리 하며 직원들의 다양한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좋다. 친목, 임상세미나, 경영개선 논의 등 성격과 아젠다를 다양하게 해 직원들과 접점을 가져 볼 것을 권한다. 이렇게 하면 친목에 대한 강조 없이도 직원들과 내밀하게 소통하며 화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더불어 아침에 무조건 직원들과 크게 인사하는 시간을 만들라고 컨설팅 한다. 하이파이브로 일단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직원 간 모든 문제 발생의 확률을 낮추고, 병원이 지향하는 분위기를 무의식 속에 심어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석곤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이사(더라인치과교정과치과의원)는 “직원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이렇게나 노력하고 있는데, 왜 직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친해지기 어렵다”며 “내가 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회장은 “개개인 소통 원칙으로 친절과 경우를 넘지 않게 대하면서도, 직원별로 개인적인 친분을 나타내거나 표현하면 안 된다. 개인적인 친분은 직원 조직을 붕괴시킬 수 있다. 다만 개인적인 친분이 생길 경우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결혼 등 관혼상제 때 성의 표시를 충분히 하는 정도가 좋다. 모든 직원을 평등하게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