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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실상 종식(終熄)

시론

코로나19는 한국에서 사실상 종식되었습니다. 2024년 5월,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는 법적 의무가 대부분 해제되었고 독감 수준의 자율적 방역으로 전환되었죠. 그 시작을 되짚어 보면,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환자 발생한 뒤 2020년 1월 20일 한국에서도 최초 확진자가 발생하였습니다. 그 후 코로나19는 급속히 전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코로나19를 팬데믹(pandemic), 즉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공식 선언했습니다. 선언 후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리나라의 재난 위기단계가 최고 단계인 ‘심각’에서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이죠.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230개 국가에서 코로나19의 누적 확진자는 7억명, 사망자는 7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우리나라의 경우 누적 확진자 3천 5백만명, 사망자는 3만 5천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엄청난 수입니다. 마스크, 비대면(온택트와 언택트),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우리 삶의 변화가 있어 왔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이나 학교·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개인과 사회의 경제적 손실도 발생시켰습니다. 사회적 관계형성과 심리적 유대감 약화 등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남긴 상처는 그 깊이나 후유증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류가 이렇게 지독하게, 오래 코로나19를 겪을 것이라고 짐작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현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전염병이 아닐까 합니다. 간단하게 코로나19와 원인 바이러스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는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로, 새로운 RNA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19의 영어 명칭은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입니다.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 사태의 원인도 코로나바이러스 였습니다. 물론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일부 바이러스도 코로나바이러스과에 속합니다. 이 바이러스들이 기원한 설치류와 박쥐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온상입니다. 보통 바이러스는 숙주에 대해 엄격한 종 특이성을 가지지만, 인간과 동물이 서로의 서식지를 벗어나게 되면 이 장벽이 무너지게 됩니다. 5천 종의 포유류 중에서 쥐를 포함한 설치류는 포유류의 50%, 박쥐는 25%를 차지합니다. 쥐나 박쥐의 종 내에서만 활동하던 바이러스의 변종이 우연한 기회에 인간에게 전파되면, 이에 대한 획득면역이 없는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이용하는 특정 리셉터의 발현이 증가된 노인층에서 그렇습니다. 이번 코로나19가 초반 전파력이 강하고 치명적이었던 이유입니다. 아직 박쥐에서 유래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50종 이상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이 앞으로도 전염병 대유행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재 세계는 더없이 가까워져 있습니다. 기차, 배, 비행기 등 운송 수단의 발전으로 바이러스와 그 변종들은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바이러스가 이번 코로나19처럼 세계적 대유행이 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인류의 90%가 감염된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약한 증상을 일으키며 오랜 시간에 걸쳐 숙주와 공생하면서 자신의 유전체를 전파시키죠. 물론 노약자에서는 이러한 바이러스들도 기회성으로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적응한 양상입니다. 이 바이러스가 영악하다면, 숙주인 인간과 공생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에 국한된 병원체들은 어떨까요? 사실 말라리아, 뇌염, 뎅기 열병 등도 매우 위험한 질병입니다. 이 질환들은 모기가 매개체가 되어 원인균이나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모기들은 일반적으로 적도를 중심으로 분포합니다. 이 질환들이 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유는, 수 천년에 걸쳐 이 지역의 사람들이 이 미생물들과 함께 진화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적도 지역의 일부 사람들에서 말라리아에 저항할 수 있는 유전 변이가 관찰됩니다. 만약, 기후 변화로 한국의 기온이 아열대가 되면 이 지역의 모기들이 북상하여, 적도 지역에 특정되었던 병원균으로 인해 이 생명체에 대한 획득면역이 없는 한국인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것이죠. 

 

바이러스는 잠복기를 보통 수 일간 가집니다. 잠복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자신의 감염 상태를 모르고 활동을 하다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이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보통 2-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가지는데, 특이한 점이 이 잠복기에도 전파력이 높다는 것입니다. 전파는 침방울이나 접촉을 통해 이루어 집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있게 되면, 당연히 전파는 빠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같은 물체의 표면에서 3일 정도의 생존이 가능하기에 공공장소를 다녀오거나 공용 물건을 만지면, 꼭 손소독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감염 증상 외에 호흡기계에 심각한 손상을 남길 수 있으며, 호흡 곤란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발열, 기침, 염증 반응 등은 숙주가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응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기와 독감이 일으키는 이러한 일반적 감염 증상 외에 미각이나 후각 손상도 발생시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사용, 평균 수명의 연장, 고령 인구의 증가 현상이 나타났고, 도시화, 인구 밀집, 가축의 대량 사육과 산업화 등으로 인류는 생태계 파괴와 기후 변화도 겪고 있습니다. 세계화로 사람의 이동은 빈번해졌습니다. 바이러스는 인류보다 더 오랜 세월을 지구에서 생존해 왔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믿을 만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죠. 바이러스와 함께 생존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인간의 방어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