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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하여

스펙트럼

얼마 전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채널을 만났습니다. 요즘 TV 프로그램에서 종종 뵐 수 있는 유현준 교수님의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채널이었습니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영상 하나를 틀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업로드 된 동영상을 죄다 보았습니다. ‘공간’이라는 주제를 생각해본 적 조차 없었기에 오히려 흥미로웠던 걸까요? 갑작스럽게 ‘공간’이라는 주제에 매력에 홀려서는 저의 공간을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몰아치는 시험과 실습들을 핑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본과 학생이기에… 공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할 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갖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항상 존재하는 그 곳이 공간인데 특별함을 느끼지도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간과 제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유현준 교수님의 말씀에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생활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이라는 공간은 조금 독특합니다. 다른 의과대학 혹은 치과대학이 그렇듯이 병원과 함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실습때문에 병원과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특이점이, 유현준 교수님의 건축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것보다도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관악 캠퍼스는 (비록 경사가 가파르긴 하지만) 넓은 평지가 깔려있고,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할 만큼 외부와는 단절된 공간입니다.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학교 관계자일 것이며, 어떻게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와 같은 학생일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라는 공간은 친숙하고 ‘나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합니다. 비슷한 느낌을 찾아보자면, 아주 어렸을 때 아파트 앞에 있는 놀이터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누구도 정하지 않았지만 마치 정해진 듯이 친구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냈던 놀이터처럼 관악 캠퍼스는 울타리가 있는 놀이터였던 것 같습니다. 또 건물마다 개성이 다르고, 연못도 있고 많은 벤치들이 있는 환경은 학생들로 하여금 바깥을 거닐게 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학생들과 소통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면에 제가 지금 지내고 있는 혜화동의 연건 캠퍼스는 관악의 캠퍼스와는 정말 다릅니다. 제일 큰 차이가 있다면 병원과 함께 존재하기에 연건 캠퍼스는 학생보다는 외부인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제가 활동하게 되는 공간도 치의학대학원과 대한 외래 건물로 제한적입니다. 병원이 있다 보니 제가 보고 접하는 사람들도 달라지게 됩니다. 학교 문을 나오는 순간 학생보다는 바쁘게 지나다니는 의사 혹은 치과의사 선생님들과 입원복을 입고 산책을 하고 있는 환자들, 혹은 그 보호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환경은 제게 긴장감을 줍니다.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환경은 관악 캠퍼스만큼 ‘나의 공간’이라는 안정감과 보호감을 느끼게 하진 못하지만,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이끌어냅니다. 그것이 치과의사가 되는 과정동안 제게 꽤나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지요.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이 상황에서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다면 이후에 치과의사가 되었을 때 무의식 속에 그때의 동기들이 분명히 자리잡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공간이라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니 문득 놓치고 지났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까지도 닿게 됩니다. 공간이 내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는 유현준 교수님의 말이 마냥 가볍게 그러려니 하기에는 정말로 영향이 크다고 느껴집니다.

 

이 글을 보시는 선생님들께서도 잠시나마 주위를 둘러보시고, 선생님들께서 계시는 공간의 의미를 생각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았을 때 그 평범함은 더욱 소중해지니까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