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맑음동두천 19.5℃
  • 맑음강릉 24.4℃
  • 맑음서울 20.4℃
  • 맑음대전 21.3℃
  • 맑음대구 25.5℃
  • 맑음울산 19.6℃
  • 맑음광주 21.7℃
  • 맑음부산 19.6℃
  • 맑음고창 20.0℃
  • 맑음제주 20.8℃
  • 맑음강화 16.3℃
  • 맑음보은 21.3℃
  • 맑음금산 20.3℃
  • 맑음강진군 22.6℃
  • 맑음경주시 25.0℃
  • 맑음거제 18.6℃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치과보다 더 소중한 내 삶’ 덴탈 YOLO족 뜬다

여행 위해 페이닥터로, 스키에 여생 바치고…
틈만 나면 스포츠카 몰고 전국 일주
‘진료 좋지만 답답’ 여행앓이 배낭족

 



“페이닥터 시절이었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었는데, 아내가 모르는 얄팍한 보너스가 생겼죠. 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보르도 와인의 제왕이라 불리는 C와인이 너무나 마시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걸 사기에는 돈이 부족해 고민을 하다가 종신보험을 하나 해약했습니다. 주저 없이 250만원을 주고 C와인을 구입해 마셨죠.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강남 개원의 A원장)

 “부산에 살고 있는데, 답답하면 P스포츠카를 타고 당일치기로 강원도 한계령이나 평화의 댐까지 다녀오곤 합니다. 그러다 7번 국도를 타고 복귀하는데 저녁에 도착하면 하루 이동거리가 1200km에 달합니다. 오픈드라이빙과 경치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이제는 스포츠카를 팔고, SUV오픈카를 주문해서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산 페이닥터 B원장)

‘욜로(YOLO)족을 아십니까?’
“You Only Live Once(한번 뿐인 인생, 즐기자)”를 인생의 모토로 살아가는 사람을 뜻하는 ‘욜로족’이 각광 받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17년 트렌드 키워드로 ‘욜로’를 꼽으면서 “욜로와 관련한 소비는 단순히 물욕을 채우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활동을 넘어 자신의 이상향을 실천하고 구현하는 행위”라고 규정지었다.

치과계에도 욜로족은 차고 넘친다. 치과가 힘들어도, 결혼하라는 주위의 압력이 거세어도 그들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자세처럼 오늘에 집중하고, 늘 자신 만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는 “과연 내가 치과의사에 적합한 인물인가?”라는 직업적 정체성도 간혹 섞여 있다.

# 스포츠카 타고 단숨에 1200km 

현재는 쉬고 있는 전직 페이닥터 D원장은 대학시절의 ‘배낭여행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쉬기 직전 까지 생활패턴은 오롯이 여행을 위한 스케줄에 맞춰져 있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걸 좋아합니다. 대학시절에는 과외해서 번 돈을 아꼈다가 여행 다니는 낙으로 보냈어요.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자주 여행을 다니자’ 라고 생각했는데 나와서 보니 돈을 많이 버는 것과 여행하는 건 동시에 하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페이닥터로 몇 개월 일하고 몇 개월 동안 여행 다니는 생활을 몇 년 간 하면서 세계 곳곳을 쏘다녔습니다.”

지금 D원장은 쉬고 있다. 개원도 했었으나 바깥세상에 대한 열병 탓에 금방 매각을 하고, 다시 배낭을 꾸렸다. 요새는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조깅을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은 먹고 살 정도만 하면 되고, 보다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페이닥터를 하는 E원장 역시 소문난 욜로족이다. 그는 “치과의사만이 답은 아니다”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좁은 치과에 갇혀서 진료만 하기에는 천성이 ‘스포티’하다.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누빈다.
“스포츠카로 부산에서부터 한계령, 평화의 댐까지 드라이빙하는 걸 좋아하고, 요트조종에 관심 있어서 면허도 취득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중고 요트를 구매해 바다를 누비려고 해요. 또, 경비행기 조종에도 관심이 많아 조종 실습을 받고, 최근 30분 이상 경량항공기를 단독 조종해 보기도 했습니다.”

E원장은 미각에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커피에 빠져서 전국 팔도의 유명한 핸드드립 카페를 찾아다니기도 했고, 위스키에 빠져 몇 달간 위스키바를 다니면서 맛을 보다 체중이 불어 다이어트에 매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다 풍광이 보이는 집을 짓는 데 골몰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개원하고 있는 F원장(여성·35세)은 비혼주의자다. 딱히 이성에 관심이 없거나 개인주의적이라서라기 보다 자신의 길과 결혼이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힌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인생에서 매우 큰 지분을 차지하는데, 결혼 하고서는 내가 원하는 삶에 투자할 여유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저 자신에게 철저히 집중된 삶을 살고 싶어요.”

치협 협회장을 지내기도 한 H원장은 여생을 ‘스키’에 걸었다. 아예 강원도 평창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산다. 비시즌에는 스위스나 북유럽을 옮겨가면서 스키를 탄다. 노익장 스키어의 얘기를 들어보려 전화를 걸었다. 대답이 간명했다.
“지금 스키 타야 되니까 나중에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