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과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할까?” 이 생각을 안 해본 기성세대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최근 인공지능을 좀더 심도 있게 사용하게 되면서, 인공지능을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몇 가지 개념을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내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알아서 알아듣기를 바라는 사람인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오케스트레이션, 하네스 엔지니어링 —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쓰는 이 용어들은, 사실 “서로 다른 존재가 협업하도록 만드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그 핵심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내는 신호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세 가지 용어를 짧게 풀어보고, ‘업무’와 ‘관계’ 두 층위로 나누어 진료실 협업을 들여다보자. 세 가지 개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에게 작업을 시킬 때 입력하는 지시문을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다. 같은 요청이라도 목적과 형식, 제약조건을 구체적으로 적어주면 결과물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즉,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케스트레이션 여러 AI(또는 여러 역할을 맡은 프로그램)가 하나의 일을 나누어 처리할 때,
최근 주식 시장의 흐름을 요약하는 가장 뜨거운 단어는 단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입니다. 포모란 나만 소외되거나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감과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심리적 고립 장애를 뜻합니다. 신문 헤드라인마다 “나만 또 벼락거지 될라… 다시 번지는 주식시장 포모 증후군”, “불장에 번지는 대학가 포모… 학자금 대출까지 주식판으로” 같은 문구들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시장은 광풍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새해 첫 거래일에 4,200대에서 시작한 주가지수가 불과 5개월 남짓 만에 거의 2배인 최고 8,400포인트를 돌파했으니 말입니다. 고등학생들까지 주식 투자에 뛰어든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더니, 얼마 전에는 팔순이 훌쩍 지나신 저의 사촌 누님에게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젊은 시절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일구시고, 지금은 은행 예금 이자로 여유롭고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계신 분입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평생을 살아오신 분조차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보며 심리적 동요를 느끼신 모양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지금이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하느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월 5일 방한하여 짧고 굵은 한국 일정을 소화하고 글을 쓰는 오늘, 6월 9일 출국하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주식시장 등 경제권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가히 AI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 고민의 경중은 다를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AI를 사용하다 보면 똑똑하기 그지없지만 문제점 또한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성평등과 관련한 이슈이다. AI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과거의 데이터 자체가 이미 기존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AI가 내리는 객관적이라고 믿는 의사결정이 데이터 습득 과정에서의 불균형으로 인해 오히려 특정 성별이나 소수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아마존(Amazon)이 개발했던 AI 서류 필터링 시스템의 사례이다. 아마존의 AI는 지난 10년간 제출된 이력서 데이터를 학습했고, 당시 전 세계 테크 기업의 특성상 합격자 데이터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었다. AI는 ‘남성 지원자가 더 적합하다’고 왜곡된 학습을 했으며, 그 결과 이력서에 ‘여성(Women’
서약(誓約)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명예와 책임을 걸고 공동체 앞에서 의무를 선언하는 행위이며, 인간 사회를 지탱해 온 가장 오래된 윤리적 장치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서로의 서약을 믿음으로써 협력할 수 있었고, 공동체는 그러한 신뢰 위에서 질서를 유지해 왔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공동체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말과 책임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서약은 바로 그 신뢰의 출발점이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약속을 지키는 일을 인간이 따라야 할 절대적 도덕 의무라고 보았다. 누구나 자신의 필요에 따라 약속을 깨뜨릴 수 있다면, 결국 ‘약속’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사회계약론자들 또한 서약을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원리로 이해했다. 인간 사회는 강제력만으로 온전히 유지되지 않는다. 서로가 최소한의 약속은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는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최근 제34대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 선거 이후 이어지고 있는 혼란은 서약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낙선 후보 측이 직무정지가처분과 당선무효소송 등을 연이어 제기하면서 협회는 회장 직무대행 체제라는 비상 회무 상황에
약전골목 초입에 올망졸망 맛집이 몰려있었다. 오전 11시 ‘소문난 육개장’ 앞, 두 여인이 대야를 두고 마주 앉는다. 고부간 수다를 떨어가며 잘 삶아진 양지머리를 결 따라 자디잘게 찢는다. 무심결에 발길 따라 들어가 주문을 하니까, 첫술에 “아, 이건 어머니 손맛(Mom’s Touch)!”,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예로부터 “극한극서에는 원행을 피하고 안방 방사도 삼가라.”(極寒極暑 遠行 房事) 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소중한 몸을 알뜰히 보전하라는 뜻이다. 기공소가 없던 시절에 점심에는 치과직원만 대여섯이니, 부뚜막에는 크고 작은 가마솥 세 개에 국수 삶는 풍로가 따로 있었다. 어머님은 한여름 한겨울 주말에는 보양(補養)식을 빠뜨리지 않으셨다. 직업상 분진(粉塵)을 마시는 치과 식구들에게, 수육에 새우젓을 곁들이거나 고기가 넉넉한 육개장을 끓여 내셨다. 잘게 찢은 양지머리에 대파를 겅중겅중 잘라 함께 육수에 투하, 대파가 살짝 익을 만큼 한 번 더 끓인다. 맛깔 나는 육수에는 질긴 고기를 써야하므로, 잘게 찢어 한 번 더 우려내면, 육향이 그윽해지고 살도 연하다. 고기 맛 돋우는 고사리는 많으면 제 맛만 내세우니까 살짝 데쳐서 두어 꼬집만, 머리 따낸 식감
인간은 눈에 보이는 세상을 ‘실재’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머리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 발밑의 단단한 땅, 그리고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은 의심할 여지없는 진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1956.5.3.~)는 그의 저서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Reality is not what it seems)』를 통해 우리가 감각하는 이 모든 평온한 풍경이 사실은 거대한 ‘환상’일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에서 시작해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인 루프 양자 중력 이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지식의 지도를 펼쳐 보이며 세상의 진짜 민낯을 드러낸다. 매주 수요일 몇 명이 줌 화상을 통해, 영어책으로 읽기 시작(2025.8.13.)해 31회만에(2026.5.6.) 독파하였다. 로벨리는 주로 양자 중력 분야를 연구하며 루프 양자 중력(loop quantum gravity, LQG) 이론을 창시한 인물 중 하나로, 과학사와 과학 철학 분야에서도 활동하며 관계론적 양자 역학(relational quantum mechanics)과 열적 시간(thermal time)의 개념을 정립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가 있고 그중 많은 사람이 봄을 기다리고 좋아한다. 그 이유는 겨울의 춥고 가지만 앙상하던 삭막한 풍경을 꽃으로, 또는 연한 연두색의 잎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봄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시작을 알리는 첫 계절이다. 봄꽃 중 매화는 가장 일찍 피는 꽃이다. 봄이 왔음을 알린다고 해 ‘봄의 전령사’라고도 불린다. 매화를 시작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산수유, 그다음엔 진달래와 개나리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피고 목련이 핀 다음 벚꽃이 만개하는 식이다. 봄꽃들의 개화시기는 자연이 우리에게 반복하여 보여주는 익숙한 순서이다. 그러나, 2026년 올해는 유난히 꽃 피는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통상 매화는 2월께 꽃망울을 틔워 3월에 만발한다고 알려졌지만, 이 시점이 빨라졌다. 이런 여파로 서울의 벚꽃은 유난히 이른 3월 29일 최근 30년 평균보다 열흘 앞당겨 피었다. 평년에는 2주 가까이 벌어졌던 서울과 제주의 개화 시점이 올해는 단 하루로 좁혀졌다. 반면 제주도는 벚꽃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진해군항제가 3월 27일 개막했는데 서울 개화 시점과 이틀 차이
현행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 선거제도에 대해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창립 이래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대의원 간선제는 제30대 협회장 선거를 기점으로 직선제로 전환되었고, 그 과정에서 분명 얻은 성과도 있었으나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부작용 역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직선제의 도입 취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풀뿌리 참여, 그리고 회원 주권의 실현이라는 명제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타당하다. 회원 각자가 직접 협회장과 부회장을 선출함으로써 ‘주권은 회원에게 있다’는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후보자들 또한 회원의 요구를 더욱 민감하게 반영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반 정치와 달리 치과계는 공통의 이해와 목표를 공유하는 직역 단체다. 이로 인해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사업 방향은 대체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협회의 기본적인 방향성이 급격히 달라지기는 어렵다. 이는 직선제가 전제하는 ‘정책 선택에 기반한 투표’가 실제로는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회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