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맑음동두천 19.1℃
  • 구름조금강릉 23.6℃
  • 맑음서울 18.5℃
  • 맑음대전 19.0℃
  • 맑음대구 19.5℃
  • 맑음울산 19.0℃
  • 맑음광주 19.3℃
  • 맑음부산 17.9℃
  • 맑음고창 19.2℃
  • 맑음제주 19.0℃
  • 맑음강화 17.4℃
  • 맑음보은 18.4℃
  • 맑음금산 18.9℃
  • 맑음강진군 21.3℃
  • 맑음경주시 20.3℃
  • 맑음거제 19.2℃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아이폰 6 대란과 임플란트 원가 논쟁

Relay Essay-제1996번째

지난 11월 초, 휴대폰 판매 대리점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른바 ‘아이폰 6 대란’, ‘아식스 대란’ 이다. 이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하 단통법) 시행 1달여 만에 통신사 대리 업체들이 ‘보조금’이 아닌 ‘페이백’이라는 일종의 편법을 이용한 아이폰 6의 저가 공급 때문이었는데, 결국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입하였고 계약자들의 계약이 취소되는 촌극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런 웃지못할 해프닝은 바로 말 많고 탈 많은 ‘단통법’ 때문인데, 정부가 가지는 진의 파악은 음모론의 범주일 수 있으므로 차치하더라도 이 법령의 시행에는 유통구조의 개선이 표면적 주목적이 되고 있음은 분명히 파악된다.

바로 할인율이 중구난방인 상황에서 정가 - 정당한 가격일지, 정직한 가격일지, 정말 그 가격이 맞아? 인지 그 의미가 불분명한 - 에 대한 욕구, 나 혼자만 ‘호갱’(호구고객)이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찝찝함이 반영된 법률이 아닐까 한다.

최근 인상된 담뱃값처럼 정부에서 올리면 올리는 데로 이의제기를 하지도 못하는 정가 - 이때의 정가는 정해주는 대로의 가격이 아닐까 - 가 있는 반면 대부분의 상품 가격은 ‘권장 소비자가’처럼 모호한 단어로 제멋대로 가격이 붙여진다.

값비싼 외제차의 경우 가격의 10~20%는 쉽게 프로모션의 개념으로 할인이 되며, 백화점은 세일기간이 비세일기간보다 아마도 더 긴듯하다. 이쯤 되면 프로모션이라는 미명하에 할인 받는 금액이 실제로는 정가보다 부풀려진 금액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이뿐만 아니다. 똑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해외의 가격이 다르다. 국내 기업의 해외-국내 판매 가격이 다른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성비가 우수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이케아’, ‘도요타 캠리’의 국내 판매가격에 소비자들이 느낀 일종의 배신감들이 결국 ‘호갱’을 면하고자 직구족이 되는 현상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단통법’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단통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부품가격 공개 제도, 도서정가제 등이 비슷한 취지의 제도일 것이다. 현재 이러한 제도들은 불편감과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흐름을 봤을 때 이러한 제도는 시발점에 불과할 것이다. 즉 비슷한 제도들이 계속 탄생할 것이다. 이것이 과연 소비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효용성 논란이 호갱이 되기 싫은 소비자의 욕구보다 큰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분명한 듯 하다.

의료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수년전 시작되었던 ‘임플란트 원가’ 논쟁을 비롯하여, 의료 소비자들이 가지는 의료비에 대한 의구심은 점점 커지는 듯 하며, 여타의 상품비용에 대한 그것 보다 훨씬 크다고 확신한다.

또한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연관된 것으로, 건강보험과의 연관성도 생각해 보았을 때, ‘단통법’과 같은 법률이 간단히 의료계에도 도입될 수 있을 것인가는 회의적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소비자들의 ‘정가’에 대한 욕구가 의료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의료계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분법적으로, 배타적으로 접근해서도 안되며 집단적 이기심이 반영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매우 어려운 문제이며, 합의점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임상경험이 적은 수련의의 입장에서도, 분명 깊게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곽경호 부산대치과병원 교정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