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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나요?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64)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가상 사례) 67세 여성 김 모 씨는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큰마음을 먹고 지역에서 홍보를 많이 하는 치과에 방문했습니다. 치과는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찍는 치과의사가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치과 검진 후 치과의사는 자신의 유명세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수복부터 발치 후 임플란트 보철까지 여러 치료를 강하게 권했습니다. 심약한 환자는 치과의사가 하자는 대로 치료를 받기로 했고요. 안타깝게도 치료는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수복물의 상태도 그렇지만, 발치후 즉시 식립한 임플란트는 흔들리다가 빠지기도 했습니다. 환자가 불편감을 호소하자, 치과의사는 모두 환자 잘못이라며 나머지 치료를 빨리 끝내자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큰 신체적 불편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방문했고, 조사 과정에서 환자가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잘 듣지 못하고, 수술에 대한 동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로 치료가 진행되었다는 내용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치과 진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보여줍니다. 과도한 홍보의 문제부터 과도한 치료 계획의 제시, 치료가 성공하지 않았을 때의 대처까지. 하지만, 그런 부분을 명확하게 잘못이라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홍보는 치과의 특징이자 전략이고, 과도한 치료 계획의 수립 또한 치과의사의 진료 철학이며, 치료가 성공하지 않았을 때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면 문제겠지만 계속 치료를 이어가고 있으니 잘못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네, 저도 이런 부분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심지어 꼭 환자 쪽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여 다 치과 쪽에서 잘못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치과 치료의 계획, 결정, 진행, 경영 방식 등은 개별 치과의사나 치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것을 특정한 방식으로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합니다.


물론, 이런 요소 중에도 문제가 되는 다양한 방식이 있으므로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관해선 이야기를 해보아야 할 겁니다. 그런 사안을 걸러내거나 제재하면서 지금까지 치과 의료 제도나 규제 방식이 발전해 온 것이겠지요. 예컨대, 의료광고 심의 절차가 위헌 판결을 받아서 없어졌다가 다시 생긴 것은, 규제되지 않는 의료광고가 사회를 넘어 의료계에도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명확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지막, 환자가 치료에 관해 설명을 잘 듣지 못했으며, 수술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많은 분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런 경우 법적으로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윤리적으로는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소송이나 조정 등 관련 결정에서 명확히 의료인 측이 잘못한 것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선생님이나, 설명과 동의를 어디까지 하고 받아야 하는지 질문을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요. 임상 상황에서 환자에게 다 설명하지 못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꼭 그렇게 다 설명해야 하느냐는 질문 충분히 가능합니다. 진료하면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다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느냐며 말도 안 된다고 말씀을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임상에서 그렇게 못 한다는 분도 계시지요. 그래서, 왜 이런 결정이 생겼고, 윤리에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법은 약간 다른 부분이 있는데, 여러 변호사님께서 관련 글을 써주신 적이 있으므로 그로 갈음해도 되겠지요.


일단, 여기에서 말하는 설명과 동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명이란 제가 치과 진료를 하면서 하는 모든 행동이고, 동의는 그런 사항 하나하나에 대해 다 받아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동의는 크게 일반적 동의와 구체적 동의로 구분하고, 일반적 동의는 병의원에 와서 치료를 받기 위해 앉은 경우 해당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행위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보며, 구체적 동의는 수술 등 특정 검사 및 치료행위에 있어 이득, 해악, 해당 검사 및 치료를 받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결과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설명 후 동의를 의료 상황에서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환자나 대상자의 이해 및 동의 없이 진행된 여러 치료와 인체 대상 실험(예전의 일이기 때문에 현재 법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임상‘시험’과 구분하여 실험으로 표기합니다)이 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치과에 온 환자는 일반적으로 진료 행위에 동의한 것이니 굳이 동의서를 받을 필요가 없을까요? 치과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치료 행위는 침습적이기 때문에 동의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치료 계획에 대한 설명과 동의를 기본으로 하고, 여러 치료가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복합 증례의 경우 추가적인 설명과 동의를 별도로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발치, 임플란트 수술을 포함한 구강내 소수술이나 소아 등에서 의식하 진정법을 적용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아요.


사실, 이미 이런 부분을 다 하고 계실 거라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사족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 임상 환경에서 아직 설명 후 동의 절차가 미비한 영역이나 아직 충분히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가끔 눈에 띄어요. 이런 부분에서 동의 절차 확립을 말하는 것은 환자 편을 들려 함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와 인식의 표준이 침습적이거나 시행 시 해악 또는 이상반응이 예상되는 검사 및 치료 행위에 대해 설명을 듣고 동의한 상태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수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말씀드렸지만, 치료는 좋은 일이니 환자에게 잘 해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 의학적인 것이에요. 다른 관점에서 볼 땐, 그런 생각은 위험하거나 독단적입니다.


쉽게는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저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도 하지만, 연구자이기도 하고 학교 행정에 상당 부분 관여하기도 하지요. 이런 일들이 서로 아무런 간섭이나 충돌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시간 활용이나 업무 배정, 심지어 처리에서도 일들은 종종 부딪힙니다. 그러면,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옳은 단 하나의 일이 있어서 그것만 우선하고 나머지는 무시해도 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지요.


진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물론, 우리는 치과의사로서 환자에게 구강 및 인접 영역의 건강과 질병에 관한 개입을 수행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대상 영역으로 하는 환자는 여러 다른 영역에 걸쳐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경제 영역에서 보면 환자는 경제인이고, 직업적 측면에서 보면 직업인이며, 관계적 측면에서 보면 가족, 형제, 부모, 자녀일 테니까요. 의료적 결정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다른 고려 사항도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고려 사항 중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중 하나가 환자에게 검사 및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이라면, 이를 진료 환경에서 충분히 잘 구현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일 거예요.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