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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치의의 걱정거리들

스펙트럼

“내가 나온 부대가 제일 빡세고, 네가 나온 부대는 죄다 보이스카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의 인생만 힘들어 보이는 건 만국 공통인 듯합니다.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누면 페이닥터, 공중보건의, 치대생과 일부 개원의가 각자의 위치에서 똑같은 불평을 합니다. 요즘 왜 이렇게 살기 힘드냐고. 4천 년 전 어느 수메르인의 점토에도 “옛날이 살기 좋았지.”라 적힌 걸 보면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인류 사회는 계속 퇴화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젊은 치의들은 참 걱정이 많습니다. 간혹 10년 정도 위 선배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큰 고민은 요즘과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이제는 치과의사가 망할 때가 되었다’로 시작해서 ‘도대체 언제 이루어지는 치과의사 숫자 동적평형’ ‘코로나라서 환자가 없다.’ 또는 ‘물가는 올라가는데 계속 저렴해지는 임플란트 수가’ ‘덤핑 치과 때문에 다 같이 죽는다’ ‘치협 일 안한다’  ‘2000년대엔 치과 하면 2년 안에 그 건물을 샀다.’는 둥 굵직한 고민들은 정말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는 10년 전 개원하신 그 선배님을 부러워합니다. 참... 치과할 맛 나셨을거야...하고 말입니다.


신선한 고민들도 많습니다. 대출 고민입니다. 지난 3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시중은행에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신용 대출에 “연소득 범위내로 한도를 한정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기사가 나오고 놀란 마음에 여기저기 대출 한도를 확인한 한 친구(J)가 사실임을 확인한 뒤, 단톡방에 굉장히 장문의 카톡을 여러 개 남깁니다. 학자금 대출은 언제 갚고, 내년에 결혼은 어떻게 하며, 집은 뭔 수로 사고, 인테리어 값이 잔뜩 오른 개원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냐는 말입니다. 다 같이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금수저 친구(H)가 한 명 있어 모두 그 친구 밑에서 평생 노예하자는 신성한 서약을 하였습니다. 치과의사 안에서도 수저가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원래 중요했지만 말입니다.


늘어나는 치과 숫자도 너무 고민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잠깐 주춤했던 개원 숫자는 곧 다시 폭발할 듯 합니다. 개원 박람회가 미어터졌다는 소문도 들리는 것 보니, 우리는 나중에 어디에 낑겨 들어가야되나 하는 고민이 많습니다. 베트남이나 중국에 취직해서 외화벌이 해오겠다며 장난치는 친구(E)도 있습니다. 이미 가진 것 많은 누군가들, 어디선가 자꾸 굴러 들어오는 대형 자본의 사무장 덤핑 치과와 경쟁을 어찌 해야 하나. 결국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도 덤핑과 위임진료를 해야하나? 안하는 내가 멍청하냐는 공중보건의 친구의 말에 다들 멍청한게 맞다고 아직 안하냐고 놀리고 웃어 넘깁니다.


내년에 국가 고시를 치는 본과 3학년 친구(O)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실기 시험이 고민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학생들의 시험은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놀립니다. 막상 저는 국시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잤었지만, 아무도 모를겁니다. 친구는 또, 통합치의학 자격증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많은 원장님들께서 병원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환자 분들도 전문의를 더욱 선호하는 분위기를 보면 고민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생기기 전부터 끝난 뒤까지 이 면허가 참 말이 많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다가 뒤늦게서야 부랴부랴 면허증을 땄는데, 뭔가 이 분위기에 손해보지 않으려고 한 행동같아서 죄책감이 많이 듭니다. 좋은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힘을 뭉쳐도 힘들 판국에, 선후배간의 단절이 생긴다니 정말 무섭습니다.


가끔 선배님들과 식사하면, 요즘 젊은 치의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여쭤봐주십니다. 혹시 또 글을 읽을 누군가는 궁금할까봐, 또 같이 공감해줄 수 있을까봐 넋두리처럼 적어보았습니다. 집값은 오르고, 출산율은 줄어들고, 치과의사로 살아남기 점점 더 힘들어 질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굉장히 만족하며 행복하게 치과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민만 잔뜩 늘어놓고 행복하다는 마무리를 하니 진정성이 없어보이지만, 정말 사실입니다. 2022년에 모두 고민이 해결되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