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들이 다닌 유치원 원장님이 개원 40주년을 며칠 앞두고 지병으로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지금은 여섯 살 난 셋째가 다니고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가 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꼭 유치원에 갔던 기억이 난다. 부모 대상으로 아동심리나 양육방법 및 아이와 놀아주기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하였기 때문이다. 감정코치, 행동지도, 자존감, 부모의 리더십, 뇌의 발달 등 그때 교육 받았던 자료들과 자녀 교육서들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외부에서 유명 연자를 섭외하여 자녀 교육에 대한 특강도 열어주었다.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려하기 전에 먼저 좋은 부모가 되라는 내용들이 많았다. 덕분에 나는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유치원에서 감정코치로 유명한 최성애 박사를 초청하여 특강을 하였다. 아내가 강의를 듣고 와서 책을 하나 건네주었다. 아이들의 정서와 애착에 관한 내용이었다. 애착(attachment)이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이라고 한다. 자녀들에게 어려서부터 신체접촉이나 애정표현을 자주 해주면 아이들은 장성한 후에도 부모에게 깊은 유대감
“카르타고의 허락이 없으면 그 누구도 바다에서 손도 씻지 못 한다.” 페니키아인이 세운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는 기원전 3세기 무렵 경제적인 부흥을 바탕으로 막강한 해군력을 가진 지중해 초강대국이었다. 지중해 연안의 풍부한 자원을 장악하며, 동서를 잇는 해상무역을 독점하였고, 노예들을 이용한 집단 농장도 발달하였다. 이 무렵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로마는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지중해의 제해권과 교역권을 장악하고 있던 카르타고와 사활을 건 투쟁을 벌이게 되는데 바로 포에니 전쟁이다. 두 나라는 120년 사이에 3차례에 걸쳐서 전쟁을 치르게 된다. 카르타고 해군의 사령관 하밀카르는 제 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한 후 조국에서 지지기반을 잃고 에스파냐로 이주하여 곳곳을 차례대로 정복하며 세력을 넓혀 나간다. 그러던 중 암살당하고 그의 아들 한니발은 아버지의 위업을 이어서 에스파냐 전체를 정복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나중에 자라면 꼭 로마를 멸망시켜야 한다고 신에게 항상 맹세를 시켰다. 28세가 된 아들은 드디어 그 약속을 실행한다. 그는 5만 9천명의 용병들을 이끌고 피레네 산맥을 넘고, 론 강을 건너고, 알프스를 넘어서 기원전 218년
코로나19 대유행이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 삶을 온통 뒤바꿔 놓고 있다. 전 세계 약 10억 명이 재택근무를 하고, 화상 회의와 협업 도구 사용이 급증하면서 일하는 방식도 변화 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전대미문의 혼란을 일으키며 우리 삶의 패러다임(paradigm)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2021년을 사는 우리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며 더 잘 생존하기 위해서 총체적인 개편(reset)을 요구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혼돈의 시대에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는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기원전 250년 경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코헬렛(Kohelet)은 인간이 얼마 안 되는 나날 동안 이 땅에서 행하기에 가장 훌륭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했고, 참된 즐거움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했다. 그는 인간이 자기 성취를 위해 줄기차게 달려가지만 결국 공허함만을 발견하게 되는 ‘쾌락주의의 역설’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이 역설을 풀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신에게서 그 해답을 찾았다. 세계 최장기 성인 발달연구를 진행한 하버드 의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1944년 성탄절에서 1945년 새해에 이르기까지 포로수용소에서 일주일간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특별히 이 기간 동안에 사망률이 더 증가한 이유가 가혹해진 노동조건, 식량사정의 악화, 기후의 변화, 새로운 전염병 때문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수감자들이 성탄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다가왔어도 기대하는 일이 생기지 않자 용기를 잃었고, 결국 절망감에 빠진 것이다. 삶의 희망이 없어지니 생에 대한 의지가 사라진 것이다. 이토록 삶에는 의미가 필요하다.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 상태에 있을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한다. 의미를 추구하다 보면 현재의 나와 앞으로 되어야 할 나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게 되는데 바로 그 간극이 긴장인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50년 가까이 개업의로 살면서 20여권의 저서와 수많은 위대한 논문들을 남겼다. 30세에 개원을 하였고, 66세에 상악암(maxillary cancer) 수술을 처음 받은 이후로 그 합병증으로 발성 부자유와 청력 감퇴로 평생 고통 받았다. 그 사이에 사랑하는 딸 하나가 병으로 죽었고, 누이동
남편은 환갑이 넘어서 자기 딸들 보다 어린 여비서와 바람을 피다가 아내에게 이혼 당한다. 엄격한 가톨릭의 본고장 출신이기에 이혼은 그 동안 쌓아온 그의 명성에 커다란 오점을 남긴다. 남편은 알고 보니 꽤 바람둥이였다. 아내는 남들의 불편한 시선과 남편에 대한 배신감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전남편을 회상하며 그녀는 말한다. “시간이 많은 것을 덮어주더군요.” 그렇게 그를 용서하며 따뜻하게 감싸준다. 올해 초 개봉한 론 하워드 감독의 Pavarotti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의 음악, 인간미, 인생과 음악에 관련된 여러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나온다. 비평은 잠시 제쳐 두고,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그는 정말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다갔다. 본처에게도 나중에 용서 받았고, 딸들에게도 용서 받았고, 그의 많은 연인들 중의 몇몇도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었으니... 무엇보다 그는 사람을 좋아했고, 사람을 잘 믿었다. A 원장은 연고지가 아닌 곳에 개원하여 몇 년이 지나 자리도 어느 정도 잡히고 안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B 씨는 A 원장 치과의 근관치료환자였고, B 씨의 어머니는 임플란트, 딸은 교정환자였다. A 원장은 B 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