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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악치아 주변 통증을 호소하면- 당뇨 가족력까지 문진이 필요할까?

김경례의 상생 치과분쟁



한국소비자원에 의료팀이 신설된 99년 7월부터 의료분쟁 업무를 하면서 ‘의료사고 예방의 핵심은 환자 호소에 답이 있다’는 점을 늘 되새기게 된다.

“복잡한 의학 진단을 풀려고 할 때, 당신은 환자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내과의사인 윌리암 오슬러의 조언도 마찬가지로 공감하는 내용이다. 갑자기 발생한 심한 상악부위 통증으로 9일 만에 실명했다면 단순히 운이 없거나 불가항력 의료사고로 수용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더라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 피해구제로 접수되어 마지막 특이사례로 공유하고 싶다.

신청인(여, 37세)은 2013.7.7. 일요일 아침에 왼쪽 상악 어금니 부위 통증이 발생해 A치과에서 만성 잇몸염증으로 진단받고 잇몸 소파술을 받은 당일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다음날 인근 B치과에서 어금니 신경치료를 2회 받았으나 안면마비와 치통이 더 심해져 해당치아를 발치했다. 7.13.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 입원해 급성 상악동염으로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당일 좌안 시력이 상실됐다.

신청인은 A치과에서 잇몸치료 당시 마취제가 골샘으로 들어가 안면마비가 발생했고, B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았으나 치통이 심해져 발치까지 받았으며, 이비인후과 수술 전에는 안검하수 정도였으나 수술 직후 실명이 됐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사실 조사 결과, A치과의 파노라마에서 좌측 상악동 내에 불투명한 소견이 있어 치통이 비치성일 수 있어 이비인후과 질환 가능성을 설명했다. 7.8. B치과에서 신경치료 후 덱사메타존을 2일분 처방했고 통증이 심해져 7.11. 발치를 했다. 7.13. 이비인후과 수술 전 비강과 발치부위에 농성 분비물이 있고 좌측 안구가 고정된 상태였으며 고혈당(FBS 508mg/㎗, HbA1c 10.1)이 확인됐다. 7.16. 수술 6시간 후에 좌측 시력상실이 있었고 안과 협진 결과 패혈성 혈전에 의한 망막혈관 폐색으로 추정했다. 수술 중 시행한 조직검사에서 모균증(털곰팡이균)이 확인돼 수회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2014. 5. 좌안 망막 동맥폐쇄, 무광각 시력상실 및 안검하수, 안면마비는 모균증에 의한 것으로 진단 받았다.

전문가 자문에 의하면, 모균증이 발생하고 악화된 것은 조절되지 않은 당뇨가 중요한 원인으로 모균증이 한쪽에 국한되고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에는 광범위한 절제술로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으나, 진행이 빠르고 안면 및 안구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광범위한 절제술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병의 진행을 막기 어렵다는 점, B치과 내원 이후 이비인후과 수술이 이루어지기 까지 기간이 길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좌안 실명 등의 악결과는 기저질환인 당뇨병으로 인해 이미 존재한 모균증이 급속히 진행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두 치과의 진료과실로 보기 어렵다.

다만 B치과는 해당 어금니 사진에는 치아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신경치료 후에 발치까지 하고 이비인후과에 진료의뢰를 하지 않은 점(상악동염이 조기에 진단됐다면 더 양호한 결과를 기대) 등을 고려해 위자료 지급은 필요하다.

신청인은 부모가 당뇨임에도(국가검진 대상은 40세 이상) 자신이 고혈당임을 모르는 소위 건강 사각지대에 처한 경우로서 B치과에서 A치과 마취의 문제점을 언급하자 거기에 집착해 마취 때문에 안면마비, 모균증이 발생해 실명됐다고 확신함으로써 고혈당에 따른 사고경위를 잘 납득하지 못했으나 양측이 객관적 상황을 수용함으로써 위자료 지급으로 분쟁이 해결됐다.

그동안 기고하면서 ‘모든 환경을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졸고를 마친다. 사례를 통한 간접경험이 임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방패로 작동되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

※ 모균증 환자에서 흔히 분리되는 원인균은 Rhizopus, Rizomucor, Absidia로서 빵 또는 과일의 곰팡이가 해당되며, 건강한 사람의 구강 및 비강, 인두의 점막, 대변에서 자주 배양이 되나 감염의 원인이 되지 않음. 당뇨병이나 정맥내 투약 남용자, 면역억제 치료 중인 환자 등에서 모균증이 급속히 진행하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Tip

 무슨 일이나 적절한 시기(Timing)가 중요하다. 특히 진료결과가 환자증상에 맞지 않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기본적인 문진부터 환자호소에 집중해야 한다. 복잡한 요인에 의한 의료사고는 진료과정의 객관화는 물론 특히 환자상황을 배려해 사고경위를 잘 설명해야 한다.

김경례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 부장,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