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새롭게 조직 개편된다. 시대상황에 걸맞게 조직운영과 책무를 대폭 손질했다고 복지부는 밝히고 있다. 과거 연공서열식 구조를 타파하고 능력위주의 인사원칙을 세웠는가 하면 정책과 전략기획 기능을 강화하고 고객중심, 성과중심의 방향으로 복지부 조직을 개편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번 복지부 조직 개편을 보면서 과거 철밥통이라고 불리우던 공무원 사회가 일대 변화가 왔다는 느낌이 든다. 형식보다는 능률을 우선시하고 연륜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결재 시스템도 80%의 결재를 팀장 책임 하에 두도록 한 것을 보더라도 비능률 체제를 개선하고자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복지부가 확실하게 능률위주, 국민위주의 조직으로 거듭나려고 몸부림 친 노력이 엿보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조직체계를 보면 과연 이름만 바뀌었다고 개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어린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구강정책과가 있던 종전 조직을 보면 건강증진국 아래에 건강정책과, 질병정책과, 암관리과, 정신보건과, 구강정책과 등 5개과로 구성돼 있던 것을 보건정책관 밑에 보건정책팀, 질병관리팀, 암관리팀, 정신보건팀, 구강보건팀 등 5개팀으로 바뀌었다.
‘국’이 ‘관’으로 ‘과’가 ‘팀’으로 바뀌고 같은 의미의 단어가 조금 바뀐 것 외에 무엇이 바뀐 것인지 알 수 없다. 보건정책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또 종전 연금보험국과 국민연금심의관 조직도 마찬가지다. 단지 보험급여과가 보험급여기획팀으로, 보험관리과가 보험급여평가팀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연금급여팀이 국민연금정책관 밑에 신설됐을 뿐이다. 장관 밑에 전략조정팀을 신설했다고 정책 및 전략기능이 강화됐다고 말하기에는 낯 뜨거운 부분이 있다.
즉, 옷을 갈아입었다고 몸이 바뀌었다고 말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국민위주의 정부로 거듭나려면 옷만 갈아입을 것이 아니라 몸을 단련시키고 정신을 가다듬어 새로운 정부로 태어났음을 실질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기업형 능력위주, 능률위주, 성과위주의 기업형 조직으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면 실질적으로 공무원들의 사고가 기업형 으로 바뀌어야 하고 관리체계가 그런 식으로 가야한다. 이 정권이 물러날 때까지 하라는대로 하는 ‘시간보내기식’ 개혁은 국민을 또 다시 우롱하는 처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개편을 통해 585명의 복지부 공무원이 한명의 누락없이 그대로 안착됐다. 기업형 조직을 원했다면 그동안의 성과를 눈감아 주기 보다 그동안의 성과를 철저히 따져 조직개편에 불합리한 공무원은 퇴출되도록 했어야 했다. 기업에서는 적어도 그렇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