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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 11월의 추천도서

기억 속의 책

기억 속에 남는 책들이 많아지고 익숙한 책 제목들이 늘어갈수록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드는 것을 느낍니다. 기억속의 책 뿐 아니라 실제로 쌓이는 책이 많아지다 보니 책을 보관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책이 많은 사람들은 책 때문에 이사를 가야한다거나 책 때문에 이사를 못한다는 말을 합니다. 저는 책이 너무 쌓이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책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책을 기부하더라도 그 목록에 좀처럼 들어가지 않는 간직하고 싶은 책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대를 넘나드는 고전들입니다.

 

물론 읽은 책이지만 다 읽은 기분이 들지 않는 책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혹자는 고전을 두고 중학교 때부터 읽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읽고 있는 책, 안 읽었지만 남에게는 읽었다고 얘기하는 책,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숙제 같은 책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런 고전들 말고도 책장에 오래도록 꽂혀 있는 책들은 지금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주는 책, 사진이나 그림이 너무 좋은 책, 제본이 좋아서 꽂아 놓기에 너무 멋진 책 들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이 바로 그런 책들입니다. 여러분의 책장을 더 빛나게 해줄 책입니다.


인간은 언제부터 왜
이 둥근 물건에 열광할까?
 『더 볼』 황소자리, 2013
공 하나만큼 지구의 수억 명이 동시에 열광하도록 하는 것이 있을까요?  우리는 언제부터 공놀이를 즐기고 열광하게 되었을까요? 이 책이 쓰이게 된 배경이 재미있습니다. 바로 아이의 호기심이었습니다.

“아빠! 우리는 왜 공놀이를 하나요?” 6월의 어느 아침. 아빠와 공 던지기 놀이에 열중하던 일곱 살 아들이 불쑥 물었습니다. 글쎄다, 하버드 출신 고고학자인 존 폭스는 느닷없이 날아온 아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 이 지구와 인류 역사의 멀고도 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 책 ‘더 볼 the Ball’은 멕시코 밀림에서부터 21세기 미국 소읍의 리틀야구장까지, 중세 유럽 마을과 왕궁을 거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이 맞붙는 축구장을 종횡무진하며 우리가 열광하는 스포츠의 기원을 탐색하는 작품입니다.

 

빼어난 역사서이자 여행기인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 스포츠에 만연한 스캔들과 상업주의로부터 독자를 끌어내, 우리가 공놀이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를 그 본래의 모습과 의미를 기억하는 이들의 몸짓과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인간은 왜, 언제부터 이 둥근 물건을 가지고 놀았을까?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축구와 테니스와 야구 같은 경기는 언제, 어디서, 누가 처음 시작했을까? 무엇보다 이 공이 우리의 시간과 삶, 돈에 행사하는 절대적 영향력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현장을 중시하는 학자답게 저자는 공놀이가 지금의 자본주의와 만나기 전, 순수했던 놀이의 전통을 간직한 마을과 사람들을 찾아 그 답을 구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담긴 책입니다. 여러분이 공놀이를 즐기시는 것만큼 재미있는 책입니다.


원소의 비밀과 역사 담은
주기율표의 인문학
 『원소의 세계사』 알에이치코리아, 2013
저는 화학 선택이어서 주기율표를 가로세로 달달 외우고 있었고 지금도 거의 잊어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소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이름만 얘기할 뿐 할 얘기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에게 ‘주기율표’는 갖가지 암기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외워내야 하는 딱딱하고 지루한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누구도 주기율표에 얽힌 비밀 따위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도무지 이것들에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자인 휴 앨더시 윌리엄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에게도 주기율표란 그저 네모난 칸에 원소기호를 적어 넣은 ‘단순한 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주기율표는 이전의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저자는 원소기호 ‘O’에서 산소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를 연상하고, ‘Br’에서는 브로민이 아닌 화가 브론치노를 떠올립니다.

 

나아가 어떤 다른 원소기호에서는 1950년대 은막 스타들의 이름을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원소와 화학을 다루고는 있지만, 엄밀히 말해 화학 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원소에 얽힌 거의 모든 역사와 비밀을 집요하고 유쾌하게 파헤칩니다.

 

원소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자연 상태에서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누가 어떻게 이것들에 이름을 부여했는지, 그리고 일상 속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친근하고 쉬운 문장으로 들려줍니다. 기존의 방식대로 원소를 분류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 주제에 따라 다섯 개의 장을 구성했습니다. ‘힘’, ‘불’, ‘기술’, ‘아름다움’, ‘흙’이 바로 그것입니다. ‘주기율표의 인문학’입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앞뒤 가리지 말고 즐겨라
『남자의 취미』 페퍼민트, 2013
‘취미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실 수 있습니까? 술 마시는 것을 취미라고 하기에는 좀 그러니까 와인을 모은다고 한다거나, 골프를 친다고 얘기하는 것은 취미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부해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책 속에는 오디오, 할리데이비슨, 구두, 수염, 스쿠버다이빙, 캠핑, 요트, 패러글라이딩, 프리다이빙까지 9개의 취미가 나옵니다.

 

언뜻 보기엔 진입장벽이 높은 듯하지만, 저자인 남우선 씨는 “취미를 즐기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골프 기준으로 정했다. 비싸다고 알려진 요트도 비용을 따져 보면 더 싸다. 주저하지만 말고, 앞뒤 가리지 말고 즐겨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자 분들만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수염을 빼고는 여성분들도 모두 할 수 있는 취미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로운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5년 전 할리데이비슨을 사려고 했다가 아내와 싸우고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염이나 길러볼까요?



갈수록 커지는 불평등
걱정된다면 꼭 보세요
『불평등의 대가』 열린책들, 2013
얼마 전 우리나라의 월급 랭킹이 뉴스에 나온 걸 알고 계실 겁니다. 1위의 월급 17억은 이해하려고 해도 잘 와 닿지 않는 액수입니다.

 

그나마 월급을 신고하는 사람을 통계로 한 것이니 이 금액이라고 합니다. 일반 봉급자들이 생각했을 때의 위화감은 말할 수 없겠지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은 누가 봐도 자명해 보입니다.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부자 중에서도 최상층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그 수가 많아지며, 중산층은 공동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삼십 년 동안 불평등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금융 위기와 대침체를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불평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습니다.

 

이토록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은 사회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과 필요한 개혁의 방향과 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지혜다.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 즉 양극화와 빈부 격차의 해결 없이는 한국 사회와 국가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봐야 할 필독서입니다.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