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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어려운 봉사(奉仕)

스펙트럼

지난 2년동안 나는 ‘함께아시아’라는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함께아시아는 외국인근로자에게 무료로 치과진료를 지원하는 봉사단체다. 치의학대학원 학생이 아니었을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제는 깊은 인연이 되어 나름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치의신보에 칼럼을 올리게 된 계기 또한 함께아시아 때문이니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봉사라는건 생각할수록 복잡하다. ‘봉사라는건 뭘까?’ 라는 질문부터, ‘봉사활동을 하면 착한 사람인가?’, ‘치과의사라면 봉사의 의무가 있나?’라는 질문까지, 생각할수록 추상적이고 복잡할 뿐이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봉사를 “해주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될 때도 있다. 이 곳을 찾아오시는 환자 분들을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마음이 들 때면 죄책감이 들면서도 솔직히 종종 그런 내 모습에 취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때에는 누구를 위한 봉사활동인지 헷갈린다. 나를 위해서, 내가 기분 좋자고 하는 활동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이따금은 이런 생각도 든다. 봉사를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일까? 나는 매주 봉사활동을 하니까, 적어도 다른사람보단 착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봉사를 한다고 착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 얽히면 머리가 아파온다. 내 스스로도 이런 생각들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그랬을 거다.


이런 생각들에 잠겨있던 중 한 환자분이 찾아오셨다. 40대 즈음의 남자 환자분이셨는데, 발치를 하셨던 날이었다. 진료 후 대기실로 안내해드리고 다시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데, 대기실 분위기가 이상해서 돌아보니 환자 분은 울고 계셨고, 사무국장님께서 옆에 앉아 얘기를 듣고 계셨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타지에서 일하는 외로움과, 아픈 상황이 서러워서 그렇게 우셨다고 한다. 발치 때문에 말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 진료에 문제가 있냐고 여쭸더니 종이에 ‘Lonely’라고 적어 보여주셨다고 한다. 진료실을 나서며 벌개진 눈으로 계속 감사인사를 하시는 모습에, 의료진들 모두 마음이 무거워져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제서야 봉사라는 것이 간결해졌다.

 

내 활동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걸로 된 거였다. 누군가에게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었고 오히려 큰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는 거였다. 봉사활동은 요란하거나 거창할게 없었고, 나로 인해 도움이 되었으면 그걸로 끝인거였다.  

 

봉사는 치과의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학교에서도 치과의사의 윤리로써 아주 중요하게 가르치고, 동아리 중에서도 봉사동아리는 지원 인원이 넘쳐 면접까지 본다. 그러나 ‘왜 봉사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쉽사리 대답하기가 힘들다. 실제로 저 질문이 내가 재작년에 치의학대학원 면접을 치르던 당시 면접 질문이기도 했다. 이유를 찾기 힘든 활동에는 진심을 다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봉사활동에 임하는 학생들이 적은 걸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게도 나는 이제는 알겠다. 봉사를 해야하는 이유는, 봉사를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하는 활동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기때문에 소홀해서는 안되며 의무감을 가져야하는 것이다.


솔직히 얘기하면, 사람들은 봉사하는 치과의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상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치의학을 배우는 학생들부터도 그렇다. 학생들이 상상하는 자신들의 미래 또한 봉사하는 치과의사의 모습보단 멋지고 화려한 치과의사를 그린다. 얼마 전에 TV에서 방영됐었던 ‘갯마을 차차차’만 봐도 알 수 있다. 멋진 아파트에 명품을 두르고 사는 젊은 치과의사의 모습은 사실 은연중에 모두가 상상하는 치과의사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을 거다. 그렇기에 나 또한 함께아시아에서 만난 원장님들의 모습에 놀랐고, 치과의사가 이렇게 봉사를 할 수 있구나, 라는 것 또한 알았다. 이곳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모습이 나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곳이 아니었다면 나 또한 그런 미래만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모습만 쫓지 않고 오히려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화려함이 나쁜 것 또한 아니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대단하다거나 멋지거나, 착한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봉사의 의미를 조금은 느끼게 된 것 같아 홀가분하다. 얼마 전부터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봉사활동을 함께 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의미를 찾아가는 친구들이 있어 즐거움까지 커지니 앞으로의 주말이 더욱 기대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