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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만성염증이다

스펙트럼

아인슈타인이 E=mc²이라는 유명한 공식을 발표하고 과학자들이 받아들였을 때 과학의 역사는 크게 진일보하였습니다. 에너지와 질량이 서로 같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 방정식은 분리되었던 두 자연의 대상을 하나로 융합하는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방정식 덕분에 에너지가 물질이 될 수 있고 물질은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진리를 쉽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턱관절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많아져서 턱관절 환자분들을 점점 더 많이 접하면서, 턱관절이 불편하신 분들이 스트레스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이갈이나 이악물기 등 턱관절에 안 좋은 악습관이 많고 통증의 역치도 낮으니깐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 턱관절이 호발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시각으로만 환자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환자와 상담을 거듭할수록 어떤 환자분들은 그전에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 턱관절이 불편해지고 턱관절 근육의 염증이나 통증이 심해지면서, 외부자극에 예민해지고 스트레스 지수도 급격하게 올라가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들이 턱관절 질환에 쉽게 이환되는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턱관절 주변 조직(근육, 인대, 디스크 등)의 만성염증이 지속되면 환자들이 스트레스에 민감해지게 된다는 역방향의 시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치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실제로 부자가 되기는 더 어렵지만, 일단 경제적으로 가난해지면 마음도 궁핍해지기 쉬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스트레스는 외부로부터 위협당하거나 공격받을 때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 결과로 몸은 외부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서 근육에 최대한 혈액과 에너지를 보내서 긴장시키고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소화기와 면역계로 가는 에너지는 줄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으면 소화기 기능은 떨어져서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고 면역계의 기능도 떨어져 감기에도 쉽게 걸리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만성화되고 면역계의 작용이 지속적으로 위축되면 엄격하게 바이러스와 외부 단백질, 자기 항원을 구별하면서 정상세포와 조직을 방어하던 기능이 떨어져서 몸은 만성염증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만성염증이 췌장에 일어나면 당뇨병이 되고, 두피세포로 가면 탈모가 되고, 장에서 일어나면 스트레스성 장염이 되고, 코점막을 공격하면만성 비염으로 발전하고, 피부로 가면 피부트러블이나 아토피로 불리고, 근육에서는 만성 근염이나 근막통증이 됩니다.

반대로 만성염증이 지속된다면 몸은 내부의 만성염증이 되는 곳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소모하게 되고, 외부에 대항해서 싸워야 할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에너지가 골고루 순환하지 못하면서 몸 전체의 밸런스가 무너집니다. 만성염증 상태는 잠을 자도 지속되므로 결국 꺼지지 않는 자동차 엔진처럼 작용해서 사람을 만성피로 증후군에 빠지게 하고 이렇게 만성피로에 늘 시달리는 사람은, 작은 것에도 민감해지고 작은 말에도 집착하고 사소한 일에도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는 스트레스 예민형 체질이 되어갑니다.

개인이 스트레스가 많으면 치과계가 스트레스에 빠지고 나아가 국가전체가 어려움(스트레스)에 빠지고, 국가가 어려움(스트레스)에 빠지면 치과계가 스트레스에 빠지고 개인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내가 스트레스에 빠지면 나의 장기들이 만성적인 과부하에 빠지고,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만성염증(스트레스)에 빠지게 됩니다. 나의 세포들이 만성염증에 시달리면 나의 장기들이 만성적인 기능부전에 빠지고 나라는 전체의 개체도 스트레스(만성염증)에 빠지게 됩니다. 개체차원의 스트레스는 세포차원의 만성염증이 되고, 세포차원의 만성염증은 개체차원의 스트레스가 됩니다. 보이는 질량과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같은 것으로 받아들였듯, 몸의 만성염증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그렇게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옥용주 내이처럼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