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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와 도전의 상관관계

스펙트럼

얼마 전 한 교수님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 교수님께서 동기부여에 대한 말씀을 시작하셨다. 학업에 있어 동기부여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서 말이다. 여느 교수님들께서 그러시듯, 학생들의 동기부여 부재에 대해 걱정이 깊어 보이셨다. 나 또한 그 자리에서는 웃으며 남의 일처럼 맞장구 쳤지만 속으로는 웃을 수가 없었다. 교수님께서 걱정하는 학생의 모습이 내 모습 같아 당당할 수 없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학업이 재미가 없을 때가 있다. 공부가 재미있는 학생이 어디있냐며 위로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웃으며 넘길 수 없을 정도의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도 있다. 기초과목을 배울 땐 나와는 무관한 공부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임상과목을 배울 땐 아직 먼 일 같아서 애착이 가지 않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느끼기에는) 이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학업이든 혹은 그 무엇이든 간에 대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학우를 만나기 힘들다. 그리고 주변에서 동기를 찾지 못해 길을 잃은 느낌이 든다는 고민을 들어본 적도 많았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짐작해본다면, 미래의 직업적 안정성 때문에 수동적으로 살게 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는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표로 쳇바퀴 돌듯이 돌아가는 생활에 지쳐서 그럴수도 있겠다고 짐작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많은 학생들이 입학했을 때의 동기와 열정은 희미해지고,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던 중, 지난 주 다녀온 봉사활동에서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듯이 반짝이는 경험을 했다. 그날은 처음으로 환자에게 스케일링을 하게 된 날이었다. 상호 실습만 해보고 직접 환자에게 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떨리는 마음으로 스케일링을 하던 중, 순간 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쌩뚱맞게도, 학교에서는 시들하고 무기력하게 수업을 들으면서, 봉사활동을 할 때 만큼은 활기 있고 치과 활동에 열정을 느끼게 되는 이유를 찾은 듯 했다. 나는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도전이 부족한 것이었다! 봉사활동을 할 때만큼은 매 순간이 도전이다. 환자와 직접 맞대고 대화하는 것, 선생님들이 내게 주시는 미션을 정확히 수행해내는 것, 그리고 처음 해보는 일들을 해내는 것까지… 매 순간이 부담스러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실패하면 ‘다음엔 어떻게 해야겠구나’라는 깨달음이, 성공하면 ‘이렇게 하는거구나’라는 뿌듯함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모습에 대한 동기가 되고, 다음 기회에 대한 기대가 되고, 그것이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한 동력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글로 정리하니 내 삶, 내 진로의 논리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동기 찾기 여정은 어찌 보면 바보같았던게 아닐까, 라는 회의가 든다. 교수님과의 식사자리에서 동기부여에 대한 대화를 하기 전부터 동기부여는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것이었다. 점점 공부가 재미가 없어지니 그 의미를 얼른 찾아야겠다는 강박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동기라는건 내가 찾기 위해 나서면 더욱 숨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찾아야할 것은 도전이었다.

 

돌이켜보면 납득이 된다. 도전이 항상 나의 내면을 깨웠던 듯 하다. 여행을 떠날 때 그 낯섦과 새로움이 날 환기시키듯이 말이다. 쳇바퀴 굴러가는 듯이 변화 없는 본과 생활 속에서, 난 도전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하면 지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일을 외면하고 있던 것은 나였다. 이제는 고개를 들고 일상에 소소한 것부터 도전해나가 보겠다고 다짐해본다.

 

재밌는 것은 동기부여가 도전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도전이 동기부여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동기부여가 도전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글의 제목이 동기부여와 도전의 ‘상관관계’인 이유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동기부여가 도전의 이유가 되는 것에 더 주목하는 것 같다. 그러니 모두가 입을 모아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일 것이다. 그러나 도전이 동기부여의 이유가 된다는 것 또한 충분히 주목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내 마음을 환기시킬 때 일상도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아갈 때 재미가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일상의 사소한 도전이 다시 그 마음에 불을 지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