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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권은 누가 지키는가?

이석초 칼럼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확립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교권 추락은 왜 생겼나?

 

정치적 교원 단체가 교권 침해의 판을 깔았고 교사들은 부당한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교실에서 문제 학생들을 올바로 훈육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이 방치되어 학교가 무너지고 결국 교사와 학생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불만과 절망감만 주었다. 교권 추락의 근원은 교육현장의 참담한 현실을 외면해 온 교육 당국, 관리자들, 교원단체들의 무책임과 무지성이며 일부 몰상식한 학부모가 이런 weak points를 파고든 것이 서이초 사건이다. 교육 현장을 정확히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재확립해야 한다. 편향된 세력이 보편가치가 아닌 선택적 신념으로 무장하여 끼어들면 교권 확립은 요원할 것이다.

 

치과계로 눈을 돌려 보자.

치과계는 치과의사협회라는 hub, 치과의사는 지부(spoke) 즉, hub and spoke 조직으로 3년마다 회원들이 hub를 운용할 대리인을 선출하여 위탁한다. 시스템(정관)하에 회원은 책무를 다하고 대리인(집행부)은 회무를 성실하게 해나갈 것을 믿는다.

 

선거나 회무에서 갈등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상호 타협하여 처리할 수 있는 條理(상식, 정관, 규정, 총회 등)가 있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자체 해결하지 않고 내부 기밀을 사법당국에 흘리고 처분을 의탁해서 자립권과 자치권을 스스로 위태롭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상호 불신과 갈등은 사법으로 해결되지 않고 확대 재생산, 고질화시키기 때문이다.

 

치협의 가장 큰 목적은 의권옹호다. 회원 대부분은 일인 자영업자로 업을 내팽겨치고 나다닐 수 없기에 투표권이 있는 회원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위임받은 대리인(사무국 포함)들은 협회 집행부를 구성 운영하며 협회 목적에 부응하는 일을 위해 희생, 봉사한다. 그러나 최근 협회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소식 중에는 협회를 위한 것인지 그들만의 리그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심란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

 

국회의원이 사적 욕망을 채우는데 한 눈팔면 國害의원으로 낙인찍히듯이 대리인들이 협회 목적을 위한 업무 매진 대신 사익추구에 정신이 팔렸다면 비난당해 마땅하고 사취했다면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회무 미숙이나 회무실패에 대한 고소 고발은 치과계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타이밍을 놓치고 일반회원들을 주변화시키며 무관심을 재촉할 뿐이다. 협회 시스템은 완벽할 수 없고 실제 행정 경험이 없는 아마츄어들이 이끌어 가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다. 대리인은 행정 전문가도 아니고 무욕염담한 수도자도 아니기 때문에 필연적 갈등·회무 실패시 협회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개선책을 도출해 정관이나 제규정에 반영하여 개선해 나가면 된다. 전문가 집단임을 자부하는 치협이 외부의 법적 기준과 제재를 불러들일수록 타율적으로 의권은 추락의 길로 들어선다. 비효율적 행정 규제에 넌더리치면서 자치조직인 협회 거버넌스를 부정하고 사법조치에 기대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독립성이 훼손된다.

 

부정선거 척결연합(김민겸·장재완·최치원)이 지난 3월 치러진 제 33대 치협 회장선거의 불법성을 제기했다. 부회장 회무 경륜과 협회 사무에 해박한 후보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가 치루어져 패배했다고 믿으며 법적 판단을 받아보자고 한다.

 

원로 의장단은 선거 불복 소송 취하 권고를 하였으며 이에 대해 부척연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원로들의 내부 협의·화해는 미사여구일 뿐이며 원로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일축했다. 원로 의장단들은 축적된 지식과 경륜, 보편가치를 바탕에 두고 외부기관의 심판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운영과 능동적 목적 추구 행위의 추동을 위해 대화, 내부해결을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 즉 치협(회원)의 자체 갈등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더 발전된 치협을 구축하기 위한 충언이지 현 집행부를 일방적으로 두둔하기 위함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불협화음 발생시 매번 사법, 행정력 제재를 불러온다면 자치능력 획득 기회를 잃고 정당한 대외 로비 동력이 약화될 것은 뻔하며 이는 회원들의 권익 침해에 직결된다. 이런한 풍토를 이번에는 끊어내자고 의장단은 권고하고 성명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법전과 천칭을 들고 합리적인 판단, 명쾌한 결론을 내려 양측을 수긍시킬거라고 기대하지만 결과는 휴방지쟁격으로 치과계의 에너지, 시간, 돈만 낭비 될 것이다. 업무추진비, 특활비 문제는 예민한 사항이다. 불법 선거운동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정 결정 처리했고 치의신보 편향보도 건은 언론중재위에서 안건 불성립을 통보 받았다. 지부 감사건의 처리과정은 절차와 종결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치협 상대 선거 불복 소송은 치과의사의 민주의식, 시스템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거풍토를 지배하는 학연, 인연, 의리의 진영 논리가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쳐두고 외부 기관에게 우리의 동료들을 벌해 달라고 하는 세태에 우리 치과의사의 의권은 추락하고 있다. 시골 조합장 선거를 닮아간다. 오직 회원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해도 부족한 시간인데 안타깝다.

 

선거후 대다수 회원들의 관심사는 병원 경영 문제이지 누가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가에 있지 않다. 내부의 문제는 타협을 통해 해결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해 나가고 대외적인 업무는 일치단결하여 집행부를 믿어야 한다.

 

일인일개소 법을 통과시켰을 때의 소중한 역사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은가?

사회에서 치과의사집단에 호의적인, 이해를 같이 해주는 집단이나 사람들은 치협, 치과의사 밖에 없다. 우리끼리 힘 뺄 이유가 없다. 협회 대리인이 되고자 하는 분들은 자파 회원들에게 자극적으로 어필하는 여의도식 진영 싸움이 아니라 큰 틀의 치과계 이슈를 선점하고 여론을 이끌어가서 차기 선거에서 승리하면 된다. 예를 들면 저출산 고령화 의료환경에서 먹고 사는 정책의 아젠다를 발굴 선점하고 현 집행부와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집행부는 3년마다 바뀌니 준비 기간이 결코 길지 않다.

 

사람 삶이나 입법 과정은 소세지 만드는 것처럼 그다지 우아하고 순탄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치협은 대관 업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합법적인 다양한 수단을 쓸 수밖에 없는 로비단체이다. 치협 수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 즉, 회원을 대리해 봉사하고자하는 분들은 큰 틀은 훼손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비판하고 개혁하고 지지세력에게 비전과 차별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회원들도 치협의 이슈를 정확히 판단하고 치협(회원)을 누가 진정으로 위하는가를 가려야 한다. 내부 기밀을 누출하여 어그로를 끄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그동안 해온 행위의 진정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된다.

 

타협은 비굴하게 지는 것이 아니고 손해는 보지만 결국 이긴다라는 것을 협회 대리인이나 대리인으로 위임 받고자 하는 분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회원 권익 신장이 최고선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