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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충북대 치과대학 설립?

이석초 칼럼

지난 9월 19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도내 의과대학 정원 최소 108명 증원과 50명 정원의 국립 치과대학 설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의료환자 중증도보정사망비, 치료 가능 사망자 수가 전국 1위,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 2.14명 대 대비 1.57명, 도내 병원 근무의사 946명에서 182명 부족(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정원 422명 중 59명 부족, 건국대병원은 정원 118명 중 64명 부족) 전국 평균 의대 정원수 197명에서 충북은 89명 등을 근거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고 한다.

 

지역 의대 출신은 지역에 남아서 근무하는 비율이 타지역 의대 출신보다 3배 높은 통계가 있고 의대 신설보다는 정원확대가 비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국립치과대학 신설 추진계획의 근거는 충청권에 국립 치과대학이 없고 기대수명 증가와 고령사회 가속화에 따른 치과 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전문진료를 공급하고자 한다고 한다. 회견 말미에 “도민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받고자하는 우리의 절박한 요구가 정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164만 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요지는 충북 지역 의대 정원 부족, 치대 부재로 인해 도민들이 의료 역차별을 받고 있으니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충북대 치과대학을 신설하여 공급 확대를 통한 상대적으로 낙후된 의료공급체계를 개선하고 권역 진료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도지사로서 도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고 타당성 있어 보인다. 김영환 도지사는 노동운동권 출신 치과의사로 4選 국회의원, 과기부 장관, 다수 치과의원을 개원 운영 이력이 있어서 국정, 행정, 의료 현장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역시 정치인이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왜 그럴까?

 

# 의대 증원에 대하여

의료인을 지역에서 많이 배출하면 도민이 원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정원 부족 해소 및 서울 수준의 질 향상, 소위 필수 의료로 분류되는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의 공백 문제가 해결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충북권의 관외 의료 이용률이 높은 이유(수도권, 특히 서울 유출)는 인구 대비 전문의 수, 간호사 수, 중환자 병상수가 낮기 때문이다. 의료인들이 지방근무를 선호하지 않고(대한민국 사회의 수도권 집중화) 진료권 제한이 없는 환자의뢰체계는 뿌리 깊은 서울 대형병원 집중을 유발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예산 문제로 충북대병원의 핵심 의료인력을 감축키로 했다는 것은 지역적 불리함에 더하여 지역거점 핵심병원의 위상을 약화시켜 역내 의료 수요자들을 수도권으로 내보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며 우선 순위에서도 옳다고 볼 수 없다. 단지 의료인력 배출 확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의사유인수요(physician induced demand)인 과잉진료, 환자의 닥터쇼핑 등 모랄헤저드를 부추겨 도민 경상의료비는 더 크게 증가한다. 필수의료가 붕괴된 것은 구조적(원가보존되지 않는 저수가, 의료전달체계, 진료권 폐지) 문제가 더 큰 원인이며 단지 충북지방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다.

 

공공의료인 국민건강보험의료(공공설립+민간설립)는 적정부담 적정진료가 원칙인데 원가보전도 안되는 수가정책으로 인해 기본의료만으로는 병원경영이 불가하기 때문에 문을 닫거나(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등) 상급종합병원이나 1차 의원 모두가 부가의료나 상품의료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우스갯소리로 피부질환 치료하는 피부과 없고 안과질환 치료하는 안과 없다고 하지 않는가?

 

# 국립치과대학 신설에 대하여

충청권에 국립치과대학 부재로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은 사회보험제 방식의 의료 보장국가이므로 국립이건 사립이건 모든 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당연(강제?) 지정되므로 국립대 출신이건 사립대 출신이건 상관없이 같은 제도하에 건강보험 진료를 한다.

 

충남에 단국대 치과대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립이 없으니 마치 대학치과병원이 없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전라권에 2개의 국립치과대학이 있으나 실상은 2개의 사립대 포함 4개의 치과대학이 이미 과잉상태다.

 

충청권에도 국립대가 있어야 된다는 논리라면 1300만 인구수가 있는 경기도에는 최소 3개의 국립대를, 제주도에도 신설해야 된다는 억지 정치 논리도 가능하다.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의 통계를 보면 2023년 2분기의 치과의사 1인당 인구수는 충북의 경우 약 2200명 수준으로 경북(2570명) 전남(2240명)에 비해 많다. 충북 관내에는 총 471개의 치과의원과 4개의 치과병원이 있다.

 

보사연의 2015년 치과의사 인력 추계나 2018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골드 스탠다드는 아니지만)와 비교시 중장기적으로 인력 과잉 공급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치협 정책연구원도 유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충북도 인구수가 2023.08에 159만 명인데 인구 구성을 보면 30~39세에 18만7천, 20~29세에 18만3천, 10~19세에 14만4천, 0~9세에 10만5천 명으로 10년에 4만 명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0.78 출산율은 지방 소멸화, 국가소멸화가 목전에 있고 의료수요도 감소할 것이 자명한데 어떤 근거로 치과대학 설립을 하겠다는 것인가?

 

세부 전문치과의 제도가 정착되고 있어서 일차진료는 치과의원, 치과병원으로 충분히 커버되고 중증 치과질환이나 난치성 치과질환, 치과의원이나 치과병원에서 의뢰되는 환자는 충북대학병원 치과를 치과병원으로 격상시킴과 아울러 철저한 질관리(시설, 장비, 인력)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면 치과대학 설립보다 B/C(편익/비용), 경제성과 시간 단축, 지속성에서 월등하다.

 

# there is no free lunch

좁은 국토면적, 교통 발달, 시내 사거리마다 치과가 있고 치과의사들의 근무시간이 길어서 한국 국민들에게는 의료 접근성이 아주 용이하다. 반면 치과간의 경쟁 과열로 불필요한 시설·장비 투자가 심화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치과의사 유인 수요 창출과 과다 의료 이용으로 인한 총의료비 증가는 피할 수 없다.

 

건강보험 수가는 원가 보전이 안되니 비급여 진료에 치중하게 되고 정부는 비급여 가격 통제를 위해 신고 및 공개 정책 등 여러 규제책을 쓴다. 치과의원 경영비용은 진료수입에서 발생하는데 건보 진료비를 억제하면 이용량을 증가시키거나 각종 형태의 가격으로 비급여 진료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지역 치의학 분야 의료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치과대학이 없어서 도민들이 치과진료를 제때 못 받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어서 비급여 치료를 못 받지 치과의사가 부족해서 치료를 못 받는 것이 아니다.

 

치과 건보 보장율을 대폭 높이면 가능하지만 이 또한 국민 부담이 전제 되어야 한다. 내 호주머니에서 기꺼이 돈 더 내고 싶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치가 할 일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투입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정치인은 임기후 떠나면 그만이다. 선의로 포장된 이면에는 비용 증가라는 고통이 있다. 공짜는 없는 법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