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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연 전문]미국 치과의료 위기와 탐욕의 네트워크치과 (2)

역설적이게도, 이런 부자들을 위한 사모 펀드의 먹잇감이 되는 사람들은 주머니에 있는 돈을 겨우 쥐어짜 치과에 가는 사람들입니다. 경제적으로 팍팍한 처지의 사람들은 종종 치과에 가는 것을 미뤄 치아 건강을 악화시키곤 합니다. 겨우 치과에 갈 때쯤엔 이미 너무 많은 치료를 요하는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인 중 1억 명 이상이 치과 보험이 없습니다. 미국인의 40퍼센트가 비용 때문에 치과 치료를 미룬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억압된 수요”라고 부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죠. 이 사람들은 자주 고통을 느낍니다. 사실, 1년에 미국인 83만 명이 치아에 극심한 고통을 느껴 응급실을 찾아갑니다. 응급실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 봐야 이 환자들에게 진통제를 주고 치과의사를 만나게 해 주는 것이겠죠.


치과용품 전시회에서 치과의사가 무료 치료 서비스를 하면, 바로 이 억압된 수요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동영상은 버지니아 그룬디에서 있었던 치과용품 전시회입니다. 수백 명이 치료를 받고 싶어서 줄지어서 있지요. 그 중 적지 않은 수가 차로 수시간 떨어진 곳에서 건너 와 전날 미리 텐트를 치고 기다립니다. 비용 문제만 아니라면 당장 치과에 갈 사람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체인형 치과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이 해결책은 마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사실 그래서 우리가 이 문제를 추적하게 된 것입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우리는 거대 은행이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 준 예를 찾아봤습니다. 체이스(Chase),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등 은행들은 병원비가 없는 사람들에게 특별 신용카드를 발급해 줬습니다.


이 신용카드는 최대 2년 무이자로 발급됐는데, 이 카드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만약 빚 상환이 단 5분이라도 늦으면 대출이 이뤄진 시점까지 소급해 30퍼센트의 이자를 갚게 돼 있다고 불평했습니다.

  

환자들이 이런 이자 벌칙 때문에 원금의 50퍼센트를 더해 돈을 갚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치과의사들이 특히 이 신용카드를 반겼던 이유는 치과 보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체인형 치과는 보건 신용카드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사업 모델이었을 겁니다. 우리가 조사한 한 치과 회사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스펜 덴탈(Aspen Dental)은 미국에서 가장 큰 체인형 치과입니다. 아스펜 덴탈의 설립자는 로버트 폰타나(Robert Fontana)인데, 그는 의사가 아닙니다. 1991년에 경영대학을 졸업한 로버트 폰타나는 여러 의사가 공동 설립한 치과의 경영을 맡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자신의 사업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수익성이 좋은 새 치과 경영 모델을 개발해 냅니다.


로버트 폰타나는 1998년, 뉴욕 시라큐스 지역에 아스펜 덴탈을 설립합니다. 당시 회사는 4백 개 지점을 갖고 있었는데, 대부분 행인이 많은 쇼핑센터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 지점들은 마치 패스트푸드점 같은 인상을 줬습니다. 초기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무료로 해 준다는 광고도 실었습니다. 틀니를 2백99달러에 해 주는 쿠폰도 발행했습니다. 환자들은 예약 없이도 병원에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핵심은 아스펜 덴탈이 찾아가기 쉽고 저렴하다는 인상을 환자들에게 심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테레사 페리토(Theresa Ferritto) 같은 환자에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 사진이 페리토 여사와 그녀의 아들입니다. 좀 전에 동영상에서 이 여성을 보셨을 겁니다. 우리는 87세인 페리토 여사를 클리블랜드 오하이오 지역에서 인터뷰했습니다. 페리토 여사에게는 치과 주치의가 있습니다. 어느날 이 주치의는 그녀에게 치아 두 개를 뽑아야 한다며 한 구강외과 의사를 찾아가라는 진단서를 써 줬습니다. 그런데 페리토 여사는 구강외과에 가면 치료비가 많이 나올까 봐 걱정이 됐습니다. 페리토 여사는 매달 나오는 사회보장연금 1천2백 달러에 의지해 살고 있기 때문에 지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마침 페리토 여사는 아스펜 덴탈의 TV 광고를 보았고, 여기라면 구강외과보다 훨씬 돈을 적게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광고 속 배우는 환자가 ‘배우 같은 미소’를 찾게 될 것이라고 유혹했습니다.


처음 아스펜 덴탈 지점에 찾아갔을 때, 페리토 여사는 단지 치아 두 개만 뽑으러 왔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새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죠. 검진을 받은 뒤 페리토 여사는 어느 방으로 옮겨 실장과 상담을 합니다. 실장의 손에는 네 페이지짜리 치료 계획이 들려 있었죠. 60개 항목에 걸친 총 치료비 견적은 7천8백35달러였습니다.


페리토 여사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청구서에 적힌 말들은 보통 사람들이 쓰는 말과는 달랐습니다.

  

 또 직원들은 환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아주 능숙했습니다. 페리토 여사 같은 연배의 어르신들은 늘 그래 왔듯 의사가 하는 말은 일단 신뢰합니다. 페리토 여사의 수중에 8천 달러 같은 거금이 있을 리 없었지만, 아스펜 덴탈은 오늘 사인하면 특별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아스펜 덴탈의 견적서를 한 번 보죠. 아스펜 덴탈은 페리토 여사가 치아 7개를 뽑아야 하고 치아가 뽑힌 자리에는 부분 틀니가 필요하다고 진단합니다. 또 충치가 3개 있고 그 중 하나는 크라운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 모든 치료 이전에 스케일링으로만 2천3백 달러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페리토 여사에게는 치과 주치의가 있고, 당시는 주치의가 페리토 여사의 치아 상태를 점검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습니다.


견적서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사태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구강양치액 하나당 29달러가 청구돼 있고, 게다가 입 안을 4개 구역으로 나눠서 구강청결에만 총 1백16달러를 청구했습니다.


아스펜 덴탈은 또 네 개 치아의 치주낭(pocket)에 항생제를 투여해 3백 달러를 청구하겠다고 합니다. 항생제는 보통 치아를 살리는 데 사용됩니다. 그러나 같은 견적서에서 의사는 그 네 개 치아를 뽑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스펜 덴탈의 한 의사도 이 결정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아스펜 덴탈은 심지어 페리토 여사에게 준 증정품인 칫솔에도 1백49달러를 청구했습니다. 우리가 보여달라고 하기 전까지 페리토 여사는 증정품에 뭐가 있는지 확인도 안 한 상태였습니다. 칫솔에 돈을 청구했는지도 몰랐던 것이지요. 견적서에는 ‘로타덴트 치간칫솔(Rotadent Periodontal)’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페리토 여사의 사례가 특수한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는 도나 켈시 씨의 사례를 보죠. 55세인 도나 켈시 씨는 15년 동안 치과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치과 보험도 없고, 보험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앞니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전까지 치아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기도 했습니다. 앞니 사이 틈이 벌어진 것을 발견한 켈시 씨는 당황해서 일전에 광고에서 본 아스펜 덴탈 지점을 찾아갔습니다.


의사는 켈시 씨에게 뼈가 너무 많이 없어져서 윗니를 모두 뽑고 틀니를 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켈시 씨는 과연 3천7백 달러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지요. 그때, 실장은 그녀에게 “무이자” 신용카드를 신청하라고 제안합니다.


켈시 씨가 치아 13개를 뽑으려고 다시 왔을 때, 의사는 그녀의 윗니를 뽑고 뽑고 또 뽑았지만 결국 다 뽑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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