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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들이 더 버려야 행복해져”

14년 개원 접고 불교학 교수로 활약
치의출신 김성철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인생은 괴롭다. 갖지 못해 괴롭고, 알지 못해 괴롭고... 이를 ‘번뇌’라 한단다. 번뇌를 버리면 편안하고 시원해진단다.

여름의 초엽, 조계사에서 김성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를 만났다. 그는 1982년 서울치대 졸업 후 14년간의 개원생활을 거쳐 불교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

학창시절 친구의 죽음을 접한 그는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삶이란 무엇인가?’란 고민을 안고 치대에 진학했다. 일단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자유롭게 일하며 하고 싶은 불교공부, 미술공부를 하기에 치과의사가 좋은 직업 같았다. 사실이 그랬다.

“치과의사란 직업은 자수성가하기에, 그리고 자유롭게 일하며 다른 일을 하기에 최고의 직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각자의 성향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힘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실리가가 아니라 이념이나 예술적 가치를 쫓는 이념가였던 것 같습니다.”

불교를 믿는 집안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레 삶의 해답을 불교에서 얻고 싶었고, 대학을 졸업 한 후 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인 불교공부에 빠져들었다. 그 중에서도 천착한 것이 ‘중관학’, 공의 논리학이다. 

#불교 핵심은 ‘동물성’을 버리는 것
 욕망 버릴 때 해탈이 다가와

김성철 교수에 따르면 인간이 흔히 마주하는 고민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이 공의 사상에서는 부질없는 짓이다. 존재 자체를 생각하는 것이 실은 모두 가짜라는 것. 우리의 과거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미래는 평생 오지 않는다. 현재는 시간의 흐름 속에 끊임없이 증발하며 매 순간이 곧바로 과거가 돼 버린다. 과거, 미래, 현재 모두 생각 속에만 있지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렇게 있지 않은 존재, 사실에 대한 고민을 떨쳐 버려야 해탈로 간다는 것이 공의 사상이다.

이 같은 사상 등을 바탕으로 불교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핵심은 인간을 동물성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동물성이란 ‘나와 네가 다르다’는 이분법적 생각,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감성적, 이성적 번뇌다. 김 교수는 “이러한 감정적 괴로움, 교만심, 동물적 욕망 등에서 얼마만큼 벗어나느냐가 불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며 “완전히는 아니지만 이러한 동물성을 벗어버릴수록 해탈의 경지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의 경우는 개원활동을 하면서도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를 공부하며 불교경전과 인도철학에 심취하고 스스로 학문의 깊이를 더해갔던 과정이 해탈로 가는 길이었을 것. 그렇게 학문이 깊어지니 전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불교학자, 교수로서의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2000년 3월의 일이었다. 이렇게 불교학 연구에 빠져 그가 집필한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연구’와 ‘승랑 -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 등은 현대 한국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역저로 꼽힌다.

김 교수는 이 외에도 과학을 전공한 이과생이었다는 특성을 살려 최근 ‘사띠미터’라는 명상기계도 발명해 출시했다. 여러 개의 진동체를 몸에 붙이고 산발적으로 느껴지는 자극의 수와 순서를 맞추는 것에만 집중하는 명상법이다. 명상이라는 주관적 수행을 과학화, 객관화 했다는 평을 받는다. 미대를 진학하려 했던 만큼 손재주도 좋아 취미로 하는 스님상 조각이 전문가 못지않다. 조각상을 보니 그가 했을 진료도 어땠을지 느껴진다.

김 교수는 “치과의사 시절에는 하루에 내가 최선을 다해 진료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자만을 보고 불교 공부를 했다. 생각해 보면 치과의사라는 직업만큼 정직한 직업도 없는 것 같다. 우리가 한 치료내용이 환자들에게 그대로 정확히 남으니 말이다. 치과의사들이 조금만 덜 가지려 한다면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성철의 체계불학 홈페이지(www.kimsch.net)’에 들어가면 그의 글과 활동내용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