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30여 년간 수많은 틀니환자를 봐왔다. 통법대로 초진부터 틀니완성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지만 인상의 오차, 기공과정에서의 에러, 환자의 적응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연결된 경우가 종종 있다. 인상과 기공과정에서는 빨리 발견할 수 있지만 완성 후에는 조절이 쉽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임플란트를 이용한 틀니도 많이 하겠지만 시골의 특성상 유지관리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주기적으로 페킹을 교환하는 것이나 파손된 틀니수리 등으로 오해가 많이 발생해서 술자는 전문병원으로 주로 의뢰하는 편이다. 인상체득에 오차가 있다면 다시 인상 떠서 새로 제작하면 되겠지만 환자의 협조가 부족한 경우엔 원인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서로의 이해와 인내심으로 틀니손질하고 조절해서 해결하지만 그렇게도 되지 않을 땐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 인상채득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연세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께는 미안한 생각이 든다. 또 안 맞으면 어떡하나 하며 대부분 재제작에 들어갈 땐 처음보다 신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없던 일로 하고 타의원으로 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해와 설득으로 잘 해결되었을 땐 안도
실종 사고 뉴스가 경종을 울리는 이즈음, 어머니를 모시고 실종 예방을 위한 인식표ㆍGPS추적 시계ㆍ인식 팔찌 등 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치매안심센터에 들렀다. 가족관계증명서, 처방전 등 미리 준비한 서류를 챙겨갔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등본을 추가로 요구받았고,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오더라도 11시 30분까지는 다시 도착해야지 그 시간이 넘게 되면 점심시간이라 오후 1시 이후에 와야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스멀스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모두 준비하여야 한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꼭 필요하다면 그동안 여러 번의 전화 통화나 문자에라도 미리 알려주었다면 좋았을텐데, 거기에다가 점심시간을 고수하기 위해 11시 반까지 오도록 압박을 받으니,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도대체 미리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는 없었을까? 치밀어 오르는 화를 느끼며, 혹시 내가 그동안 환자분들께 설명을 잘해야만 했던 상황에서 설명을 듣는 상황으로 바뀌게 되자, 센터 직원이라면 설명을 잘해야 한다고 단정 짓고, 환자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전이시켜, 화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문하며 설명의 의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의료인에게
장수(長壽, Longevity)는 역사 이래로 많은 이들이 꿈꾸어 온 본능적인 욕망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오래 살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최대한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 늙기를 바랍니다. 현대인은 생명과학과 현대의학 등의 발전으로 이전 세대보다 나이에 따른 건강 관리를 더 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자는 높은 연령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서 고령을 준비하고자 하는 보다 적극적인 주체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자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고령화율로 나타냅니다. 고령화율은 65세 이상의 고령자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7%를 넘는 사회를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를 넘는 사회를 고령사회(aged society), 20%이상일때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하죠(표 1). 통계청의 2022년 발표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의 인구가 20.6%로 전망되어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2022년 발간한 평생교육백서에서는 2040년에
안동 도산서원 앞마당에 길게 뻗은 흰색 고목나무 너머로 호수같이 펼쳐져 있는 낙동강이 보인다. 조용히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 속에 섬처럼 솟은 시사단(試士壇)이 있다. 이 시사단은 1792년 정조가 존경하던 퇴계를 추모하기 위하여 특별히 과거시험(도산 별과 陶山別科)을 실시한 것을 기리는 곳이다. 당시 도산 별과에 응시하기 위하여 전국 각지에서 1만명의 유생이 도산서원에 몰렸고 7228명이 응시한 것으로 되어있으며, 최종 1등과 2등을 선발하여 초시와 복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과 전시(殿試)에 응시할 수 있는 특별자격을 주었다고 한다. 통상 조선시대 과거는 3년에 한번씩 치루어지는데, 크게 네 단계의 시험으로 나뉜다; ① 생원 진사시 (200명 선발), ② 대과 초시 (240명 선발), ③ 대과 복시 (33명 선발), ④ 대과 전시 (33명이 왕 앞에서 시험을 치고 순위를 정함). 마지막 전시에서의 1등이 장원 급제이며 종 6품으로 관직에 등용된다. 당시 조선시대 인구가 730만명 정도였으므로 현재 우리나라 인구 수를 고려하면 가장 첫 단계 시험에 통과하여 생원이나 진사가 되었다는 것은 지금의 인서울 의대에 합격한 것과 비슷하다. 복시를 통과하는 것은 산술
크고 작은 집단에는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있다. 인적요소를 최소화하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선진조직이라도 리더의 역할에 따라 그 조직은 전혀 다른 능력과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간단히 축구팀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똑같은 선수들로 게임을 하여도 감독 한 명이 바뀌면 만년 꼴찌를 다투던 팀이 갑자기 다음 시즌 우승을 하기도 한다. 2002년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나, 최근 아시안컵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가적인 상황으로도 과거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의 통솔 하에 단 1패도 하지 않았던 조선 수군은 원균이 지휘권을 잡자마자 한번에 거의 전멸해 버렸다. 정치 뉴스는 잘 안보는 편이지만, 현재 총선을 앞둔 각 정당 지지율 변화, 더 나아가 미국, 중국, 러시아의 갈등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리더들을 보면 그들의 태도와 생각이 매 순간 그 조직(정당, 국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된다. 대형 서점에 가면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에 관한 주제로 수많은 “리더십” 저서들이 나와 있는데 이는 그만큼 관심이 많고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저서들을 다 볼 수는 없지만 대충 목차만 보더라도 어느정도 공통적인 요구조건은 알 수 있다. 이러한
구강은 먹고, 말하는 등의 일상적인 활동에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한다. 이는 입안의 치아와 타액 및 혀-입술 등 주변 조직이 조화롭게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체 노쇠와 “구강노쇠”가 나타나면서 조화로운 구강기능은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불면, 우울, 사회활동 저하나 손놀림 둔화로 구강관리가 소홀해지고, 3-4개 만성질환과 그에 따른 복합투약으로 입마름이 심해지며, 이로 인해 다발성의 치근 우식과 치주염 발생 및 다수 치아 상실에 따른 교합력 저하가 나타나며, 심지어 뇌병변에 따른 혀-입술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체 노쇠와 “구강노쇠” 사이에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에 대한 연구의 대부분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 국내 상황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이에 지난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노년치의학회를 중심으로 ‘한국형 “구강노쇠” 진단기준 개발 및 효율적 관리 방안 연구’ 공청회가 개최되어 체계적 문헌 고찰, 빅데이터 조사, 델파이 설문, 해외 사례 분석결과를 공유하고 관련 직역들 간의 패널 토의가 진행되었다. 이에 필자는 신체 노쇠와 관련하여 “구강노쇠” 병명 도입의 필요성을 아래의 세가지
김치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우선 김치의 어원을 살펴보면 채소를 절인다는 뜻의 침채에서 딤채 - 짐채 - 김채 - 김치로 변모하면서 오늘날까지 김치로 부르게 되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삼국시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야채를 소금에 절여 먹어왔으며 1700년대에 중국에서 배추를 들여와 배추김치가 대중화 되면서 대표적인 김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전부터 각종 채소를 절여 먹던 김치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으므로 우리에겐 특별할 것이 없는 단어이고 늘 우리에겐 생활화 되어 왔던 김치는 김장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파김치 등 삼백 가지가 넘는 다양한 김치 맛에 우리는 당연히 김치는 곧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요즘 들어 건강식품으로 인정되어 세계적으로 인기가 치솟으니 이웃나라에서 자기네 문화라고 우기며 파호차이라며 소개하는 웃음꺼리를 자초하고 있다. 중국어인 파호차이는 채소를 절여서 만든 여러 반찬의 총칭일 뿐 배추김치와는 별개다. 일전에 중국의 유명배우가 김치를 파호차이라 소개하면서 소금에 절이지도 않고 양념을 발라 만든 반찬을 자기네 고유의 전통 음식이라며 유튜브에 올린 적 있었는데 발효시키는 과정과 젓갈 등의 재료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요즘 임플란트 비용이 많이 내렸다고 하던데, 돈을 모아 놓았으니 치료 받으러 갈게.” 진료 받으러 오셔서는 깜짝 놀라시는 표정이었다. “아니 임플란트 하나에 몇십만원 한다고 광고 나오던데, 비용이 다 같지 않나?” 비보험 수가 비용을 같이 책정하면 공정거래 위반이 된다는 둥, 재료비랑 기공료ㆍ인건비는 어떻고, 상태에 따라서 뼈이식 등 다양한 수술을 하게 되는 상황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이 구차했다. 그동안 열심히 진료해서 잘 지내시는 환자분들도 광고에 나오는 가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혹시 진료비를 과도하게 낸 것이 아닌가?’ ‘너무했네, 그렇게 잘해주던 나에게 이렇게 비싸게 받고….’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기본이지만, 진료비를 아주 저렴하게 광고하는 것은 환자를 유인하여 과잉치료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더욱 심해져서 유튜브 쇼츠에도 광고가 나온다. [**만원만 있으면, 임플란트 4개 이상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광고를 보는 순간, 온몸이 오그라들고 진료가 아니라 물건을 파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의 생각만
노인은 일반적으로 중년 다음 단계로 평균 수명에 이르렀거나 그 이상을 사는 사람입니다. 노인은 신체적으로는 생리적·생물학적인 면에서 퇴화기에 있고, 심리적으로는 정신기능과 성격이 변화되고 있으며, 현대사회에서 은퇴 등을 통해 주요한 사회적 역할의 상실을 겪습니다. 퇴직연령이 일반 기업체의 경우 55세, 일반 공무원은 60세이므로 은퇴 시점을 고려한 사회적 접근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국제노년학회에서는 노인이란 ‘인간의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심리적, 환경적 변화와 행동의 변화가 상호작용하는 복합 형태의 과정에 있는 사람’ 이라고 정의합니다. 노인이란, 복잡한 인간의 노화과정이 자신의 신체나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를 의미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65세 이상이면 법과 제도상으로 노인으로 분류됩니다.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1964년에 처음으로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으로서 ‘만 65세’라는 나이를 도입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년전에 도입한 연령 기준인 것이죠. 17년 후인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역시 노인을 65세 이상인 자로 규정하였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나 노령연금, 각종 경로우대 제도 또한
2022년 신학기가 되자 2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코로나19가 드디어 2급 감염병으로 바뀌면서 온라인 수업이 전면적인 대면 수업으로 바뀌었다. 수업전날에는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갔는데 뭔가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첫째, 학생들 책상 위에 필기구가 거의 없었다. 볼펜이나 노트 대신 태블릿 PC나 노트북이 있었고, 당연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노트에 필기하는 학생이 없었다. 둘째, 수업 중 내 눈을 마주치는 학생이 드물었다. 대부분 내가 미리 보내준 강의 자료를 각자 책상위의 컴퓨터 화면으로 보고 있었고, 교단 앞의 스크린을 보지 않았다. 수업 전에 미리 보내준 강의 자료와 당일에 보여주는 내용이 달라도,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학생들의 반응에 변화가 없었다. 셋째, 막상 학생들을 교실에 모아놓고 대면 수업을 하니, 내가 교실에 있다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이 가상공간에 있는 느낌이었다. 즉 실제 학생들이 아니라 학생 얼굴 영상의 집합체 앞에서 강의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강의실에 있다는 것 빼고는 가상현실에 와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변화가 낯설어서 대학생 딸아이에게 수업을 어떻게 듣는지 물어보았다. 딸아이는 노트북에 저장된 파일을 보여주
정부의 갑작스런 내년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에 현재 의료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사실 의대정원을 늘리는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얘기되어 왔던 것이고, 이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연구결과로도 그 당위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의사들의 입장 역시 의사 증원의 필요성에 이견은 없었으나, 이렇게 단 1년만에 현재 배출되고 있는 3000여명 졸업생의 67%에 달하는 2000명을 증원한다는 것이 그 규모나 시기에 있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기에 그 충격이 더한 것 같다. 정부의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은 현 정권의 탄생에 의사들의 지지가 강했었다는 점에서 의사들에게는 또 다른 배신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현재 약간의 버블이기도 한 의대로의 인재 쏠림 상황에서 그 어느때 보다 힘들게 의대를 들어간 재학생들 및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당장 4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에게도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이래저래 득실 계산은 했겠지만, 지지층의 표를 많이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로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부담스럽고, 충격적인 결정의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재 국민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