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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르야 날아라

시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다 보니 평창 올림픽이 떠오른다. 베이징 올림픽이 논란도 많고 언짢은 장면들로 인해 많이 비교되었지만 그중에서도 평창에서의 드론 공연은 특별하게 황홀했던 기억이 난다. 오래 전 초등학교시절부터 조립품을 만들거나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며 은근히 으스대기도 하고 환심을 사곤 했다. 쓸 데 없는 곳에 용돈 써가며 동전 모으기, 미니장난감, 여행 뺏지 등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을 온 방 가득 채우느라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혼도 많이 났다. 나이가 들면서 취미도 점차 업그레이드 되어 대학 다닐 때는 성인용 레고에 흠뻑 빠져 레고 쌓기를 하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외에는 크게 말썽부리는 거 없이 치과대학을 갔으니 부모님은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신 듯하다.

 

여행을 다니다가 높은 산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지상에서 보는 세계와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세계가 많이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때는 ‘나도 날고 싶다.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적도 있었다. 뭔가를 하고 싶기는 한데 떠오를 듯 떠오를 듯하면서 혼란스럽기만 했던 그 무렵, 평소 잡다한 도구나 기계를 이용해서 공작물을 제작하는 취미가 있던 나에게 드론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영감이 문득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드론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때였다. 4차 산업으로 미래에 큰 역할을 차지할 거라며 드론에 관한 기사가 간간히 나오고 있었다. “맞다 바로 그거다.” 하고 손뼉을 치며 바로 드론에 관한 공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요즘은 획기적으로 드론 기술이 개발되었지만 그때는 초창기 개발단계여서 오작동으로 추락사고도 잦고 고장이 잘 나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던 시기였다.

 

처음 시작할 때 초보용 드론을 구입해서 작동해보니 초등학생 장난감 수준 밖에 안됐다. 뒷마당에서 작동하는 장난감 헬리콥터 수준이랄까??? 몇 번 작동해보지도 못하고 고장이 나서 못쓰게 되었지만 부서진 드론을 해체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무언지 알아보고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대로 진지하게 연구에 몰두했었다. 주로 프로펠러를 감싸는 연결 부위가 너무 취약해 착륙을 못하거나 풍향과 풍속에 따라 심하게 흔들리거나,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파손이 되어 못 쓰게 되는 게 주된 원인인 것 같았다. 부품교환도 잘 안되고 하니 타고난 손재주로 파손된 부품을 직접 만들어 수리해 보기도 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고급용 드론을 구입해 보완해서 응용해보기도 하고 주말엔 만사 제쳐두고 넓은 공터, 탁 트인 냇가나 둔치에 가서 조종연습을 하며 기량을 쌓고 또 쌓았다. 수시로 먼지 닦고 기름도 치면서 그렇게 탄생한 드론과 한 몸이 되니 자식과 같은 애정과 애착이 느껴져 잠을 자면서도 보이는 곳에 두고 신주 모시듯 소중히 다루었다. 이 드론의 이름을 ‘콘도르’ 라고 지었다. (참고로 콘도르는 남아메리카주에 서식하는 맹금류이고 아마 독수리보다 더 큰 신비의 새로 알려져 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El condor pasa’ 동영상에 나오는 새. 골프에서 파5 홀에서 홀인원 하면 알바트로스 위의 새를 ‘콘도르’라 하는데 실제 파5에서 드라이버로 친 공이 카트길 타고 튀어서 홀인원한 기록이 있었다고 한다.)

 

콘도르를 가지고 응용하고 연구하면서 점점 나의 드론을 업그레이드 시켜 나갔다. 풍향 풍속이 변해도 중심을 잡고 그 위치를 유지하거나 여러 드론이 한꺼번에 비행해도 자체센서로 부딪히지 않게 하는 기술과, 비행시간과 거리를 늘이고 드론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물체의 무게를 늘이는 게 관건이었다. 이러한 고심을 하고 있는 차, 많은 연구가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발 빠르게 개발하고 실용화하기에 이르렀다. 요즘은 드론이 획기적으로 개발되어 많이 실용화 되어 있다. 오지나 섬의 응급의약품이나 물품배달을 위해 실제 드론이 활용되고 있고 드론의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환상적인 공간예술을 보면 가히 경이로운 수준이다. 이전에 내가 상상도 못한 경지에 이르러 드론의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듯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는 지능산업으로 끊임없이 드론이 개발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집약된 기술이 실현되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 때 드론으로 펼쳐진 예술 공연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정교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스타디움의 밤하늘 전부를 수놓을 수 있었는지?... 환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그 황홀한 기분, 남들은 그냥 멋있다고 봤겠지만, 난 아직도 뇌리에서 밤하늘을 떠다니는 수많은 드론이 수천 개의 별 하나하나가 되어, 우리 가슴 속에 수를 놓고 뿌리는 것 같았다. 그 밤하늘에 나의 콘도르가 함께 훨훨 날아가 수천 개의 별을 이끄는 꿈을 꾸며 신주처럼 나의 책상위에 고이 모셔져 있는 콘도르를 보며 피식 웃어 본다. 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하듯 바라보면서 한심한 나를 채찍질하는 것만 같다.

 

우리에겐 더없이 넓고 아름다운 세계가 있다. 콘도르를 보며 꿈에서 보고 느낀 새로운 아이디어가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콘도르! 콘도르! 하며 콘도르만 생각하니 콘도르 꿈을 꾸고, 깨어나서 피식 웃으며 ‘엘 콘도 파사’를 다시 들어본다. 내 마음속의 콘도르를 이끌어 내서 저 하늘 높은 곳으로 나의 콘도르를 멀리멀리 날려 보낸다.

 

 

콘도르*야 날아라!

 

저 아래로 내려다본다

어디라도

날아가고 싶어

온 세상이 내 품안에

 

하나하나 미소 지으며

유유히 떠다니다

밤하늘에도 내 가슴속에도

알알이 수를 놓는다

 

콘도르야 날아라!

멀리멀리

긴 나래 펼치고

꿈과 희망을 이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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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르: 남아메리카주에 서식하는 신비의 새. 여기선 필자의 가상 드론 이름.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