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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음의 미학(美學)

Relay Essay 제2483번째

계절의 굴레 속에서 立冬(입동)을 지나는 이때쯤이면 아침으로 제법 쌀쌀한 기온으로 주위에서 환절기로 생체기를 겪으며 겨울을 무난히 지내기 위해 면역력을 키우고 있는 우리네 인간들이 거룩해 보이는 요즈음…….


모든 자연의 생명들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나뭇잎을 떨구거나 동면을 통해 지혜를 실천하고 있음을 바라보며 인간들도 1년 간의 매무새를 정갈하게 비우고 내려놓는 마무리를 통해 자연의 흐름 속에서 나는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백팔 배와 瞑想(명상)을 끝내고 돌아앉아 맑은 차를 마시며 想念(상념)에 잠겨 본다.
오래 전부터 행해오고 있는 이러한 닦음을 통해 투명해진 나에게 무엇을 남기고 또 어떠한 숙제로 남았을까 생각해 본다.


수많은 법정(法頂) 선사의 말씀 중에 “자기 자신만의 투철한 질서를 가지고 『홀로 있음』을 경험하면서 자유인이 돼라!”는 귀한 가르침이 있는데, 이는 걸리적거리는 주위환경을 잠시 물리치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맑게 하는 닦음을 통해 沈默(침묵)의 의미를 담으라는 큰 가르침으로 이를 잘 담아내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스럽게 여겨진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부처가 태어나자마자 일갈했다는 『天上天下唯我獨尊(천상천하유아독존)』의 의미를 생각해볼수록 참 괜찮은 종교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자신을 지극히 사랑한 자만이 비로소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진리의 말씀으로 들린다.


이는 세상에 자신밖에 없다는 이기심을 표현한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있을만하니 있고 또 꼭 있어야만하기 때문에 존재하므로 모두가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서 더없이 귀한 존재로 자신이 사랑스럽게 우뚝 서 있으라는 즉 자존감을 가지라는 말씀이 아니겠는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서(자존감이 없으면서) 어떻게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주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모름지기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위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우리네 인간들은 타인을 사랑하는 척하기 이전에 과연 자신을 얼마만큼 존중하고 사랑하고 있는지를 가슴 속의 가슴으로 묻고 또 물을 일이다.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진솔하게 물으며 존귀한 존재로서 참되게 살아가야하지 않겠는가?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사유하며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隨處作主入處皆眞(수처작주입처개진)』(언제 어디서나 주체적일 수 있다면 그가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된 진리의 곳이다-임제)의 옛 선사의 귀한 가르침을 깊이 새겨볼 일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 인생의 여정에서 늘그막에 정말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 중에
첫째는 마음공부를 하게 된 것이요,
둘째는 대금이라는 악기를 취미로 갖게 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우주의 운행과 자연의 섭리도 모두 陰陽(음양)의 이치로 되어있듯이 인간의 행위도 나이에 따라 靜的(정적)인 것과 動的(동적)인 것으로 구성된 음양의 조화로움으로 함축시킬 수 있겠다. 즉,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으로 시절연인 따라 순리대로 조화를 이룰 때에야 비로소 조화로운 인생을 구가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생동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젊었을 때에는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비우고 내려놓는 나이에는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것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깨달음 속에 취한 것이 대금이라는 정적인 취미를 갖게 되었다.


많은 정적인 취미 중에서도 서양악기는 대부분 금속성으로 되어있지만 국악기인 대금은 자연물인 대나무를 이용하므로 자연스러운 소리와 더불어 나도 텅 비어있는 내면처럼 마음을 비우고 올곧은 대나무의 품성처럼 텅 빈 충만을 닮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특히 대금 연주는 깊게 복식호흡을 할 수밖에 없는 악기이므로 폐활량도 늘어나지만 심적인 안정에도 도움을 주어 심신의 건강에 매우 유익한 악기임에 틀림이 없다.


나의 전생이 학자였다는데 아마도 귀양을 갔거나 어떤 한스러움을 간직하면서 일생을 살아서인지 대나무의 깊고도 한스러운 소리를 듣거나 연주하고 있노라면 마음의 힐링과 더불어 나의 아우라를 감싸는 크나큰 氣(기)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초보일 때는 이런 한스러움이 들어있는 곡을 좋아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옛날에는 生(생)을 다했을 때 고인의 애장품을 함께 매장했다는데 나도 생을 고할 때 친구이며 연인이었던 대금을 내 곁에 넣어달라고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남기고 싶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들어 왔던 말 중에 “철이 든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때의 ‘철’이란 계절(때) ‘철’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


즉 자연(계절)의 변화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 대자연의 모든 생물체들이 존귀하고 나라는 존재는 극히 미세한 존재이며 자연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나와의 연관관계가 하나같이 엮여있음을 마음속에 담았을 때야 비로소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薇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일미진중함십방, 일체진중역여시)』


“하나 속에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 속에 하나가 있으니, 하나가 곧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이 하나를 이루며, 한 티끌 속에 우주가 다 들어있고, 일체의 티끌마다 온 우주가 다 들어있다”라는 심오한 선인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닦음을 통해 얻은 자신의 청정함을 어떻게 사회적 메아리로 승화시킬 것인지 화두(話頭)로 생각하며 나 자신의 매무새를 여미는 일을 고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