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의료인은 늘 말과 기록으로 살아갑니다. 진료 차트에는 수많은 증상과 수치들이 나열되고, 설명은 명확하고 간결해야 하며, 환자와의 소통에서도 직설과 이해 중심의 언어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삶을 오래 지속하다 보면, 언어의 숨결이나 감정의 결이 희미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시(詩)를 읽는 일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시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언어의 밀도가 높습니다. 함축적인 표현 속에 작가의 마음과 세계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소리보다 침묵이, 문장보다 여백이 더 큰 의미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치과의사라는 정밀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는 또 다른 감각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시를 읽는 일은 자신을 다시 구성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최근 SNS에서 짧은 글들이 ‘현대의 시’라 불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물론 그 표현의 자유로움은 반갑지만, 시는 단순히 짧다는 이유로 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2025년 9월 1일자로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학교실 및 치과병원 예방치과에 새로이 발령을 받았습니다. 선진적인 예방진료를 수행하였던 예방치과 진료실이 7년 만에 재개소함에 따라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이때, 중압감이 자칫 스트레스로 이어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는 출사표를 적어봅니다. 전임의사로서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불확실한 장래로 인한 불안이 그림자처럼 뒤따르곤 했습니다. 이직을 결심하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며 거주지를 결정하기 위해 강릉과 광주를 왕복하는 여러 번의 과정은 몹시도 피로하였지만, 만삭의 아내가 네 살배기 첫째를 돌보아야 하는 어려움에 비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장거리 이사 당일에는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버텼는데,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잘하려고 하지 않고 버티고자 했던 것이 많은 결과를 무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전, 저희 가정에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아내와 아기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거쳐 집으로 오기까지, 제가 열흘 정도 첫째 아이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고작 열흘 동안 백 번도 넘게 첫째와 옥신각신하다 보니, ‘우리네 부모님은 나를 어떻게 키웠을까?’ 하는 진심 어린 궁금증과 존경심이 우러나곤 했습니다. 육아 정책이 있는
최근 치의과계 전반에서 비급여 진료에 대한 과도한 광고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환자를 현혹하는 허위, 과장 광고, 덤핑진료 광고는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고, 환자들에게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개원의가 원하는 민원 중 첫 번째가 되어 지난 1월 10일 치과의료정책연구원 주최, 서울대학교 사회구강연구실이 주관한 덤핑치과의 정의, 실태, 대안 마련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치협도 의료법위반 신고센터를 설립해 고발 등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의료광고에 관한 법률의 허점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수법과 행정, 사법처분이 솜방망이 처벌이어서 의료법 위반 광고는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의료 폐해를 절감해 왔던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국 치과의사 지부장들이 지난 13일 피켓 퍼포먼스를 통해 비급여 광고 금지 입법을 호소했다. 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비급여 진료 광고는 초저가 비용으로 환자를 유인해 비윤리적 치료 계획을 세우고 치료함으로써 의료인이 지켜야 할 윤리적 책무를 망각하게 만들고 있다. 저수가 경쟁을 유발하며 과잉 진료를 할 뿐만 아니라 일반치과의사의 비용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고 비방하는 등 의료인 간의 신뢰를 무너뜨려 치과계 전
불소중독이 걱정되어 양치를 성실하게는 하지 않아 치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나지만, 원내생 생활을 하다보니 치실을 직접 적용하고 사용할 일이 많아졌다. 러버댐 장착 전 치실로 인접면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고, 임플란트 환자의 구내 관리를 위해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치실과 슈퍼플로스로 치간 청소를 하는걸 옵저하며 저 얇디 얇은 실이 구강 건강에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끼곤 한다. 이렇게나 유용한 치실을 호기롭게 주욱 뽑아서 사용하려다 보면 한 가지 딜레마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실제 치간을 청소하며 쓰이는 치실은 몇 센티 안되는데 이를 손가락에 묶어 사용하기 위해 너무 많은 치실을 뽑아 써야한다는 것이다.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자원을 아껴쓰려는 마음은 일말도 없지만 그래도 병원의 원가보전율에 조금이나 보탬이 되고자 최대한 짧은 길이로 뽑아쓰려 했는데 길이가 조금만 부족해도 치실의 사용 자체가 불편하고 걸리적거렸다. 긴 치실에서 치태 제거에 실제로 쓰이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그 미약한 부분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언뜻 쓰이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꼭 필요한 나머지 대부분 길이의 치실이 필요했던 것이다. 노력의 성질도 이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성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내외 재난현장, 군부대, 벽지 의료봉사와 같이 상시 진료 환경이 아닌 장소에서도 치과치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한다. 이와 같은 비영구적 진료 환경에서 사용되는 포터블 치과 장비는 운반성과 설치 용이성은 물론, 제한된 조건에서도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진료 수행이 가능해야 한다. 이번에 제정된 ISO 23402-3:2024 Dentistry - Portable dental equipment for use in non-permanent healthcare environment - Part 3: Portable suction equipment(치과 - 비영구적 진료 환경에서 사용하는 포터블 치과용 장비 - 제3부: 포터블 흡입 장비)는 이와 같은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포터블 흡입 장비의 분류, 요구사항, 시험방법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는 표준이다. <포터블 흡입 장비란?> - 치과 진료 시 침, 에
2010년 이후 매년, 한강변 상암동, 뚝섬, 여의도에서 특별한 풍경을 마주한다. 수많은 이들이 한데 모여 힘차게 달리는 모습, 바로 ‘스마일런 페스티벌’ 현장이다. 단순한 마라톤 대회를 넘어, 이 행사는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의 가장 아름다운 사회 공헌 활동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번 9월 14일 상암동에서 열린 ‘스마일런 페스티벌’은 보건복지부, 서울특별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대한구강악안면학회, 오스템 등이 후원하는 대회로서 하프코스, 10Km, 5Km, 걷기가 있어 마라톤 마니아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가족까지 참가한 축제다. 스마일런은 말 그대로 ‘미소(Smile)’와 ‘달리기(Run)’가 결합된 축제이며 ‘나눔 문화 확산’운동이다. 구강암•얼굴기형 환우를 돕기 위한 스마일마라톤 대회가 얼굴 기형 환자 돕기로 포커싱하며 참여 인원이 5000명을 넘어서는 유명대회가 되었다. 달리기는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비용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폐능력 향상, 체중관리, 햇볕으로 인한 뼈건강, 성인병 예방, 면역력 강화 등에 좋으며 정신적 장점으로는 스트레스 해소와 달리기 중 ‘러너스 하이’라 불리는 엔돌핀이 우울증을 예방해 준다. 시각장애인이나 장애우의
어느덧 봉직의 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이 흘렀다. 동기들과 간간이 주고받는 근황 속에는 “누구는 벌써 어떤 술식을 했다더라”, “누구는 어디에서 얼마를 받는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다른 동기의 빠른 임상 속도나 높은 급여 이야기에 스스로 조급해지기보다는, 이러한 상황이 묘하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또래 친구들과 다른 속도로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부분의 친구들이 수능 성적에 맞춰 바로 대학에 진학할 때, 나는 N수의 길을 선택했다. 20대 초·중반에 또래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있을 때, 나는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치과대학 학부 시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시 필기를 준비하던 시기에 누구는 벌써 2회독을 끝냈다는 말이 돌았고, 원내생 실습을 돌 때는 누군가 특정 과의 정해진 점수를 훨씬 상회하는 정도로 채웠다고 하는 식이었다. 그때도 나는 동기들보다 한 템포 늦은 위치에 있었지만, 초조하다거나 다급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태 살아오면서 남들과 같은 속도로 갈 수 있었던 몇 번의 분기점이 있었다. 수능 재수를 마치고 정시 지원했던 학교로부터 합격증
2025년 9월 7일, 박영국 교수가 세계치과의사연맹(FDI)의 신임 차기 회장으로 당선됐다는 소식은 우리 치과계에 큰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2001년 고(故) 청운 윤흥렬 회장의 차기회장 당선 이후 24년 만이며 125년 FDI 역사상 최초의 단독 후보 당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국제 치과계의 압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그가 이뤄낸 쾌거는, 개인의 영광을 넘어 대한민국 치의학의 위상을 세계에 공고히 한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고 윤흥렬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인이 FDI 수장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14년 토선 함석태 선생이 한국 최초의 치과의사 면허 취득 후 1925년 한성치과의사회를 창립하였고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 4월에 치협 창립 10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바가 있다. 근대치과의 도입기가 토선에 의해 시작되었다면 세계 무대의 데뷔는 청운이 스타트를 끊었다. 즉 박영국 차기 회장의 당선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치과계가 학술적, 기술적으로 쌓아온 역량과, 기업과 선후배들이 국제 무대에서 흘린 땀방울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제는 국제사회에 우리의 역량을 서브해야 하는 전환기를 맞이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