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이 오래 전부터 내세웠던 한국의 덴탈 허브 오브 아시아(Dental Hub of Asia) 프로젝트가 정부로부터 철저히 무시된 것인가. 지난 5일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획기적인 발전과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구성 첫 회의를 열고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치과계를 경악케 하는 것은 10명의 정무위원과 2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명단에 치과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혹시나 잘못 본 것은 아닌가 하고 몇차례 위원 명단을 살펴보았지만 명백한 사실로 돌아왔다. 참으로 정부의 덴탈 아이큐 수준이 이 정도로 형편없었는지 새삼 깨닫게 하는 순간이다.
의료인 단체 가운데 의사협회, 약사회, 한의사협회, 병원협회 회장들이 포함됐지만 치협 회장은 빠져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일어날 수 있는지 정부 관계자의 의식수준이 의심스럽다. 그런 기본없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의료산업을 아시아의 강자로 만들 수 있겠는가. 의료산업 육성 대상이 의과분야와 약학분야, 한의학 분야만 있다는 것인지,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인지 매우 불쾌하고 안타깝다.
치과의료산업은 의과분야의 산업과 마찬가지로 매우 다양하고 매우 선진화 돼 있으며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은 산업이다. 세계 각국에서 치과분야의 기술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 전세계 치과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치과의료 수준은 이미 세계 선진국 수준이 돼 있지만 불행하게도 치과산업 분야는 아직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것이 극히 적어 대체로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치협을 비롯 치과계 여기저기에서 동북아 덴탈 허브 존으로 우리나라 치과산업의 육성을 주장해 온 것이 2003년도 즈음부터였다. 의료시장 개방이 가시화되면서 이 기회에 우리나라 치과산업을 차라리 동북아 기지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다. 치협은 이 프로젝트를 계속 정부에 건의해 왔지만 정부의 반응은 아직 별로 관심 밖인 것 같다. 정부의 관심과 무한한 투자가 절실한데, 정부 당국의 치과의료산업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정부가 어떤 프로젝트를 끌고갈 때는 어느 한 방향만을 보고 달려서는 안된다. 균형있는 발전 모델이 필요하다. 줄기세포 연구가 세계 1위를 달린다고 그 연구만을 지원해서는 학문간의, 산업분야간의 불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의료산업이라는 주제 속에 왜 치과분야가 빠졌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수정해야 한다. 잘못된 것은 재빨리 바로 잡을수록 탈이 없다. 고집스럽게 달려가다가는 목적지와 상당히 동떨어진 곳에 가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