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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코로나 감염 취약? 편견에 싸인 대한민국

일부 건강검진센터서 “구강검진 권장도 안 해”
치과 환자 95% 증발…인건비 유지도 버거워
치협·FDI·ADA “치과진료 안전” 통계로 증명

 

치과가 코로나19 취약지대라는 편견과 오해가 여전하다.


특히 이 같은 편견이 실제 환자들의 치과 접근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한 해 구강검진을 받았다는 응답이 48%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1~2명꼴로 코로나19 이후 치과 검진 빈도가 줄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코로나 감염 위험이 가장 많이 꼽혔다. 치과가 코로나19 상황에 취약하다는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한 대형 건강검진센터에서 “치과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며 내원객을 대상으로 치과 검진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안내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진센터 내에 위치한 서울 A치과 원장은 검진센터 안내직원이 환자에게 “감염 우려가 있으니 치과 구강검진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것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이런 상황이 치과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불 보듯 뻔했다. A 원장은 “검진센터 직원이 자제를 권하는 상황에서 굳이 구강검진을 받겠다고 나서는 환자가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구강검진만 아니면 된다? 피해 ‘눈덩이’
이 같은 상황이 수개월 간 지속되자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코로나19 이전, 하루 치과 방문환자가 200명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 10명 수준으로 급감, 95%의 환자가 증발했다.


해당 치과에서는 운영시간 등을 단축하며 개선에 나섰지만 결국 경영난에 20명이 넘던 직원 대부분을 내보내야만 했다.


특히 구강검진이나 스케일링 위주로 진료했기 때문에 환자 수 급감에 따른 타격도 컸다. 한순간이지만 폐업까지 고려했고, 보다 못한 치과 직원이 연봉을 줄이겠다는 자진삭감 의견까지 전달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A 원장은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는 의료재단 측에 심각성을 전달했지만 “치과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며 “구강검진을 통해 코로나 확산 염려가 있어 환자에게 치과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는 무책임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해당 검진센터는 다른 건강검진의 경우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오히려 종합검진을 50% 할인해주겠다며 홈페이지에 이벤트를 내걸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대를 겨냥한 검진 프로그램부터 수면내시경과 각종 백신 접종 할인까지 가짓수도 다양하다. 사실상 ‘구강’만 제외된 것이다.


A 원장은 “국내에서 감염환자가 치과를 방문해 문제 된 적은 있지만 치과 내 감염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많은 치과가 코로나 상황에 더욱 방역과 소독에 신경을 쓰고, 우리 치과도 최고등급 멸균기를 사용하고 핸드피스 소독도 수시로 한다”고 억울한 속내를 호소했다.


# “방역·소독·멸균, 최선 다 한다”
치과 진료와 코로나19 감염을 연결시키는 대중의 우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맘카페에서는 코로나19 우려로 예약을 수차례 취소했다는 글부터 “치과 가는 게 찜찜하다”, “입속이다 보니 불소도포고 검진이고 안 가고 있다”, “차라리 충치가 생기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반응까지 치과 진료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여전하다.


이 같은 왜곡된 시선들은 A 원장 사례 뿐 아니라 치과 개원가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원장 김영만)이 치과 개원의 1708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로 인한 치과병·의원 경영 피해 2차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한 해 전국 치과병·의원의 매출은 평균 23.4%, 환자 수는 25.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우 매출과 환자 수의 감소가 각각 24.2%, 25.6%로 피해가 더 컸다.


하지만 치과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가설은 전 세계적으로 찾아봐도 근거가 빈약하다.


지난해 10월 미국치과의사협회(ADA)가 발표한 연구는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치과의사 2195명에게 코로나19 관련 증상 등을 조사·집계한 결과, 감염이 확인됐거나 가능성이 있는 치과의사는 0.9%인 20명에 불과했다. 당시 미국에서 80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시기인 것을 고려하면 극소수인 셈이다.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역시 비슷한 시기에 성명서를 내고 “지난 몇 개월간 수백만 명의 환자가 치과를 안전하게 방문해 치과 진료 서비스를 받았다”며 “개인 보호 장비의 안정적 수급과 올바른 사용이 전제된다면 치과 진료가 계속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치과 진료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는 국내에서도 유효하다. 지난해 치협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치과 의료기관에서 치과 의료진과 환자 간 코로나19 비말 전파 사례는 전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